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스텔라> 블랙홀 다른 차원으로의 이동을 위해 블랙홀로 이동한다. 사진/ 워너브라더스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 자기가 원하는 시간대로 이동하는 상상을 해본다. 과거로 이동하면 자신이 했던 실수를 막고 미래로 이동하면 달라진 세상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박스오피스 시장에도 시간을 소재로 사용한 영화는 매우 많다. 몇몇 영화는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넘기며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일부 영화감독들은 시간여행 영화의 과학적 오류를 줄이기 위해 직접 관련 학문을 연구하고 학위까지 취득하기도 한다. 과연 영화 속 시간여행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을 까? 그리고 영화마다 시간여행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근거는 무엇일까?
 

  <인터스텔라>로 보는 상대성 이론

  <인터스텔라>는 국내에서 SF장르 최초로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로 유명하다. 이 영화는 기상악화와 병충해로 인한 식량부족 사태를 겪고 있는 인류를 구하기 위해 우주로 떠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중력의 차이로 인해 지구와 우주와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 임무 해결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직접 블랙홀로 들어가 다른 시간대와 새로운차원의 세계를 확인한다.
  영화 속 시간의 흐름과 블랙홀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이 등장한다. 일반 상대성이론의 설명과 근거는 매우 많다. 그중 영화에 사용된 핵심 내용은 중력이 강력한 곳에서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느리게 흘러가며, 중력이 약한 곳에서는 빠르게 흐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력이 강한 행성에서 주인공이 고작 2시간을 보낼 동안 지구에서는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우리 주변의 또 다른 예를 들면 고층에 사는 사람들은 저층에 사는 사람들보다 이론적으로 시간이 느리게 간다. 그러나 실제로 이는 0에 가까운 아주 작은 차이기 때문에 실제로 우리가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어벤져스> 타임머신 시간 이동을 위해 타임머신에 탑승한 장면이다. 사진/ 마블스튜디오


