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게 둥글게

                                                     이영주

 

태어나는 순간에는 왜 나를 볼 수 없을까
미래 밖에서 우리는 공을 굴린다.

가장 아름다운 색깔은 안쪽에 숨겨져 있다.
아픈 사람의 손바닥은 늘 빨개

뜨거운 물속에 잠기면
공처럼 둥글어진다.

방문을 열고 천천히 마당으로 간다.
까마귀의 붉은 속살이 목련 나무 아래 솟아 있다.

새벽을 지나 앞발로 공을 굴리는 고양이
태어나면서부터 날 수 있다면 우리는 다른 색깔을 가졌을지도 몰라

모호한 시작 때문에 처음과 끝을 굴리는 우리는

                                                - 시집 『차가운 사탕들』 中

 

  시인은 자기 자신이 존재하기 전의 상태에서 자신을 바라봅니다. 첫 연을 보면 “미래 밖”이라는 것은 미래와 과거가 둥그런 원을 이루어 시간을 이어나가는 어느 지점입니다. 그것은 과거 밖의 더욱 아득한 옛 시간임과 동시에, 미래를 넘어서는 또 다른 먼 미래입니다.
  두 번째 연을 보면 아픈 사람의 손바닥은 늘 빨갛다고 합니다. 외부적이든, 내부적이든 어떠한 고통, 상처를 통해 감추어졌던 자신의 색깔이 드러난다는 뜻입니다. 상처는 하나의 존재가 자기 자신을 비로소 선명히 바라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처가 하나씩 생길 때마다 숨어 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역설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힘들고 아픈 상처. 그것은 결코 겪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그 상처가 난 자리를 보며 우리는 성장을 해 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처는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연에서도 이러한 시간의 순환을 볼 수 있습니다. 뜨거운 물속이라는 것은 태아의 양수라고도 볼 수 있으며, 우리는 그 물속에서 둥근 순환을 통해 생명을 시작합니다.
  또한 다섯 번째 연을 살펴보면, ‘새벽을 지나 앞발로 공을 굴리는 고양이’가 등장합니다. 이 고양이도 뜨거운 물속에서 생명을 시작한 존재입니다. 다만 사람이 아닌, 고양이로 태어났을 뿐입니다. 또, ‘태어나면서부터 날 수 있다면 우리는 다른 색깔을 가졌을지도 몰라’에서도 사람이 아닌 다른 존재, 날 수 있는 생명으로 태어나면 어떠한 빛깔을 지녔을지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이 시는 ‘모호한 시작 때문에 처음과 끝을 굴리는 우리는’이라는 말로 마무리됩니다. 생명이 시작되는 모호한 순간은 그 생명들을 많은 고통으로 바꾼 뒤에만 처음의 모습으로 다시 순환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생명들의 시작과 끝에 대한 긍정적 마음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낯설고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시를 읽고 나서의 모호한 느낌이 마음에 들어 마지막 연재작의 시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1학기 종강 전에 학우연재를 시작했는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2학기 종강을 앞두고 있습니다. 날씨가 추워지지만 학우 여러분들의 마음만은 따뜻하기를 바라며 마지막 연재작을 마무리합니다.

박시현(국어국문학·2)
@garnetstar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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