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봄을 위한 12월 사용법

  정리의 계절이 왔는데도 정리가 잘 안 된다고들 말한다. 뭔가 자꾸만 일이 터져 뭐가 어디로 어떻게 튈지 종잡을 수 없다고들 말한다. 주섬주섬 하는 말들인데도 그게 한줌 가득이다.
  흔히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가장 무난하고 평범한 말로 드는 게 “다사다난”이다. 물론 여기서의 ‘다사’에는 좋은 일도 포함된다. 그런데 올 해야말로 이 사자성어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등장할 것 같다. “또 들을 수 있을까!” 싶었던 소식도 여럿이었고, 연초에 시작되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는 일들도 유난히 많았다. 전자의 한 가지 예로는 우리 영화의 아카데미상 작품상 수상 소식을 꼽을 수 있을 것이고, 후자의 예로는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19의 대유행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또 들어야 할 소식”도 전자 같은 것이고, “이제는 그만!” 하고 외치고 싶은 사례는 후자가 될 수 있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여간해선 반복되는 일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오랜 시간이 지나 “그런 일이 있었나!”하고 새삼 되돌아볼 수 있는 일에도 애써 무심해지는 게 ‘복잡다단’(複雜多端)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지상정이 아닐까 싶다. 현실은 변화무쌍하고 예측이 어려워도 마음만은 단조롭고 순조로운 생활을 그리는 것이다.
  세상은 단순하지 않다. 세상일들은 하고많은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은 “단순하게 보이는 것도 금세 복잡해진다.”, “나아지기는커녕 뭔가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쉽고 간단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고 여러 상황과 요인들이 뒤섞이고 꼬여 갈피를 잡을 수 없을 만큼 어지럽고 어렵다.”라는 생각이 드는 일은 멀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역설의 힘이 때로 사람들에게 공감을 안겨준다. 그리고 여러 어려운 문제를 푸는 실마리를 주기도 한다. 집단 사이에, 계층 사이에, 사람 사이에 켜켜이 쌓이고 뒤섞여 버린 이해관계가 이따금 문제 해결을 방해하기도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어느 하나 쉽게 풀기 어려운 과제마저도 바로 답을 위해 존재하기 마련이다.
  12월이 목전이다. 추위도, 긴 겨울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는 적어도 내년으로 넘겨야 안전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슬기로운 방콕생활’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정리가 잘 안 되어도 최소한 정돈하기 위해 차분히 노력해 보자. 우리 스스로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를 믿고 이 힘겨운 시절을 함께 이겨내자. 안전한 봄이 멀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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