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부문 심사평

  무엇인가를 전하기 위하여 한 편의 소설은 만들어진다. 꾸며낸 이야기이나 그저 술술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문장 단위의 직조 노동이 수반되어야 하는 글쓰기를 통해 만들어지는 일종의 수공품이 소설이다. 두 편의 작품을 마지막에 남겨 두었는데, 한 편은 좀 수월하게 이야기를 전하는 듯하고 다른 한편은 곤혹스럽게 말을 만들어 은닉된 이야기를 전한다. 이야기를 쉽게 한다고 혹은 어렵게 한다고 하여, 소설 그 자체의 문학성이 측정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누군가는 입담 좋은 얘기꾼처럼 성큼성큼 얘기를 풀어놓고, 누군가는 낯가림하는 은둔자처럼 설핏설핏 얘기한다. 우리에게 남은 두 편중에 「이어폰은 넣어두세요」는 전자에 해당하고 「애월」은 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어폰을 넣어두세요」는 세상에 떠도는 말을 가져다가 수월하게 이야기를 만들어버리는 듯하지만, 실제 상당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작품이다. 우리 사는 세상 어디에서든 펼쳐질 흔하디 흔한 ‘핸드폰’의 소리들에서 인간을 바라보고, 인간적인 것들을 살피고, 때론 인간 삶의 무상함을 보기도 한다. 타자의 말들이 떠도는 세상에서 소설이 진정 인간 편에 다가갈 수 있음이 그 소음들을 인간의 소리로 바꿔주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만든다. 「애월」은 간드러진 사유가 있고 치기어린 정념이 있다. 오로지 호출당하는 ‘당신’의 비밀은 서사담론의 중심이자 외곽이 되어, 그 정체성에 대한 앎을 자극하면서 때론 진저리치게 그 속을 내주기도 하지만 때론 끝내 도달할 수 없는 벽을 둘러쳐 버리곤 한다. 소설이 수사학이고, 그것은 만만히 여길 수 없는 사유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그렇게 사유가 만드는 문장의 힘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여 「애월」을 취하기로 한다. 부디 글쓰기가 그렇게 인간 지성의 위안이길 기대해 본다.


이혜경(건양대학교 교수)
송기섭(충남대학교 교수)
  

 - 시부문 심사평   

  올해도 충대문학상 시 부문에 적지 않은 분들이 응모해 주었다. 요즘 같은 문화 환경 속에서 시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넘어 시를 창작한다는 것은 존중받을 만한 일이다. 특히 젊은이들이 시 창작에 열정을 보인다는 것은 청년 문화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대단히 긴요한 일이다. 영상 예술이나 게임과 같이 감각적이고 재미있는 일들이 많은데, 언어라는 까탈스러운 매개에 의지해 영혼의 심연을 찾아 나서는 청춘의 모습은 참 아름답다. 시는 여전히 인간 문화 혹은 인간 언어의 최고(最古/最高) 자리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공모전에서 마지막까지 심사위원들이 관심을 가진 것은 송대현의 「어른이 되면 망치가 가벼워진다」, 이재상의 「고기잡이」, 김다혜의 「열병」 등이다. 모두 시가 요구하는 기본적인 조건은 충실히 갖추고 있다. 시적 비유의 적절성이나 시심의 깊이도 확보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어른이 되면 망치가 가벼워진다」는 “망치”가 갖는 상징적 의미의 깊이를 확보하고 있다. “망치”를 통해 현실의 편견과 실연의 슬픔을 극복하기 위한 참신한 정신적 표상을 얻는 데 성공했다. 이에 비해 「고기잡이」나 「열병」은 시적 언어가 정제되어 있고 단정한 시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시상이나 표현의 참신성에서 앞의 작품에 비해 다소 아쉬웠다. 그리하여 송대현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선정한다. 모든 응모자에게 고맙다는 말을, 수상자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한다.

 

이재무(시인)
이형권(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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