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린’의 단체 사진 왼쪽부터 김기홍, 정보인, 김종하, 김서영, 방학현이다. 사진/ 나린 제공

  아카펠라 그룹 ‘나린’은 우리 학교 졸업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전공도 관심사도 다르지만, 아카펠라에 대한 애정 하나로 똘똘 뭉쳤다. 나린은 ‘하늘에서 내리다’라는 뜻의 ‘나리다’에서 그룹명을 따왔는데, 그 이름답게 목소리만으로 하늘에서 내린 천상의 하모니를 만든다. 충대신문이 나린을 연습실에서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아카펠라 그룹 나린은 어떻게 결성하게 됐나요?
 A. 학현: 제가 예전부터 아카펠라에 관심이 있어서 마음이 맞는 친구들 몇 명과 함께 취미로 아카펠라를 시작했어요. 그때 함께 했던 친구 중 한 명이 지금 나린의 멤버인 서영 누나예요. 그렇게 미국의 아카펠라 그룹인 펜타토닉스의 노래를 커버하는 취미활동을 하다가 친구들이 하나둘씩 취업과 졸업을 하면서 팀을 떠나게 됐죠. 이후 저와 서영 누나는 팀에 남아서 아카펠라를 제대로 해볼 팀을 한번 만들어보자 해서 지금의 멤버를 모으게 됐고 쭉 함께 음악을 해오고 있어요.

공연하는 ‘나린’ 나린이 강진 영랑문학제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다. 사진/ 나린 제공

Q. 지난 4년간 수상했던 대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무엇인가요?
 A. 기홍: 가장 기억에 남는 대회는 저희가 한국 대표로 출전했던 홍콩 보컬 아시아 페스티벌에서의 우승이에요. 
 A. 종하: 8월 중순이 대회였는데 그 대회 준비를 한다고 6월부터 7월까지 약 한 달 동안 매일 만나서 연습했어요. 그 무더운 여름날에 에어컨도 없는 연습실에서 연습했죠. 그래서 다들 예민하기도 했고 연습을 매일 하다 보니까 목 컨디션을 회복할 충분한 시간도 없었어요.
 A. 기홍: 또 홍콩 대회를 회상할 때 항상 나오는 이야기가 바로 전 대회였던 인천국제공항에서 열린 국제 아카펠라 대회예요. 저희가 그 대회에서 결과적으로 3위를 하기는 했지만, 굉장히 부끄러운 3위였어요. 저희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던 대회였거든요. 그렇게 팀 분위기가 엄청 침체된 상태로 홍콩으로 넘어간 거죠. 침체된 분위기에서 홍콩을 갔고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고 그냥 우리끼리 즐기다 오자고 하면서 서로를 꽉 안아줬어요.
  A. 학현: 서영이 누나가 서로 한 번씩 안아주자고 먼저 제안을 했죠.
  A. 기홍: 당시에 분명 서로를 따뜻하게 안아주는데 기분이 영 별로더라고요. 그 이후로 또 다시 서로를 안지 않으려면 정말 똑바로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웃음) 그게 저희를 지금의 모습으로 성장시키지 않았나 해요.

연습 중인 ‘나린’ 나린 멤버들이 목소리 합을 맞춰보고 있다. 사진/ 송수경 기자

Q.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공연계가 전면적으로 침체된 상황입니다. 나린의 상황은 어떠한가요?
 A. 학현: 초반에는 진짜 힘들었어요. 3월은 원래 공연 비수기인데 올해 저희는 뭐가 되려는지 공연이 좀 들어와 있었어요.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그게 다 취소가 된 거예요. 그나마 작년 12월까지 모아둔 돈으로 버텼는데 4월에서 5월로 코로나19 사태가 지속이 되면서 아무래도 한계가 있었죠. 다들 심각하게 고민하던 중에 실무를 담당하는 기홍이가 여러 국가사업에 지원했어요. 그중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하는 ‘신나는예술여행’이라는 사업에 저희가 선정돼서 도움이 많이 됐죠. 또 청년예술인을 대상으로 하는 ‘청춘마이크’라는 사업에도 선정되는 등 여러 자그마한 사업으로 다행히 호흡기를 붙였어요. 지금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1단계로 내려가면서 공연도 조금씩 들어오고 있어요. 주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희는 그래도 나은 상황이더라고요.