  <어벤져스>로 보는 양자역학
  히어로 장르 영화 역대 최고의 흥행성적을 올린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도 시간여행은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요소다. 이 영화에서 시간여행을 위해 주로 등장하는 단어는 바로 ‘양자’이다. 양자를 다루는 양자역학은 주인공들이 타임머신을 이용해 시간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인 배경을 제공한다. 양자역학이란 간단히 말해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작은 영역인 양자 세계에 대한 학문의 총 집합체다.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는 힘, 속도 등을 나타내는 과학인 고전역학과는 완전히 다르다. 양자역학에 대해서는 현재 학자들도 의견 차이가 심할 정도로 완전한 이해는 힘든 학문이다. 지금도 물리학계에서는 양자역학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영화 속 양자역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본원리인 불확정성의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누군가의 키가 얼마나 큰지 확인하려면 실제로 관찰해야 알 수 있는데 양자도 비슷하다. 양자는 여러 상태를 중복적으로 가지고 있다가 우리가 확인하면 그 여러 상태 중 하나로 결정되고 이전에 중복된 상태로 존재했던 나머지 양자 상태는 확인할 수 없다. 이것을 불확정성의 원리라고 한다. 영화에서 언급되는 도이치 명제 역시 양자역학과 관련이 깊다. 도이치 명제는 이스라엘의 과학자 도이치가 주장한 이론이다. 이 이론은 모든 것을 진동하는 양자의 성질에 기초를 둔다. 그러나 도이치 명제는 실제로 존재할 수 없다. 왜냐면 양자의 흐름은 우리가 관측할 수 있는 가장 작은 단위 입자의 움직임을 방해하며 도이치 명제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만약 A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할아버지를 죽이게 된다면 미래에는 할아버지가 존재하거나 없거나 두 개의 현실이 랜덤으로 나타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할아버지의 후손인 A가 존재하거나 없는 현실 역시 랜덤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이 이론을 재해석해 어벤져스 멤버들이 과거를 바꿀 경우, 바꾼 미래는 현재에 반영되지 않고 또 다른 하나의 현재가 되는 것으로 적용한다.
  <테넷>으로 보는 엔트로피
  <테넷>은 터널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뒤집는 인버전이라는 가상의 기술을 이용한다. 인버전으로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3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세상을 파괴하려는 악당을 막기 위해 투입된 주인공의 여정을 다룬다. <테넷>의 소재는 액션과 시간여행의 만남이 라는 색다른 소재로 관객들의 좋은 호응을 이끌었다. 영화 속 회전문 이론은 실재하지 않는 가상의 이론이다. 그러나 이 이론을 뒷받침하는 과학적인 근거는 실제 과학 연구에서 어느 정도 논의됐다.
  영화 속 시간의 역행, 즉 인버전을 이해하려면 우선 엔트로피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엔트로피는 무질서를 나타내는 척도다. 자연의 변화는 항상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무질서한 쪽)으로 흘러간다. 땡볕에서 얼음 조각을 들고 서 있으면 녹아서 물이 된다. 모닥불에 장작을 넣으면 모두 타서 재가 된다. 우리는 이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녹은 물이 다시 얼음이 되거나 불 속에서 재가 장작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이러한 엔트로피의 성질을 이용해 영화 내에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지만, 핵분열에서 발생한 열복사를 통해 엔트로피가 줄어들어 시간 또한 인버전이 가능하다고 가정한다.
  공상과학의 꿈, 타임머신
  앞서 얘기했던 세 영화 모두 공통점이 존재한다. <인터스텔라>의 블랙홀과 우주선, <어벤져스>의 양자 터널, <테넷>의 터널같이 모든 영화에서 시간 이동을 위한 매개체가 존재한다. 우리는 이것을 타임머신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과연 타임머신은 실제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 『시간여행자』의 저자이자 코네티컷대학의 물리학 교수인 로널드 몰렛은 어린 시절 심장마비로 인한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타임머신 제작에 대한 많은 관심을 가졌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아버지를 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후 이러한 상상을 가진 과학자들과 모여 연구를 시작했다. 결국 20세기 말 획기적인 성과를 거둬 시간여행 연구를 세상에 공표할 수 있게 됐다.
  타임머신에 대한 가능성은 크게 속도와 중력 두 가지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속도의 관점에서는 특정 입자를 빛의 속도로 올리면 시간이 흐르는 속도 차이가 생겨 해당입자를 다른 시간대로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속도를 이용한 타임머신에는 문제점이 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모든 질량에는 그에 맞는 에너지가 존재하고 물체가 에너지를 얻으면 질량도 증가한다. 입자가 무거워질수록 입자를 움직이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빛의 속도에 도달하려면 무한의 에너지가 필요한데 현재 우리에겐 그만큼 가속하기 위한 충분한 에너지가 없다.
  중력은 앞서 언급한 <인터스텔라>의 상대성이론과 유사하다. 일반 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중력은 시공간을 왜곡한다. 시간여행 과학자들은 이 왜곡이 심할 경우 시공간이 180도로 휘어질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휘어진 4차원의 시공간에서 두 공간을 연결하는 것이 웜홀이다. 시간여행자가 이 웜홀을 통과하면 시공간을 따라 이동하는 빛보다 빨리 이동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시간여행의 오해와 진실
  시간여행을 실현하기 위해서 시간을 이해해야 한다. 『불가능의 물리학』의 저자이자 이론물리학의 대가인 미치오 카쿠는 시간에 대한 세 가지 오해에 관해 얘기한다. 첫 번째 오해는 시간이 어디서나 똑같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오해와 연결되는 두 번째 오해란 사람들은 흔히 시간이 일정한 속도로 흘러간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들어 중력이 작은 우주 공간에서는 지구에서보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세 번째로 우리는 3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3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으로 이루어진 4차원 세계에 살고 있다. 시간은 결코 절대적이지 않고 장소마다 다른 속도로 지나간다. 시간여행자가 되려면 시간을 기계적 의미가 아닌 차원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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