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off station Ⅱ> 무대의 한 모습이다. 사진/ 메타댄스프로젝트 제공

  현대음악, 현대무용, 현대미술 등 ‘현대’라는 단어가 붙은 예술은 우리에게 어렵고 생소하다. 현대예술은 주로 서양에서 시작돼 발전해왔고, 이를 접한 많은 동양 예술가들이 매력에 빠져 나름대로 발전시켰지만 대중화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여기, 생계를 위해 다른 일을 하면서도 무용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노력해 성과를 낸 사람들이 있다. 바로 한 달 전 제29회 전국무용제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현대무용단 ‘메타댄스프로젝트(예술 감독: 최성옥 교수)’다. 구성원은 우리 학교 재학생 및 졸업생이다. 이에 충대신문은 메타댄스프로젝트의 곽영은 단장을 만나 메타댄스프로젝트 팀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메타댄스프로젝트 곽영은 단장과의 인터뷰 사진/ 김동환 기자

Q. 제29회 전국무용제 대상을 수상한 <off stationⅡ> 무대에 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A. <off station>은 2018년에 처음 서울 무용제에서 우수 작품으로 선정돼 경연에 임했던 작품인데, 올해 다시 그 작품을 업그레이드해 대전 무용제에 참가했어요. 이 작품은 현대인들의 소통 단절과 세대 간의 갈등, 이로 인해 계속 변화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문제들을 주제로 삼았죠. 또, ‘station’이 붙는 이유는 저희가 살아가는 과정을 여행이라는 모티브로 잡았기 때문이에요. 여행을 떠날 때 꼭 거쳐 가는 곳이 정거장이잖아요? 그래서 누군가를 만나고, 누군가와 소통하려는 장소로 정거장이라는 이미지를 정했어요.  
  그리고 대전역은 교통의 요충지로 영·호남을 거쳐가는 중간지점으로서 지역을 상징하는 의미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모습, 대전역 주변의 번화한 모습, 현대화된 역의 이미지를 더했어요. 여기에 ‘off’라는 단어를 더해 ‘정거장의 밖에서, 정거장이 없다’는 뜻을 추가했어요. 즉 사람들이 소통하지 못하면서 불시착도 하게 되고, 바다에서 표류도 하게 되고, 그러다가 각각의 섬들이 만나서 다시 어느 정도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희망을 갖자는 메시지로 만들어진 작품이죠.
  올해 작품에서는 2018년에 처음 만들어진 <off station>에 이동과 만남을 제약하는 코로나19에 대한 내용을 더했어요.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지금 현실을 얘기할 수 있는 작품이겠구나 싶었어요. 그 전의 작품에서는 ‘우리는 소통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고 얘기를 끝냈는데, 이번에는 밝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 ‘우리는 서로 소통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 수 있다’고 끝을 맺고 있어요.

Q. 이번 제29회 전국무용제 대통령상 수상으로 대전시는 5년 만에 전국 1등과 무대 예술상까지 2관왕을 달성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들었습니다. 대통령상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어떠셨나요?
 A. 당시 마지막 금상과 대상 수상을 남겨놓고 있던 때에 다음 공연을 위해 연습 중이던 무용수한테 “언니, 떨리죠?”라고 문자가 왔어요.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봤더니 무용수들이 유튜브 생중계로 시상식을 보고 있다고 하는 거예요. 그걸 알게 된 순간 대상 수상자로 호명이 돼 무대 위로 올라가 대상을 받았어요. 수상소감을 하는데 무용수들에 대해 말하면서 울컥 눈물이 났어요. 그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더욱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수고한 무용수들 생각도 많이 났고, 무대에 참여한 조명 감독, 조명 디자이너, 무대 디자이너, 의상 디자이너, 작곡 등 작품에 참여해 준 스태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 너무 좋았죠. 그리고 저희 무대 디자인 선생님이 무대예술상도 받으셔서 2관왕까지 했습니다. 그분들은 참석하지 못하셨지만, 함께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Q. 메타댄스프로젝트라는 팀명에는 무슨 의미가 있나요?
 A. 철학의 메타 이론을 차용해서 한 분야를 더 깊이 있게 연구한다는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어요. 메타라는 단어에 댄스를 붙여서 무용을 계속 연구하는 사람들을 표현하고, ‘무용을 넘어선 무용’이라는 뜻을 만들었어요.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처음엔 단기 프로젝트로 했기 때문이었는데 오래 지속되면서 팀명으로 굳어졌어요. 저희는 18명의 단원과 19년째 계속 유지되고 있는 팀이에요. 그래서 메타댄스프로젝트는 무용을 넘어선 무용, 실험적인 무대를 만들어 내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Q. 메타댄스프로젝트 팀을 가장 잘 보여주는 단어는 무엇인가요?
 A. ‘끈기’라고 생각해요. 민간단체로 활동하고 있어서 단원들 모두 본업이 있고, 무용단 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이어 나갈 수 없어요. 그래서 본업이 끝난 후 작품 연습을 하거든요. 평일은 아침 9시 본업인 무용 강습이 있으면  오후 6시 정도에 모든 게 끝나는데, 그때부터 연습할 때도 있고 평일 밤 10시에 모여서 연습을 하기도 해요. 일과 연습이 종일 진행되다 보니 굉장히 힘들죠. 또 출연료 지원이 잘 안 되는 공연이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만두지 않고 성과를 낸 건 단원들의 끈기가 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Q. 연습하다 힘이 들 때, 메타댄스프로젝트만의 활력소는 무엇인가요?
 A. 이거는 말해도 되나? (웃음) 음주요. 연습 끝나고 작품 하는 사람들끼리 술 한잔하면서 모여서 얘기하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또 다른 건 춤을 좋아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여기서 이들이 활동하는 이유는 자기들이 춤을 추고 싶고, 자신의 작품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힘들어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건 춤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닌가 싶어요.

