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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습관, ‘기록’
박채원 기자 | 승인 2021.06.03 11:26|(1169호)
기자의 일기와 독서 노트,  기자가 기록하고 있는 일기와 독서 노트다. 사진/ 박채원 기자

  ‘기록’이라 하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기록의 사전적 정의는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글을 적는 것, 또는 운동 경기에서 세운 최고 성적이나 결과를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나뉜다. 서류, 자료로 흔적을 남기는 행위 또한 기록이라 일컫는데, 원초적 기록은 최소 기원전 2500년경부터 시작됐다.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기록 문화는 단순 행위를 넘어 일상 속에서 자신을 되찾으려는 심리, 사회적 현상으로 소화되고 있다. 과연 현대인은 어떤 방식으로, 어떤 것들을 기록하고 있을까? 점점 발전하고 있는 다양한 기록 형태와 그의 가치에 대해 알아보자.

  기록의 형태

  - 온라인 기록 (SNS)

  디지털 시대 발달과 함께 기록의 형태 또한 다양해졌다. 보통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에 하루 일과나 기분은 어땠는지, 어떤 걸 먹었는지, 또는 어떤 곳을 갔는지 기록하기 위해 글을 게시한다. SNS에 그날의 흔적을 남기면 훗날 그 글을 되새김질하며 추억을 회상할 수 있다. 이처럼 간단히 자신의 일상을 남기는 일도 일종의 기록이다. 
  2003년도에 시작해 꾸준히 성행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네이버 블로그’는 본인만의 고유 공간에 사진과 함께 비교적 제한 없는 글자 수로 자유롭게 원하는 만큼 글을 포스팅할 수 있어 인기다. 네이버가 발표한 ‘2020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네이버 블로그는 작년에 코로나19로 신규 이용자가 늘어 총 3억 건에 가까운 포스팅이 올라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2030 세대가 전체 블로거 비율의 63%를 차지했다.
  이처럼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 사람들은 비교적 간편하고 빠른 온라인 플랫폼으로 각자만의 기록을 생활화하고 있다.

  - 영상 콘텐츠 기록

  요즘은 글, 사진 외에 영상 콘텐츠로도 본인의 일상과 취미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많다. 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에 있는 수많은 콘텐츠 중 일상 VLOG(비디오와 블로그의 합성어, 자신의 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콘텐츠)가 그 대표 예시다. 

  영상 크리에이터는 본인의 일상을 담은 영상을 구독자들과 함께 공유하며 소통한다. 유튜브 브이로그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고 기록함으로써 자신을 표현한다는 데 있다. 실제 일상 VLOG를 운영하는 박채은(독어독문학∙3) 학우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일상의 순간들을 영상으로 간직하고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며 “사진이나 글과는 또 다른 영상만의 생동감과 영상미가 느껴져 기록하는 데 즐거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취미를 기반으로 한 영상 콘텐츠들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얼마나 했는지 운동 시간과 방법을 기록하는 운동 유튜브, 아이의 커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육아일기, ‘study with me’와 같이 공부 시간을 기록하며 대중에게 공유하는 일 모두 기록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영상 플랫폼은 글, 사진, 기타 온라인 웹사이트에 국한되지 않고 기록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영수증 서점 일기, 서점 벽면에 위치한 영수증 서점 일기의 일부. 사진/ 박채원 기자

  수기 기록

  - 독서 기록

  디지털 기록이 성행하는 와중에도 수기 기록을 꾸준히 지속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코로나19로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며 독서 기록이 다시 취미 활동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독자들은 단순 완독에 그치지 않고, 독후감이나 느낀 점을 각자의 방식대로 기록한다. 블로그와 SNS, 휴대폰 메모장 등 온라인 기록은 비교적 간단하고,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노트나 메모장에 어떤 책을 읽었는지 손으로 쓰고, 인상 깊었던 구절을 필사하는 활동은 몸소 기록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아날로그 방식을 추구하고, 타인과 자유로이 기록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은 직접 필사, 독서 모임을 만들어 함께 기록을 실천한다. 실제 여럿이 모여 100일간 정해진 목표에 도전하는 행동 변화 플랫폼 ‘카카오프로젝트 100’에서는 ‘기록’을 주제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 종류는 꽤 다양하다. 생산적인 하루를 위한 일상 기록, 하루 15분 시 필사, 매일 다이어리 쓰기 등으로 참여자들은 본인의 기록을 타인과 공유하며 자기계발과 함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 일기 쓰기
  기록의 종류 중 또 하나 익숙한 것이 바로 ‘일기’다. 일기는 그날그날 겪은 일이나 생각, 느낌 따위를 적는 개인의 기록이지만, 하루의 기록이 일기의 전부는 아니다. 일기는 어떻게 쓰고 무슨 주제에 맞춰 작성하느냐에 따라 카테고리가 무궁무진하며 후에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귀중한 재산이 된다. 식단 일기, 운동 일기, 취미 일기, 육아 일기 등 일기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무엇이든 기록하면 일기가 될 수 있다.

