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면 망치가 가벼워 진다
외갓집 창고에 나란히 앉아
할아버지가 망치를 만지며
나직이 해준 말이 생각난다
아이야, 어른이 되면 망치가 아주 가볍단다
누구나 가지고 다니지만
각자만 볼 수 있는 망치가 있단다
햇병아리 초등학생 시절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와 마주친
발가벗은 아줌마 그리고, 아빠
나는 그날 내 세상의 대들보를 부셨다
망치로 낑낑대며 휘둘렀다
풋풋한 중학생 시절
슝슝 엘리베이터 달린 아파트를 떠나
서울 땅 속 반만 묻힌 집을 찾아다닐 때
나는 그날 내 세상의 창문들을 다 부셨다
고상한 고등학생 시절
소설 속 운명처럼 다가온 네가
곱디고운 얼굴로 차갑게 돌아섰을 때
나는 그날 내 세상의 마지막 대문을 부셨다
부수고 또 부셨다
부수고 부수며 도착한 지금
아직 어린 지 망치가 무겁지만
그래도 변치 않는 햇살, 바람 잘 들어와
한층 여유롭다
송대현
충남대 심리학과ㆍ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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