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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수능이 끝난 나에게
충대신문 | 승인 2021.01.13 16:07|(1166호)

 오랜만이네. 나는 너의 어제이자 오늘 그리고 내일이야. 수능 한파라는 말이 기분 탓이라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올해 11월 14일은 별로 춥지 않았던 것 같아. 한 달 정도 연기된 수능을 날씨도 알고 있는 듯해 기분이 묘하다. 수능 어땠어? 알아, 항상 내 생각만큼 잘 되진 않지. 시험이 끝나고 나서 느꼈던 그날의 공허함을 나는 잊지 못하고 있어. 나에게 수능이란 큰 의미가 없다고 되뇌었지만 가슴은 아니었던 거지. 어쩌면 수능이 끝나고 본 하늘이 어제와 똑같아서 심통이 난 것일 수도 있어. 내 10대의 전부를 바쳐 수능이란 글자를 향해 달려갔는데 어느새 나보다 뒤처진 그 글자가 그리운 걸지도 몰라.
  지금의 내가 너보다 잘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나는 너보다 조금 더 많은 책을 읽었고 많은 생각을 적었고 감정들을 느꼈지. 그래서 내 이야기를 조금만 할게. 너도 느꼈을 거야. 어릴 적 힘겹게 올라간 바위가 이젠 작아졌고 내가 갈 거라 믿은 길과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생각보다 많이 다르다는 걸 말이야. 내가 생각한 길은 활주로를 닮은 곧고 긴 대로였는데 내 주변을 보면 곧지도, 길지도 않은 길이 보여. 흙먼지가 일고 돌부리가 튀어나오고 숨이 막히는 오르막을 걷고 있지. 가는 길목마다 숨이 찰 거야. 많이 넘어질 거야. 하늘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고, 빛이 사라져 길이 보이지 않을 거야.
  요즘의 나는 빛을 찾고 있어. 내게 무엇이 소중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가지고 싶은 것과 가져야 하는 것 중 무엇이 먼저인지. 어디로 갈지 어떻게 갈지. 나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두렵지만 아직 남은 다리의 힘에 이끌려 걷는 중이야. 아마 길이 보이지 않을 거야. 잊고 잊히는 게 두려울 거야. 무섭고 아플 거야. 그래도 웃을 수 있을 거야. 내가 웃는 이유는 네 덕분이니까. 길을 잘못 들어도 좋아. 길을 새로 만들면 더 좋아. 그리고 길을 잃어도 괜찮아. 네가 있는 숲속에서 너의 발이 닿아 있는 곳이 길이 아니라 해도 빛을 찾으면 길도 보일 테니까.
  너무 힘들면 주변을 둘러봐. 비록 걷고 있는 이 길이 곧지도, 길지도 않지만 직사광선을 받을 필요도 없고, 지친 순간에 기대어 쉴 나무와 바위도 있고, 목이 마를 때 찾아갈 개울도 있어. 그러니 힘들면 네 옆에 있는 작은 소리를 잘 들어 주길 바라. 개울도, 나무도, 바위도 내가 질주하는 순간엔 보이지 않아. 오직 네가 그들에게 관심을 가진 순간에만 그 모습을 보일 거야. 이 흙길이 소중해지는 이유가 그 작은 것들 덕분이니까. 넌 그들을 위해 항상 세심한 배려를 해줘야 해. 그게 널 위함이니까.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 외우고 있는 책의 짧은 구절,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 아무리 급해도 작은 것들의 소리를 잊어버려선 안 돼. 그런 작은 것들이 나를 웃게 하거든.
  여기까지가 어쩌다 어른이 된 내가 고등학생인 네게 해줄 말이야. 별로 대단하진 않지. 하늘에 떠 있는 오늘의 구름이 그날의 구름과 같은 붉은 빛인 것처럼 나도 너와 별로 다르지 않을지 몰라. 구름을 보는 내 시선마다 그날의 공허함이 겹치는 게 증거지. 하늘이라도 갈라질 줄 알았던 그날, 생각보다 평범했던 그날이 나도 모르게 1년이 지났더라. 평범하지 않음에 눈물을 흘리고 평범함에 슬퍼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더라. 그러니 지금은 고통스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권사랑 (정보통계학·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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