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아래로

김재중 기자,  국어국문학과

  기자로서 몸담았던 약 2년간의 충대신문 활동이 마침내 끝을 맺었다. 노상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았었는데 막상 이곳을 떠나려니 그동안의 추억들이 새로이 떠오른다. 가장 처음으로 적었던 기사가 끝내 신문에 실리지 못했던 것부터 모 단과대 학생회 비리를 조사하던 도중 증인이 비기사화를 요청해 취재를 중단한 일까지 온전히 기억난다.
  무엇보다 기자는 편집부국장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충대신문에 쏟은 시간을 가치 있다고 여긴다. 편집부국장은 호마다 기사를 적절히 배치하고 모든 면을 편집하는 역할을 맡는다. 가끔씩 들어가는 총학생회 선거 독려, 수습기자, 학우연재자 모집과 같이 포스터 제작도 도맡아했다. 매 호 지면 편집은 정해진 틀에 맞추는 거라 그리 새롭거나 흥미롭지는 않았다. 오히려 학우연재에 들어갈 여러 로고를 제작하는 것에 점점 흥미가 생겼다. 학우연재 로고는 그 분야와 잘 어우러지게 만드는 게 관건이었다. 기사는 글이지만, 로고는 그림을 디자인하는 거라 색다르게 느껴졌다. 신문에 게재되거나 홈페이지에 있는 로고 외에도 기자가 만든 로고들은 꽤 많았다. 당시 유행에 맞춰 로고를 만들기도 하고, 로고 특성에 따라 디자인에 변화를 줬다. 로고를 만드는 작업은 코너 특성을 살리고 취향을 반영할 수 있어 특히나 애착이 갔다. 그만큼 미진한 느낌이 나지 않도록 로고 하나하나를 만드는 데 정성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이따금 일어났다.
  먼저 ‘나의 시, 당신의 노을’ 로고엔 숨겨진 일화가 있다. 원래 한 학기 동안 학우 연재에 기재될 ‘코너명’을 토대로 로고를 디자인해야 한다. 그러나 한창 로고 초안을 그리던 중, 첫 연재 작품의 '제목'을 코너명으로 착각한 채 로고를 만들고 있었다. 결국 그때까지 스케치한 여러 후보를 전량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한편, ‘너에게 묻는다’ 로고는 정말 우연한 계기로 만들어졌다. 키보드를 무심코 들여다보니 ‘ㅁ’, ‘ㄴ’, ‘ㅏ’의 자판이 각각 ‘A’, ‘S’, ‘K’의 자판과 같은 자리에 배치돼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생각해 보면 당연하지만 대부분 거의 의식하지 않는 이 사실은 기자의 첫 타이포그래피를 만들게 해 준 기틀이 됐다.
  ‘역사교실’ 로고는 여러 번의 고민을 거쳐 탄생했다. 로고 배경은 전근대와 현대 중에, 그림은 역사적 인물과 사건 중에 고심했다. 심사숙고 끝에 배경은 전근대로, 그림은 역사적 ‘인물’로 그리기로 했지만, 그 후에도 과연 누구를 주인공으로 정해야 할지 고뇌에 빠졌었다.
  이뿐만 아니라 각각의 로고에는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주제가 함축돼 있다. 예컨대 ‘체험일주’ 로고는 직접 발로 뛰면서 체험한 경험을 솔직하게 작성하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우리 학교 소재지인 대전의 초성 ‘ㄷ’ 자와 ‘ㅈ’ 자를 사람 모양으로 형상화해 만들었다.
  사연 없는 삶은 없듯이, 모든 로고에는 제작된 내력과 그 의미가 포함돼 있다. 가끔은 우리 학교의 로고나 자신이 사는 지역의 로고처럼 우리 주변의 로고들에는 무엇이 표현돼 있는지 찾아보면 어떨까?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