  - 영수증 서점 일기
  대전에서 독립서점 ‘다다르다’를 운영하는 김준태(이하 서점원 라가찌) 씨는 영수증 서점 일기를 기록한다. 그는 일상 속 독서의 즐거움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영수증에 책의 한 구절과 서점원의 시선이 담긴 일기, 그리고 독립서점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들을 함께 담는다. 이외에 단골 독자들과 나눈 이야기, 지속 가능한 독립서점 생태계를 위해 독자들이 함께 고민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메시지도 전달하고 있다. 
  서점원 라가찌는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미래에 살아갈 사람들을 위해 주는 선물이라 생각한다”며 “우리는 누군가의 기록 덕분에 현재와 미래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상상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영수증 서점일기를 쓰는 이유에 대해 “작은 기록이지만, 서점을 운영하거나 서점을 좋아하는 분들께 누군가의 삶을 어렴풋이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이 기록이 미래의 나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고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서점일기를 기록하면서 서점원으로의 삶을 객관적인 관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덧붙여 “기록은 점차 쌓여갈수록 단단해질 것”이라며 “서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기록이 서점을 준비하거나 운영하는 분들께도 보탬이 되면 좋을 것 같다”고 기록을 모두와 함께 나누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필름카메라 현상 사진 기록,  기자의 필름카메라로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사진/ 박채원 기자

  사진 기록

  사진 한 장으로 그날의 분위기와 행동을 떠올리듯, 사진을 찍는 것 또한 일종의 기록이다. 지난 3월, 한국후지필름은 사진을 통해 일상을 색다른 감성으로 기록할 수 있는 ‘필름일기’, ‘하루 한 장 챌린지’를 진행했다. 이는 즉석카메라로 30일 동안 매일 필름 일기를 인증하는 챌린지로, 한 달간 매일 실천하는 모습을 공유하며 함께 기록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1차 모집(5명)은 오픈한 지 25초 만에 마감, 2차 모집(15명)은 10분 만에 마감되며 MZ세대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처럼 사람들은 매일의 일상을 사진으로 생생하게 기록하는 활동에 새로움을 느끼고 있다.
  최근 아날로그 감성이 유행하면서 필름카메라 또한 열풍 대열에 합류했다. 카메라로 촬영한 사진을 SNS에 업로드해 공유하는 사람들과 필름 사진을 현상해 그날의 분위기를 간직하려는 기록물이 많아졌다.
  지난 3월,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세~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날로그’ 감수성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필름 카메라 사용 비율이 ▲ 20대 32.8% ▲ 30대 19.6% ▲ 40대 14.4% ▲ 50대 11.6%로 나타났다.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이유로 응답자들은 복고 감성을 느낄 수 있고(52%, 중복응답), 사진을 통해 진짜 기록을 남긴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라고(47.5%) 대답했다.

  기록의 가치

  이처럼 기록의 형태와 종류는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기억을 가능한 한 빨리 어딘가에 남기기 위해 기록을 실천한다. 기록은 그저 무언가를 적는 행위를 넘어 시간과 기억을 연결해준다. 또한, 과거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미래의 나를 준비하는 자산이 된다. 삶의 사소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때의 느낌과 감정을 기록해두면 궁극적으로 ‘나’라는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
  어떤 것이든 기록하겠다 마음먹으면, 그 마음이 기록할만한 무언가를 찾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그리고 그 무언가의 기록은 아주 사소한 것이었으나 그 사소함 속에서 훗날 위대함을 드러낼 것이다.
  최근 온라인 기록물이 많아진 만큼, SNS 기록은 즉각 공유되기 때문에 기록자뿐만 아니라 타인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기록은 더 이상 개인의 단순한 행위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공유되며 그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다. 
  살아가는 순간을 남기고 그 경험을 공유하며 기록의 쓸모를 피부로 느껴보자. 작은 기록이라도 흘려보낸 일상의 조각, 그리고 현재를 저장한다는 것만으로 기록의 효용은 충분하다.
 

 

박채원 기자  pcw6642@o.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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