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저, 『강신주의 감정 수업』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인해 일상생활의 제약이 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증상을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고 명명하고, 코로나 블루가 코로나 레드(Corona Red)로 이어지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할 것을 권고한다.
  코로나 레드(red)는 ‘코로나 블루’를 한 단계 넘어선 상태로, 지속되는 감염병 상황에서 생겨난 우울이나 불안 등의 감정이 분노로 폭발하는 것을 가리킨다. 코로나 레드의 ‘적신호’가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삶의 조건이 악화된 만큼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잠식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감정들을 잘 이해하고 다스리는 일에도 능동적인 배움이 필요해지는 것이다.
  감정 윤리학의 선구자인 스피노자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을 48가지로 나누어 각각의 본질을 명확히 규정해 냈다.
 『강신주의 감정 수업』은 그러한 스피노자의 48가지의 감정 개념들을 대문호들의 작품 내용과 함께 소개한다. 감정들의 사태를 미적으로 형상화한 문학 거장들의 작품 내용을 책에 담은 것은 독자들의 수월한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서 우리는 각각의 감정들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굴곡지게 하며 영향을 주는지 통찰해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48가지의 감정 중 몇 가지만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지치고 힘든 상황에 놓인 사람은 ‘절망’과 ‘비루함’의 복합적인 감정에 빠질 수 있다.
  스피노자는 우울감에 속아 나에 대해 정당한 것 이하로 느끼는 감정이 ‘비루함’이라고 설명한다. 자신을 삶을 운전하지 못하는 자로 여기며, 여전히 노예 의식에 종속돼 있다고 믿을 때 생겨나는 슬픔이 비루함이라는 것이다. 그는 비루함과 동반되는 이 슬픈 감정이 우리의 신체의 완전성의 크기를 더 작게 축소 시키고 ‘절망’으로 이행하게 만든다고 규정한다.
  이러한 상태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 사랑의 기쁨, 자긍심, 희망 등의 긍정적인 감정들로 우리의 신체와 정신을 이행시켜야 한다. 스피노자는 사랑이 기쁨의 감정이며, 우리 신체의 크기를 더 큰 완전성으로 이행시키는 ‘힘’을 소유한 감정이라고 주장한다.
  사람이 주변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때 머리부터 발끝까지 변화될 수 있게 된다는 스피노자의 잠언은, 사랑으로 이루어지는 주체와 세계 내 관계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음을 준다.
  또한, 그는 나의 존재와 나의 활동 능력이 전혀 왜소하지 않다는 사실에서 기인하는 기쁨을 ‘자긍심’이라고 규정한다.
  자긍심은 나를 정당하지 않게 바라보는 비루함과 다르게 나의 능력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만드는 감정이므로 주체적인 삶에의 운동에 있어 중요한 동력이 된다.
  스피노자는 걱정과 염려가 불확실한 미래성으로부터 기인하는 것이라 말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미래를 향한 기대와 희망을 품어야 한다는 역설적 진실에 놓인다.
  그러므로 삶이라고 하는 외딴섬에서 홀로 방황하는 현대인이라면, 꿈과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돌아보고 보살피는 일이 더욱 중요해진다.
  스피노자는 진정한 희망의 다른 이름이 ‘자유’임을 일러준다. 진정한 희망인 자유를 향하여, 내면의 감정들을, 주체의 ‘주인됨’의 의식 아래에서 우리를 해방으로 이행하게끔 하는 긍정적 힘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삶의 운전대를 잡는 힘의 근력을 기르기 위해서 나만을 위한 ‘감정 수업’을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떨까?

 

차진명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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