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토 준이치 저, 『자유란 무엇인가』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사용되는 용어 중 하나는 자유이다. 자유하면 쉽게 떠오르는 생각은 나의 의사대로 마음껏 선택할 수 있음일 것이다. 이런 일반적인 생각에 비해 우리가 자유를 누리는 데에는 현실적인 여건이나 타인의 입장 등 고려해야 할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이렇게 자유는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에 좌우되는 것 같으면서도 단순히 개인적 차원으로 환원할 수 없는 층위의 문제를 지닌다. 개인의 선택과 책임을 강조하다 보면 격차나 빈곤의 문제가 발생하기 마련이며,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자유를 침해받는다고 여길 수 있다. 우리는 일상에서 빈번히 자유를 논하는데 ‘자유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을 때, 쉽게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은 적을 것이다. 이는 자유의 의미의 장이 광범위하고 그것의 의미를 사유하는 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자유는 삶을 영위하는 데에 중요한 가치 관념 중 하나이다. 따라서 자유를 얻고 누리기 위해서는 자유가 무엇인지를 질문해 봐야 한다.·
  사이토 준이치의 『자유란 무엇인가』무엇인가는 자유 개념을 재검토하면서 자유가 어떻게 옹호되어야 하는가를 논의하는 책이다. 이 책은 책의 분량도 적고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삶의 주요한 가치인 자유에 대해 성찰하기에 도움이 된다. 사이토 준이치는 이 책을 통해 자유를 사적 문제로 여기는 통념으로부터 벗어나 우리 ‘사이’에 있는 공공의 문제로서 자유를 재인식하려는 시도를 펼쳐나간다. 즉 이 책은 ‘나’와 ‘너’, 우리 모두의 자유가 인정되는 풍토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향유할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에서는 근대 사상가들이 자유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 것들을 검토하여 자유의 윤곽을 그리는 단계에 해당한다. 1부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7세기의 홉스, 로크 등부터 19세기 리버럴리즘에까지 타자의 간섭은 자유를 제약하는 위협으로 여겨졌다. 특히 시장경제가 발달하면서 강제적 재분배의 기능을 갖는 ‘국가’를 자유의 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강했다. 이러한 입장은 간섭의 부재로 정의되는 소극적 자유에 해당한다. 이 책에서 소극적 자유를 비판하는 인상적인 부분은 ‘자유의 질’을 언급하는 대목이다. 자유의 질은 선택의 개수보다도 우리의 결정 배후에 어떤 가치에 따라 자신의 삶을 영위하느냐는 더욱 심오한 판단과 관련되기 때문에 중요하다. 여기서 자유는 개인에게 귀속됨을 넘어서 공적인 문제로 확대된다.
  1부에서 자유에 대한 재검토를 마친 뒤, 2부에서는 현대사회에서 자유를 옹호하는 것의 의미, 공공성의 관계 속에서 타자의 자유를 옹호하는 우리의 책임을 재고한다. 근대 리버럴리즘의 자유는 자신의 것을 위해서라면 타자를 배제하고 지배하는 주체여야 한다. 이러한 자유관은 누구나 누려야 할 자유로운 삶의 용인을 부인한다. 자유는 서로가 다르게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포함한 용어이다. 우리는 공동체 속에서 타자를 만나 교섭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서로의 자유가 용인될 때, 서로의 삶을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공존할 수 있는 삶의 장이 형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자기 자신의 삶을 통치하면서도 타자에게 어떠한 가치를 강요하지 않을 수 있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오늘날에는 사적 자유와 삶을 보호하려는 경향이 우세한 반면 타자의 삶에 대한 존중이 줄어드는 안타까움이 늘어가는 시대이다. 자신을 위해서 타자에게 삶의 방식을 요구하고 제한하는 것은 이기적이고 성숙하지 못한 삶의 태도이다. 이 책을 통해서 공동체가 진정한 자유를 향유하기 위해서 ‘나’는 어떠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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