메타버스 시장 규모 증가 추이 10년 이내에 30배 이상 성장이 예측된다. 인포/ 조재원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생활에 비대면 문화가 자리 잡으며 사람들은 활동 범위를 가상 세계로 확장했다. 이를 방증하듯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의 이용자 수는 2억 명, ‘로블록스’의 이용자 수는 1억 명을 웃돌고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수억 명의 사람들이 몰리며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는 현실 세계와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컨설팅 전문회사 맥켄지에 의하면, 2030년까지 메타버스의 시장규모는 1,700조까지 성장해 산업구조에 엄청난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충남대 제페토 맵 우리 학교 캠퍼스가 제페토에 구현돼 있다. 사진/ 조재원 기자

  메타버스란?

  메타버스(Metaverse)는 초월을 의미하는 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의 합성어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사라진 3차원 가상 세계’를 뜻한다. 마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사용자가 가상 세계 속에서 아바타로 생활하는 것이다. 
  한국정보처리학회지 2021년 3월호에 실린 내용에 의하면, 메타버스는 ▲세계관 ▲창작자 ▲디지털 통화 ▲일상의 연장 ▲연결이라는 5개의 특징을 가진다. 이용자들은 가상 세계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현실과 차별화된 고유의 세계관을 지닌다. 이용자가 가상 세계 내에서 직접 게임, 아이템, 장소 등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점에서 이용자는 콘텐츠를 공급받는 것뿐 아니라 콘텐츠의 창작자가 되기도 한다. 메타버스 내에서는 생산과 소비가 모두 이뤄지기 때문에 경제활동의 매개체가 필요하며, 이 때문에 화폐 역할을 하는 디지털 통화가 사용된다. 또한 메타버스에서는 SNS와 같이 일상 세계의 연장 선상으로 사람과 사람 간 연결이 이뤄진다.

제15기 K-water 대학생 서포터즈 메타버스 발대식 현장 사진/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KB 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의하면, 비영리 기술연구단체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는 메타버스를 ‘증강과 시뮬레이션’,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이라는 기준 아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첫 번째 유형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은 현실 세계에 가상을 첨가하는 형식이며 게임 ‘포켓몬 고’를 대표적 사례로 지닌다. 이 경우 증강현실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긴밀한 연결을 이끌어 현실을 보완할 수 있다. 두 번째 유형인 일상기록(Lifelogging)은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기록한 일종의 빅데이터이다. 나이키에서 개인별 운동 내역을 분석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든 나이키 플러스 러닝, 나이키 트레이닝 클럽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 유형인 거울 세계(Mirror Worlds)는 세계를 마치 거울로 비춘 것처럼 복제본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현실 세계와 비슷한 가상 세계를 구현할 수 있다. 웹 지도인 ‘구글어스’가 대표적이다. 네 번째 유형인 가상 세계(Virtual World)는 메타버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수준으로 메타버스 세계관과 현실 세계 사이의 경계가 없어지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영화 ‘아바타’ 속 주인공이 나비족의 신체를 사용하는 것처럼 사용자는 제2의 자아를 만들 수 있다.  

메타버스의 특징과 유형 메타버스는 5개의 특징과 4개의 유형이 있다. 인포/ 조재원 기자

  일상 속 메타버스

  현재 메타버스는 개발 초기 단계로 게임 플랫폼을 기반해 사용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제페토’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대표적인 게임으로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에서 2018년에 출시했다. 이 게임은 사용자가 가상 세계에서 생성된 아바타를 조종하고, 게임 화폐를 통해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아바타를 꾸미는 등 전형적인 메타버스의 특징을 갖췄다.  
  지난 해 5월, 학내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우리 학교를 제페토에 구현했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우리 학교 제페토 맵을 만든 A 학우는 시험 기간을 제외하면 학교에 방문한 적이 없지만, 학우들에게 사진을 제보받아 실제와 유사한 모습으로 학교 풍경을 구현했다. 그는 “대학에서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뉴스를 통해 메타버스와 제페토에 대해 처음 접했다”며 제페토에 흥미를 느낀 계기를 설명했다. 또한 “제페토 맵을 구현한 다른 대학들을 보면서 우리 학교 학우들도 이와 같은 기회를 접했으면 하는 생각에 제작했다”며 제작 배경을 밝혔다.  
  건국대 총학생회는 학교 캠퍼스를 메타버스에 구현해 2021학년도 축제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국내외 수많은 대학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학교의 모습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신입생 환영회, 축제, 캠퍼스 투어, 졸업식 등 각종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은 신입생에게 대학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시켜 주기 위해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학생에게 메타버스는 교내뿐 아니라 교외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는 존재다.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주관하는 제15기 K-water 대학생 서포터즈는 공기업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발대식을 했다. 해당 활동의 대상자로 선정된 우리 학교 홍수연(언론정보학·3) 학우는 “메타버스는 여러 명이 모여야 하는 상황에 효과적인 비대면 행사 진행 수단이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또한 “ZOOM과 다르게 아바타를 통해 다양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는 활동이 가능하고 편안한 복장으로 회의에 참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K-water 대학생 서포터즈에서 사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는 SK텔레콤에서 개발했으며 해당 플랫폼을 활용해 사람인 채용설명회, 우리은행 최고경영자와 직원 간 만남, 부천국제영화제 심야 상영회 등 다양한 행사가 개최된 바 있다. 