Q. 하나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호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협력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A. 솔로인 경우엔 상관없지만 18명이 참가한 이번 작품처럼 여럿이 군무를 할 경우 함께 마음을 맞춰가며 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팀원 간에 사이가 안 좋으면 연습 분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안무를 할 때 이런 부분에 많은 신경을 쓰죠. 힘들어 보이면 “괜찮아? 무슨 일 있어?”라고 말을 건네며 무용수들의 상태가 어떤지 확인하곤 해요.
  또, 작품을 만드는 작업 자체가 함께하는 것이에요. 안무가는 안무를 구성하고 조합할 뿐, 뼈대를 만드는 것은 무용수 개개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이면서 작품에 대해 의견을 얘기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Q. 제29회 전국무용제 대전시 대표로 선발된 이후 메타댄스프로젝트 단원들의 일과가 어땠는지, 고충은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A. 낮에는 무용 강습을 했고, 일주일 중 4번 정도 무용 연습을 했는데, 평일은 4시간, 주말은 5~6시간을 함께 연습했어요. 연습 시간은 몸 푸는 시간 2시간 그리고 작품 연습이 3시간 정도예요. 준비운동을 길게 하는 이유는 무용할 때 몸이 아프지 않기 위해서예요.
  고충으로는 코로나19로 연습실을 확보하기 힘들었던 점이었어요. 저희 단원들이 충남대 대학원생, 강사 등 학교와 다 관련된 상태고 학교에 예술 감독님도 계시니까 재학생 수업 시간 외에 충남대 연습실을 사용했는데요, 알고 보니 코로나19로 학교 연습실도 폐쇄된 거예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떨어졌는데 학교 측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셨어요. 그래서 외부 연습실을 두 달 정도 대여했는데, 비용과 연습실 크기 등의 문제가 있었죠. 그러다가 학교 연구로 승인돼 공연 막바지에 큰 무대에서 연습할 수 있게 됐어요.

Q. 메타댄스프로젝트 팀의 각 공연에 다양한 사회적 의미가 내포된 것을 봤습니다. 메타댄스프로젝트는 무용을 통해 사회에 어떤 영향력을 끼치고 싶나요?
 A. 아무래도 현대무용이라는 장르는 창작하는 것이잖아요. 또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품이죠. 특히 저희 단원들을 보면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현대무용 자체가 현대에 이뤄지는 춤이기에 당연히 현대 문제에서 소재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 지금 일어나는 여러 문제점과 이야기를 안무로 승화해 의식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Q. 한국무용의 미래와 대중화 등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고, 어떤 노력을 하시는 중인가요?
 A. 한국에서 무용이 공연예술 중 가장 인기 없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공연의 티켓 점유율만 보더라도 제일 하위권이에요. 무용은 재미없고 어렵다는 인식이 있고, 무용의 대중화가 많이 안 돼 있어요.
  한국무용은 전통춤이고, 발레는 클래식이기에 이점이 좀 있는데 현대무용은 더욱이 ‘모르겠다’는 말이 많아요. 너무 추상적이고 어렵다는 의견도 많고 이해하기 어려워요.
  이런 현대무용을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대중화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선 무용을 접하기 힘든 일반 소외계층, 소외지역의 사람들이 무용을 쉽게 접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그들이 커서도 무용을 보러 가는 계기가 생기겠죠. 하지만 이런 인프라가 많이 없는 실정이에요. 이를 위해 소외계층, 지역을 찾아가는 공연도 많이 진행하는 중이에요. 그럴 땐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가볍고 재밌는 소재를 추구하죠. 그러면서도 순수 예술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순수 예술성을 잃으면 뮤지컬도 아니고 현대무용도 아닌 게 되니까요.

Q. SNS 활동, 무대 활동 등 메타댄스프로젝트의 향후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A. 11월 셋째 주에 클래식 연주와 현대무용이 어우러지는 공연이 대전 예술의전당에서 열렸고, 12월 4일에 무용단원들의 안무 신작이 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서 있어요. 또 대전문화재단의 비대면 공연 활성화 사업에 선정돼 2주에 1~2번씩 창작 활동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중이에요. 방구석 챌린지, 무대 뒤 이야기 등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촬영하죠. 현장 공연은 정기공연, 클래식과의 협력 공연, 그리고 대전에서 19회째 이어져 온 대전 뉴 댄스 국제 페스티벌 등이 예정돼 있어요.
  장기 계획들은 코로나19로 취소됐어요. 오스트리아 출신 연출가와 예술감독이신 교수님이 교류해 온 3년 장기 계획은 내년에 계속 진행될 것 같아요. 베토벤 문학 등 연작 시리즈가 있는데 작년에 오스트리아에서 방한해 올해는 저희가 갈 계획이었는데 취소됐죠.  
  또 공연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 기꺼이 응하고 있지만 아직은 코로나19 때문에 주춤해요. 이처럼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해 왔던 저희 팀의 향후 행보 또한 잘 지켜봐 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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