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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대신문 | 승인 2021.06.03 10:46|(1169호)
앙드레 고르 저,  『 D에게 보낸 편지 』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이자 언론인인 앙드레 고르. 그는 ‘최저임금제’를 역설한 선구적인 노동이론가이자 생태주의를 정립한 초기 이론가로 알려져 있다. 산업시대의 헤게모니 속에서의 노동 중심성의 종말을 고하고 글로벌 경제 및 정보화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예견한 그의 선견지명은,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란 찬사를 내린 사르트르의 평가를 선뜻 긍정하게 만든다. 그토록 빛나는 지성을 가진 그의 사랑의 편지가 여기, 지금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한 사랑의 모범으로 남아 있어 당신에게 소개하고자 한다. 지난 글에서 필자는, 사랑이 기쁨의 감정이며 우리 신체의 크기를 더 큰 완전성으로 이행시키는 ‘힘’의 감정이라는 스피노자의 언급을 정리했었다. 이어서 이번 시간에는, 사람이 사랑을 받게 될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화될 수 있다는 스피노자의 잠언의 한 실례가 되는 앙드레 고르의 편지를 펼쳐볼 요량인 것이다.
  “당신은 이제 막 여든두 살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함께 살아온 지 쉰여덟 해가 되었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요즘 들어 나는 당신과 또다시 사랑에 빠졌습니다. 내 가슴 깊은 곳에 다시금 애타는 빈자리가 생겼습니다. 내 몸을 꼭 안아주는 당신 몸의 온기만이 채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6쪽)
  위와 같은 내용으로 시작하는 그의 편지는 자신의 “사랑 이야기를 재구성하여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온전한 의미를 파악하려는 몸짓”으로부터 비롯된다. 앙드레 고르는 이 책에서 “사랑이란 두 주체가 서로 매혹되는 일, 즉 도무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면, 사회화할 수 없는 면, 사회가 강요하는 자기들의 역할과 이미지와 문화적 소속에 거역하는 면에 끌려 서로에게 빠져드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진실로 그는 사랑하는 도린과 함께 있을 때마다 ‘다른 곳’, ‘낯선 곳’에 이르게 된다. 즉,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다른 세상, ‘타자성’의 차원으로 이끌렸었던 것이다. 둘은 세상에서 확실한 자리를 갖고 있지 않다는 점, 근본적인 불안 그 원초적 상처를 공유한다는 점으로부터 인연을 맺게 된다. 이때, ‘변화’의 능력을 가진 사랑은 그의 실존적 전향의 원동력으로 개입한다. 삶의 결정적 전환점이 되어준 연인에게 큰 영향을 받은 앙드레 고르는, 마침내 ‘사랑’이란 서로를 보호해주며 함께 ‘미래를 향해’ 열려가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그의 사랑은 더 나아가 실천의 영역인, 그만의 ‘글쓰기’ 작업 안에서 향유된다. “사랑의 열정이 타인과 공감에 이르게 되는 한 방식”이라고 한다면, 이는 글쓰기의 은유로 마땅하다. 사랑이 철학 안과 밖의 공간을 넘나드는 것처럼 글쓰기도 그러한 성질을 갖기 때문이다.
  사랑이 그것의 관념 너머의 ‘타자성’의 차원으로 이끌 듯, 언어 본래의 물질적 경계를 뛰어넘고 다른 것을 말하게 하는 힘의 실현과 이행은 글쓰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앙드레 고르는 ‘사랑’을 말하기 위해 ‘편지’ 글쓰기 방식을 택했다. 자신을 넘어서서 그가 맞닥뜨린 타자성의 차원은 글쓰기로 이중 전이되면서『D에게 보낸 편지』라는 ‘책’으로 비로소 이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이제 독자들은 편지를 통해 앙드레 고르가 이해한 사랑의 체험을 넘어서는 문학의 마술적 힘을 엿보게 된다. 달리 말해, 이 편지 글쓰기는 사랑이라는 개인의 경험적 주제를 넘어 진실-사건이 어떻게 말해질 수 있는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필자는 당신에게 ‘편지’ 안의 ‘사랑’이라는 겹의 형식을 빌어 우리 또한 ‘낯선 세계, 그 타자성’을 만나게 하는 이 미적인 이야기를 읽어보시라 적극 권장하고 싶다. 한 사람의 사랑의 사연을 넘어선, 사유의 향연이 담긴 형상, 이 이야기를 말이다.

차진명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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