  기업의 메타버스 활용 현황

  지난 9월 26일, BTS는 온라인게임 포트나이트 속 이용자들이 가상 공간에서 모일 수 있는 파티로얄 기능을 이용해 신곡 Dynamite의 안무 뮤직비디오를 최초 공개했다. 이처럼 연예계에서도 메타버스를 활용해 팬 사인회, 굿즈 판매 등을 활발히 하고 있다. 연예 기획사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더 많은 팬에게서 큰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안무 파일을 다운받아 아바타를 통해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의 춤을 똑같이 출 수 있다는 점은 응원 문화에도 큰 변화를 일으켰다.  

  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직방’은 최근 서울 강남구 사옥을 메타버스 플랫폼인 메타폴리스로 옮기며 영구 재택근무를 선언했다. 해당 기업은 코로나19로 대면 근무가 힘들어지자 2020년 7월 시범적인 원격 근무 시행을 거쳐 2021년 2월 전면 원격근무 체제를 확립했다. 직방 커뮤니케이션팀 이솔 차장은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유연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다”며 회사의 변경사항을 만족스러워했다. 또한 “메타폴리스에서는 줌이나 구글 회의와 같은 단편적인 비대면 서비스와 달리 가상 공간에 함께 있다는 소속감을 느낄 수 있다”며 대면 출근 못지않게 직원 간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음을 언급했다. 이외에도 SKT는 재택근무 전환 비율 증가로 인해 대규모 회의, 채용 설명회 등 일부 업무에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한편, 가상 세계에서 현실의 물건을 판매하는 메타버스 쇼핑도 주목받고 있다. 기업은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쇼핑 산업에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 중이다. VR 기기와 센서 기술을 통해 구현한 메타버스 쇼핑을 활용하면 사용자는 굳이 쇼핑몰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상품을 구경하고 선택할 수 있고, 기업도 유통·광고·판매 등의 과정을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5일부터 사흘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에서 LG전자가 선보인 전시가 있다. 이 행사에서 LG전자는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실물 없이 가상 현실과 증강 현실을 활용해 QR코드만으로 전시를 진행했다.  

  메타버스에 올라타기 위한 준비

  혹자는 사람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 세계를 창조하고 이를 활용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현실 세계가 불완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현실 세계의 물리적 한계를 느낀 사람들이 이를 극복하고자 그의 대안으로 가상 세계를 찾은 것이다. 『메타버스』의 저자 강원대 김상균 교수는 ‘플랜비 디자인’과의 인터뷰에서 “메타버스는 꼭 디지털, IT, 스마트폰, 게임 계열의 회사 뿐 아니라 길거리에 있는 식당, 미용실, 택시, 학교, 병원 등 모든 일상에 있는 공간들과 굉장히 밀접한 관련을 갖고서 성장하는 시대가 됐다”며 메타버스로 인해 사회가 변화했음을 설명했다. 또한 “현실 세계의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기업은 새로운 소비자가 있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야 한다”는 의견을 드러냈다. 메타버스로 인해 사람들은 현실뿐만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메타버스는 기존과 달리 가상 세계에서 생산과 소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 인간의 활동 범위와 경제 규모를 넓혔다. 이는 곧 생산성과 효율성의 동시적 향상을 의미한다.  

  메타버스는 현실을 가상으로 복사하는 행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김 교수는 그의 저서 『메타버스』에서  “메타버스는 차별 없는 사회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라 평했다. 메타버스의 아바타는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인종, 성별, 외모, 국적 등 현실 세계에서 사람을 만날 때 차별의 원인이 될 요소를 원천 차단할 수 있다. 이처럼 사람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사회에 경제적 효과와 더불어 화합과 소통을 촉진하고 궁극적으로 평등이 실현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메타버스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며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단점도 있다. 메타버스가 유행하는 가운데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아바타를 대상으로 한 언어폭력, 성희롱, 스토킹, 성추행, 폭력 등의 신종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아바타를 사용해 현실 세계와 유사하고 몰입도가 높다는 메타버스의 특성을 악용한 범죄로 인해 정신적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추세이다. 실제로 지난 4월엔 메타버스 게임의 일종인 로블록스에서 영국 국적의 한 이용자가 성범죄를 저질러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한 메타버스에서의 해킹은 가해자가 피해자 신원을 도용해 악용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 메타버스는 아바타에게 현실과 똑같은 법적 기준을 적용하기 곤란하며 관련 법규 체계가 미비해 법률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가해자는 해킹을 통해 가상화폐를 훔쳐 갈 수도 있고 피해자 명의를 도용해 2차 피해를 발생시킬 우려가 다분하다.  

  메타버스의 존재론적 역설

  앞서 언급했듯, 메타버스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배경은 현실 세계에서의 욕구를 모두 해소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즉,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현실에서 하지 못한 것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의 시간, 노력, 비용을 가상 세계에 투자하는 행위다. 결국 메타버스는 현실보다 가상 세계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현실의 도피 수단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가상 부동산 메타버스 플랫폼 중 하나인 ‘어스2’는 실제 지구를 복제한 가상 지구에서 부동산 거래를 하는 일종의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게임의 사용자는 자신이 소유한 땅에서 세금을 징수하거나 자원을 채굴해 수익을 낼 수 있다. 또한 실제 부동산 시장처럼 가상 부동산 자산을 거래할 수 있고, 시세 차익을 통해 수익을 실현할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가상 부동산의 부동산 시세와 현실 세계의 부동산 시세가 대체로 비례한다는 점이다. 이는 현실 세계의 수요가 가상 세계로 옮겨간 것으로 볼 수 있다. 가상 세계는 본질적으로 현실의 보완수단으로 탄생했으며 가상 세계에서의 가치에는 현실 세계의 가치가 반영됐다. 사람들이 대리만족의 수단으로서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하지만, 메타버스에 몰입해 그에 함몰된 나머지 현실 세계에 소홀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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