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이란 무엇인가

  우리 대학교에는 공무직 노조가 게시한, 정규직 직원들과 같은 처우를 해달라는 현수막이 몇 개월째 붙어 있다. 그런데 공무직에 대한 세상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정규직과 같은 처우를 받고 싶으면 같은 방법으로 입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규직 입사자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 그 자리를 얻었는지 나열하며 공무직이 같은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공산주의냐는 원색적 비난도 일삼는다.
  이는 입시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으로 교육받고 시험만이 공정한 방법이라고 주입받아 온 사고방식 때문에 벌어지는 을과 을의 갈등뿐이다. 사람들은 주로 시험을 거치지 않고 입사하는 공무직에 ‘낙하산 인사’가 다수이며, 그렇기 때문에 입사 후에도 업무 태만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자기 주변에서, 직장에서 직접 보았다고 말한다. 내가 겪은 공무직 직원들은 정규직과 똑같이 일했으며 오히려 무기계약직이라는 불안정한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는 경우가 다수였다. 이렇게 개인적인 경험으로 전체를 일반화하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짚어 봐야 한다. ‘다수’의 기준은 무엇인가? 시험을 쳐서 입사한 정규직 중에는 태업하는 이들이 없는가? 편견에 입각한 의견은 아닌가? 시험은 늘 공정한가?
  한 달이 멀다 하고 권력층이 누군가의 위탁을 받아 취업 비리를 저질렀다는 뉴스가 보도된다. 세간을 뒤흔들었던 강원랜드 사례만 해도 200명 넘는 정규직 직원이 채용 비리로 부정 취업을 했었다. 김성태 전 의원은 자신의 딸을 KT에 부정 채용하도록 청탁했다. LG전자는 유력자 자녀들을 채용하도록 명단까지 만들어 특별 관리해 온 것으로 드러나 현재 재판 중이다. 한겨레취재 결과 지난 5년간 공공기관 58곳에서 최소 278명을 부정 채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밝혀진 것만 이 정도이니 정규직 채용 역시 공정하지 않다. 공무직 채용에만 ‘낙하산 인사’의 잣대를 들이미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한 셈이다.
  공무직 노조의 핵심 주장 중 하나는 정규직과 다를 바 없는 업무를 한다는 것이다. 직원이 1만여 명인 공공기관에서도 수많은 공무직을 채용해 업무를 맡기는데, 정규직 직원들이 좀 더 지속적인 사업을 맡는다면 공무직 직원들은 정권이 바뀌면 끝날지도 모르는 사업을 맡는다는 점만 다르다. 그러니 사업 종류는 다르지만 업무 강도나 내용은 같을 수밖에 없다. 물론 국가 정책은-특히 지급에 관한 제도는-쉬이 바뀌지 않음으로 사업이 금방 끝나지 않을 것이며, 사업이 끝난다 해도 인력이 부족한 회사에서는 이미 기관의 룰을 익힌 이들을 쉽게 해고하지 않고 또 다른 사업을 맡길 것이다.
  이렇게 같은 업무를 한다면 어째서 다른 대우를 받아야 할까? 까다로운 채용의 조건, 부족한 일자리는 공무직의 과오가 아니라 인력에 충분한 비용을 들이지 않는 대한민국의 고질적인 문제이다. ‘공정’은 지나친 경쟁으로 지친 우리 세대가 기댈 수 있는 그나마 가치이기 때문에 수호돼야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입사의 방식’만이 공정한 처우의 척도가 될 수는 없다. 정규직 채용과정이 지난하고 복잡하고 과도한 자격증과 시험을 요구하는 것은 적은 자릿수를 마련한 채용 기관이 입맛대로 지원자를 굴리는 것일 뿐이지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할 근거가 되기 어렵다.
  차별이 너무나 많은 세상에 우리가 바뀌도록 손가락질 해야 하는 곳은 차별을 조장하는 권력층이지 이 시장의 약자인 비정규직이 아니다.

공연화 (여성젠더학과 석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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