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푼젤 이야기의 교훈

   라푼젤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렸을 적 납치된 라푼젤은 십여 년을 높은 탑에 갇혀 사람이라고는 자신을 납치해 키워준 엄마밖에 보지 못했다. 라푼젤이 탑에 갇히게 된 계기는 불공정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녀는 자가 격리 시대에 누구나 본받을 만한 인간상으로 칭송받는다.
  디즈니에서 제작한 만화영화「라푼젤」을 보면 주인공 라푼젤이 그 긴 시간을 어떻게 견뎌냈는지 알 수 있다. 라푼젤은 혼자 놀기의 달인, 즉 취미의 고수였다. 수록곡 ‘when will my life begin?’에서 라푼젤은 하루를 어떤 취미로 꽉 채워서 보내는지 알 수 있다. 라푼젤은 아침 7시에 일어나 15분 동안 청소를 끝낸 뒤 바로 독서, 그림 그리기, 기타 치기, 뜨개질, 요리, 퍼즐, 다트 게임, 베이킹, 종이공예, 발레, 체스, 도자기 굽기, 복화술 놀이, 초 만들기, 스트레칭, 스케치, 클라이밍 그리고 드레스 만들기를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시간에는 머리를 빗고, 빗고 또 빗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을 집 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은 채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어느 정도 내공이 쌓여야만 할 수 있는 것 같다.
  취미를 새로 하나 만들고 싶으면 눈을 감고 이 목록 중에 하나를 골라잡아도 좋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 글의 주제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이번에는 내가 즐거워 취미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취미가 나의 통제력을 가는 일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
  너무 진부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취미는 놀이이거나 휴식처여야 한다. 가끔은 도피처가 될 수도 있지만, 도피처는 결국 도피처일 뿐이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이 나 자신보다 더 중요해지고 그것 없으면 못 살 정도로 푹 빠져들었다면 취미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 그 원인이라도 문제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내가 좋아하는 걸 더 하고 싶어서 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는데 문제가 될 건 없지 않나?’라는 생각과 즐겁고 자극적인 행복에 너무 매몰되어서 다른 중요한 것들은 회피하는 자신을 안타까워하는 생각이 공존하기도 한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 건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취미 때문에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위험에 처하는 것은 정말 말려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긴다. 나를 챙기지 못하는 정도는 어느 정도인가? 과제하기 싫어서 잠시 미뤄두고 게임 몇 판 하는 것도 나를 챙기지 못하는 정도인가? 아니면 좋아하는 연예인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면 그 날 기분이 확 나빠지는 것도 너무 과도한 몰입일까? 좋아한다는 건 언제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취미는 중독될 수 있다. 특히 노래나 게임, 영화나 책, 만화 같이 다른 사람들의 손을 타고 만들어진 것을 좋아하면 더 그럴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 좋아하던 연예인이 범죄를 저지른다든지 잘 보던 드라마가 정치적인 논란에 휩쓸린다면 더욱 난감해진다. 이미 너무 좋아하는 분야들이라 바로 버릴 수도 없어서 때론 괴롭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취미 대상을 사랑하는 것도 정말 일종의 사랑을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가볍게 혹은 깊게 좋아하고 애정을 쏟을 수 있는 건 너무나 많아지고 있다. 유튜브는 맞춤 동영상을 계속 내보내 사람들을 붙잡아두고 게임은 화려한 효과음과 보상으로 사람들을 현혹한다. 특히나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면 오락거리들은 양날의 검이다.
  그럴수록 우리는 우리들의 선배 라푼젤처럼 취미를 여러 가지로 가지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렇다고 수박 겉핥기식으로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해 보라는 말은 절대 아니다. 개인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나는 사랑을 나누거나 때론 힘을 나눠서 쓰는 편이 좋다. 그러면 그 중에 하나에 깊게 빠져도 그 일을 잃었을 때 다시 그것에 의지해 버틸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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