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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 쓴 일기.
충대신문 | 승인 2021.03.03 14:30|(1167호)

  2.
  난 항상 언니를 좋아했다.
  언니는 거의 모든 것들을 나보다 잘했다. 어디에서나 칭찬받고 모범적인, 동생이 혼날 땐 자신을 대신 혼내달라며 울던 교과서적인 언니였다.
  언니는 하루를 꽉 채워 사는 사람이다. 8시간을 자고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그 사이에 드라마, 영화나 책을 보고 점심을 준비하고 독서모임, 영화모임 같은 각종 온라인 소모임에 참여하며 철학 강의를 신청해서 듣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허투루 시간을 보내지 않는 건강한 일상을 사는, 자신에게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게 아쉽다는 사람이다.
  언니는 소소하게 운이 좋은 편이다. 각종 이벤트에 당첨돼 집 앞으로 물건들이 배송되곤 했고, 시험 운도 좋아 언니가 공부한 부분만 시험에 나올 정도로 자잘한 행운을 가지고 있다.
  언니가 같은 대학으로 편입한 이후로 언니와 나는 자취를 시작했다. 언니와 내가 애틋하고 사랑이 넘치는 그런 관계는 아니었다. 그냥저냥 잘 지내는, 가끔은 말다툼도하는 자매였다. 그러나 자취를 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오래 곁에 있다 보니 더 가까워져 서로에게 기댈 수 있는 사이가 됐다.
  응급실에 세 번 실려 가는 동안 언니는 한 번도 운 적이 없었다. 바닥에 흥건하게 퍼진 피를 말없이 닦고 그 흔적들이 내 눈에 안 보이도록 숨겨서 버렸다. 수술을 받고 치료실에 실려 가는 길에 봤던 언니의 표정은 안면근육이 하나도 움직이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누워있으면 언니는 곧잘 다정한 얼굴로 내게 무슨 일 있었냐, 물어왔다. 병원을 알아본 것도, 상담센터에 전화해 상담을 신청한 것도, 손목을 쓰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모든 집안일을 다 해내던 것도 언니였다.
  내가 다 망쳐버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동안, 부모님이 무너져 내리는 동안에도 힘든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묵묵히 견뎌내도록 도와준 것도 언니였다.
  언니가 없었다면 지금의 내가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언니가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여전히 자주하고 그런 마음을 표현하려고 애쓰는 중이지만 다 전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언젠가 언니에게 나로 인해 지치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다면 내 얘기를 해도 된다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 말에 언니는 나에 대해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런 일을 겪으며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 없다고 말했다. 그 말에 담긴 무심한 애정이 여태 나를 살렸다는 생각을 했다.
  언니는 여전히 하루를 꽉 채워 살며 나와 살고 있다. 다시 무너지더라도 나에겐 든든한 버팀목이 있으며, 그 존재 자체로도 나를 지탱해주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고 언니가 알고 있기를 바란다.
  나는 항상 언니를 사랑한다.

 

안미진 (국어국문학·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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