Q. 현재 나린의 공식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35.9만 명입니다. 30만 달성 소감과 더불어 앞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보인: 거의 작년 일 년 동안 구독자 수가 2만 5천 정도에서 멈춰 있어서 전전긍긍했어요. 듣기로는 유튜브 구독자 수는 불특정한 하나의 영상 조회수가 확 터져야지 그걸 타고 오른다고 하는데 저희한테는 그럴 기미가 전혀 안 보였거든요. 그런데 구독자 수가 올해 갑자기 거의 몇 배인지도 모르게 늘어났어요. 놀라우면서도 기분이 좋고 감격스러웠어요. 앞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구독자가 많이 늘어난 만큼 더 좋은 영상으로 보답을 해드려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Q. 커버 곡 작업 시, 나린의 개성에 맞는 편곡을 어떻게 구상해 나가는지 궁금합니다.
 A. 학현: 처음부터 저희 나린만의 개성을 추구하면서 편곡을 했던 건 아니에요. 제가 펜타토닉스를 동경하면서 아카펠라를 시작하기도 했고, 펜타토닉스의 곡을 많이 들어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초반에 편곡할 때는 그분들의 편곡 방식을 많이 따랐어요. 근데 제가 아무리 편곡을 잘해 봐야 그분들과 똑같이 할 수는 없잖아요. 또 펜타토닉스와 저희 팀의 보컬도 다르고요. 자연스럽게 편곡에 제 색깔이 묻어나고 저희 보컬 고유의 색도 들어가다 보니까 이제는 그게 저희의 개성이 된 것 같아요.

Q. 멤버들 간에 음악에서의 의견 충돌이 있었던 적은 없었나요? 그리고 오랜 시간을 한팀으로 함께 음악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A. 학현: 제가 편곡을 해서 저와 멤버들 간의 음악적 충돌이 가끔 있어요. 충돌이 있을 때는 피하지 않고 부딪히는 편이에요. 저희가 또래이다 보니까 상하 느낌 없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답니다. 대체로 멤버들이 잘 따라와 주고 있어서 고마워요. 사실 한국에서 아카펠라 팀 멤버가 바뀌지 않은 팀은 나린이 유일해요. 멤버들이 각자의 역할을 잘 맡아주고 충돌이 있으면 부딪히는 게 나린이 오랜 시간 함께 음악을 할 수 있는 비결이기도 해요. 

Q. 나린은 새로운 음악적 기술을 계속 도입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처럼 나린이 관객에게 더 좋은 음악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 보인: 아무래도 아카펠라는 목소리로만 음악을 만들기 때문에 MR(반주 음악)과 전자음을 완전히 따라 할 수 없지만 그런 느낌과 분위기를 내기 위해 사이렌 소리, 해금 소리 등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A. 종하: 보이는 기술뿐만 아니라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좋은 음악을 선보이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인이어(in-ear) 모니터를 사고 연습실도 옮기며 음악의 퀄리티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팀 결성 후 벌써 4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지난 4년간의 활동을 되돌아본다면 어떨까요?
 A. 학현: 4년 전, 홍콩 대회 나갈 때는 저희가 펜타토닉스만큼 잘하는 팀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많이 부족한 팀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앞으로는 아카펠라 장르에 대해 사람들이 이야기할 때, ‘나린’이 언급됐으면 좋겠어요. 이름을 남길 수 있는 세계적인 팀이 되고 싶어요. 한국에서의 최종목표는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가는 것입니다.
 A. 보인: 한국에선 아카펠라라는 장르가 생소해요. 아카펠라가 메이저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A. 종하 : 장르가 메이저가 되지 못해도 나린이 메이저가 되고 싶어요. 처음보다 지금 더 마음가짐을 단단히 먹고 있어요. 예전에는 구독자 수도 적었는데 현재는 저희를 아는 사람이 많아지니까 기분 좋은 사회적 책임감을 느껴요.

Q. 나린은 꿈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듯합니다. 금전적인 문제, 미래에 대한 불안, 사회적 시선 등의 이유로 마음껏 꿈꾸길 주저하는 젊은 청춘들에게 해줄 따뜻한 말 한마디가 있을까요?
 A. 종하: 어떤 직업이든 좋지 않은 시선이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해요. 사회적 시선, 금전적 문제, 미래에 대해 불안해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해보는 것이 중요해요. 가지고 있는 꿈이 뭐든 당신은 그걸 이룰 수 있는 능력이 충분히 있어요. 자신에 대한 확신을 가져 봐요!

Q. 앞으로 어떤 아카펠라 그룹 나린이 되고 싶은지 알려주세요. 
 A. 학현: 나린 앞에 더는 ‘아카펠라’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카펠라가 아닌 나린이 주가 돼 대중이 나린을 그 자체로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어요. 한국에서 그동안 다른 아카펠라 그룹은 커버, 행사 위주였는데 나린이 원하는 건 나만의 곡이 있는 가수예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학현: 보컬플레이 방송에서 ‘꼬마야’를 불렀던 연세대 고정진 친구와 함께 콜라보 자작곡을 준비하고 있어요. 12월에 음원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2월 초에는 크리스마스 싱글도 나오니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내년 1월에는 크리스마스 싱글을 포함해서 4~5곡 미니앨범도 나오니 많이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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