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릭와이너 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방학이 왔다. 방학을 맞이하면 학기 중 공부에 대한 소화로 급히 체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것이 필요할 테다. 힘겨웠던 이번 학기도 무사히 잘 마쳤으니, 훌훌 털고 어디론가로 여행을 훌쩍 떠나보자고 …. 그런 생각을 하며 학기를 버텨 봤지만 애석하게도 코로나 시국은 좀체 도와줄 생각을 않는다. 그럼에도 기막힌 상황은 온다. 여행 목적은 아니었지만, 나는 간만에 기차를 타게 되었다. ‘기차’란 공간은 고요하지만 미세하게 흔들려서 책 읽기에 참 좋은 공간이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고요함 그렇지만 나의 몸을 조심스럽게 흔들어 깨어 있게 만드는 기차. 그 안에서 창을 바라보면 이동하는 속도와 흘러가는 시간 또한 체감되어 참 좋다.
  내가 기차 안에서 한 시간 반 남짓한 시간 동안 한껏 몰입해 읽은 책의 제목은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였다. 소품샵에서 만나볼 수 있을 듯한 종이 재질의 표지 그리고 아기자기한 열차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익스프레스가 열차를 의미하는 거였구나! 소소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된다. 기차 안에서 읽으려고 꺼낸 책이 ‘기차’를 핵심 키워드로 내세우고 있다니. 단지 우연의 일치겠지만 참 신기할 노릇이다. 더불어 눈길을 끈 것은 “인생에서 길을 잃는 수많은 순간마다 이 철학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올 것이다.”라는 표지의 문구이다. 아무래도 익스프레스는 인생을 은유하는 말인 것 같다. 
  목차는 1부 새벽, 2부 정오, 3부 황혼으로 구성돼 있었다. 1부에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소크라테스, 루소, 소로, 쇼펜하우어, 2부에는 에피쿠로스, 시몬 베유, 간디, 공자, 세이 쇼나곤 그리고 마지막 3부에는 니체, 에픽테토스, 보부아르, 몽테뉴의 ‘삶의 지혜’가 담겨 있다. 이와 같이 철학자들의 삶의 지혜를 ‘새벽, 정오, 황혼’ 이란 시간 안에 배치한 것 또한 매우 은유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저자는 ‘인생’을 기차로 비유하고, 한 사람의 시작과 절정 그리고 끝이라는 인생의 시간을 ‘새벽, 정오, 황혼’으로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이 책이, 앞으로 달려 나가는 기차 같은 우리의 ‘인생’을 위한 책임을 알 수 있다. 즉, ‘인생’이란 기차 여행 속에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지혜를 이 책은 철학자들의 방언들을 통해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생각보다 빨리 읽어낼 수 있었다. 책의 1부 ‘새벽’의 첫 글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처럼 침대에서 나오는 법”이 참 인상 깊었다. 방학을 했으니 격하게 쉬고 싶은 나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다시금 침대 밖을 나와 좋은 사람이 되는 방법을 궁금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르쿠스는 나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 줬다. “새벽에 침대에서 나오기가 힘들면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라. 나는 한 인간으로서 반드시 일해야만 한다.” 아주 심플하다. 해야 하는 것과 중요한 것이 이불 밖 세상에 있으니 한 발 한 발 다시 발을 딛어 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는 ‘그래. 침대 밖을 나가 해야 할 것을 다시 시작하자’고 작게 읊조려 보기도 했다. 
  기차를 타고 철학자들의 삶이 담긴 도시로 떠나, 그들이 제시한 삶의 지혜를 떠올렸던 저자는 이 책을 써냈다. 그리고 나는 나를 운반하는 기차 안에서 ‘기차를 통해 철학자들의 삶의 지혜’를 만났던 저자만의 지혜를 만났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마치 기차가 그렇듯 고요하나 미세하게 나를 흔들어 일깨워 주는 책이었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인생을 바라보는 지혜를 습득하기 위한 여행을 잠시 다녀올 수 있었다. 이 여행에서 저자는 탁월한 여행 가이드 역할을 맡았다. 이 여행은 진부하거나 고리타분하지 않고 매우 생동감 있게, 그리고 현실적인 경험의 언어로 지금-여기의 내 삶을 비추는 방식으로 나를 이끌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새해를 맞이하기 전 리프레쉬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읽기에 매우 충분한 책’으로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다. 지금 읽으면 딱 좋을 책이다.

차진명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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