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상 저, 『존재와 시간』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존재들을 만나고 이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본다.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자연의 질서와 달리 인간은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삶을 종결하는 존재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 존재의미를 형성할지 고민하며 살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시간과 존재를 엮어 철학적 성찰을 한 책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이다. 하이데거의 책은 그동안 철학에서 사유되지 않던 영역을 지칭하기 위해 새로이 창조한 말들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일반 언어체계로 그의 책에 접근할 때,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 자체가 난제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더 쉽게 하이데거의 사상을 이해하면서도 그 생각의 깊이를 함께 아우를 수 있는 책 중 하나가 이기상의 『존재와 시간』이다,
  이 책은 21세기의 지성인들이 세계 내에 발생하는 존재사건에 귀 기울이고 그에 응답함으로써 더 의미 있게 살아가기 위해 기획됐다. 새로운 삶의 장을 떠올리는 여정을 함께 가기 위해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돼 있다. 1부의 시대·작가·사상은 하이데거의 철학적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바탕에 해당한다. 여기에서 저자는 현재 이 시점에서 『존재와 시간』이 지닌 가치, 하이데거 철학의 의미와 영향 그리고 하이데거의 생애를 간략히 다룬다. 이는 『존재와 시간』을 아우르는 하이데거의 철학적 배경과 영향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2부에 본격적으로 논의되는 하이데거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된다.
  2부는『존재와 시간』에 대한 해설에 해당한다. 하이데거는 고대 그리스 이래로 서구 철학에서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질문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날 존재 의미가 망각됐다고 문제 제기 한다. 하이데거에게 인간은 존재를 이해하면서 존재 의미를 물을 수 있는 독특한 존재자다. 하이데거는 이제라도 인간을 새롭게 봄으로써 존재가 상실된 세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신의 존재가 어떻게 존재할지 결단을 내릴 수 있다. 이는 자기 자신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염려를 담고 있다. 매 순간 내리는 선택에 따라 인간은 자신의 세계를 변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불안은 포근하고 안정적이던 생활이 깨지면서 선택할 자유가 생길 때 강렬히 나타난다.
  책 64쪽에서 저자는 “우리의 눈은 주어진 것만을 보는 눈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가 어떤 대상을 바라볼 때, 단순히 시각적 정보만을 얻는 게 아니라 동시에 대상에 대한 가치판단을 행한다는 것을 뜻한다. 우리가 보는 대상은 각자의 규정이나 판단과는 무관하게 존재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것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가에 따라 그 존재 의미는 다르게 다가온다. 마찬가지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 따라 순간의 결정이나 나의 존재 가능성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는 앞으로 더 많은 결정의 순간을 만나고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는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자신의 존재 가치를 어떻게 변형할지 고민해야 한다. 이는 ‘나라는 인간이 무엇인가’를 고민하며 자신의 인식체계를 부단히 새롭게 하는 작업을 실천해야 함을 뜻한다.     
  이기상의 『존재와 시간』은 하이데거의 원전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지만 결코 만만한 책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며 매 순간 선택을 앞둔 우리에게 지혜와 위로를 전달하고 있다. 대학생활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선택의 자유가 주어지는 귀한 순간이다. 이는 안정을 주었던 틀에서 벗어나 성인으로서 자신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가야 함을 뜻한다. 새해는 묵은해를 지나 보내며 새로운 각오로 새 삶을 시작하는 시작점이다. 이 책이 새해에는 자신의 존재 가능성을 시험하며 새롭게 자신의 존재 의미와 존재 가치를 찾는 동반자가 되기를 바란다.  

 

이하은 (국어국문학과 박사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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