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후 나에게

  반가워, 난 얼마 남지 않은 21살을 매우 아쉬워하고 있는 일 년 전의 너야. 대전에서의 일 년이 지나간다. 그때쯤이라면 곧 3년 차 대전 시민이겠네. 이제 대전은 좀 익숙해졌어? 올해의 너는 많은 경험을 했어. 많이 웃었고 많이 울었고 미친 듯 놀기도 했고 나름 공부도 했어. 실컷 망하기도 하고 잘하기도 했지. 다양한 일들이 많아서 21살이 너무나도 빠르게 지나가 아쉽기도 해.
  지금 나는 고민이 많아. 이런 고민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은 하나야. 두려움, 앞이 보이지 않으니 무서울 수밖에. 너에게 이 고민의 답들을 물어보고 싶지만 그건 네게 기대라는 이름의 족쇄를 거는 것 같아 그럴 수 없네. 기대라는 감정은 긍정적으로 들리지만 그 이면에는 책임이라는 무거운 단어가 포함돼 있으니까. 1년 후에 나에겐 그런 짐을 지우고 싶지 않다. ‘그저 지나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하고 네가 웃고 있으면 좋겠어. 친구, 학업, 연애, 진로 뭐 하나 제대로 해놓은 게 없어서 이번 연도의 나는 절망적이야. 21살의 나는 지금 경험하고 있는 이 감정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들지만 22살의 네가 봤을 때는 그냥 흘러가는 구름 같았으면 좋겠다.
  나는 요즘 내 취향을 찾아가는 중이야. 그래서 이번 1년은 20년 동안 살았던 인생과 다른 삶을 살아봤거든. 결론은 간단했어. 난 그냥 내가 평소 살아왔던 것처럼 다시 살아가려고 해. 많은 사람과 어울리는 것보단 편안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좋고, 돈보다는 여유로운 것이 더 좋고, 배드민턴 치는 것과 노래 부르는 것은 항상 좋더라. ‘그게 날 이끌어 주겠지’라는 막연한 믿음을 가지고 나에 대해 알아가고 있어. 어른이 되면 저절로 잘 알 줄 알았는데 어른이 되고 여전히 나는 서툴다는 사실만 잘 알고 있어.
  너는 어떤 사람이니? 네가 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피해야 할까? 학교에서 회귀직선을 적합하는 방법은 알려줘도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알아가는 방법은 안 알려주던데, 답답하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들이 보이지 않고 내가 가장 좋아하던 것들이 사라지고 많은 일이 겹치니 나라는 사람이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더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는데 그저 그 정도의 감정을 느껴보지 않았던 걸까 생각이 들더라. 그래도 걱정하지는 마. 지금은 많이 좋아진 상태야. 재미있는 부분은 내가 처한 상황은 뭐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이지만, 마음가짐이라는 게 신기할 뿐이야.
  나는 날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사람들에게 내 시간을 줄 것이고, 내가 행복해지는 방법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려고. 생각을 고쳐먹고 감정 정리가 끝나가니까 상황도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달라지고 있더라. 뭐 하나 제대로 된 부분도 없는 엉망진창의 21살이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겠다. 네게 많이 미안하지만 내가 만들어 놓은 이 서툴고 뒤죽박죽이 된 결과물을 잘 정리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하고 싶었는데 조금 더 성숙한 시야가 필요한 거 같아. 이제 나는 널 만날 수 없지만 너는 내가 있었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으니까. 가끔 추억해 주길 바라.

권사랑 (정보통계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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