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어도 괜찮아

  최근에 내가 찾은 취미는 조찬을 만들어 먹는 것이다. 작은 식빵 두 장을 토스트기에 굽고 계란 후라이 두 장을 만들어서 무설탕 잼과 땅콩버터와 함께 먹는다. 가능하면 야채 조금도 곁들여서. 그렇게 먹으면 호텔 조식을 먹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좋다. 가만 보면 호텔 조식과 별 다를 바 없는 메뉴인 것 같기도 하고. 아침을 먹는 게 확실히 하루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다. 자기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 땅콩버터와 잼을 먹을 생각으로 설레면서 눈을 감고, 아침에 눈 뜨자마자 토스트기로 달려간다. 밖에 나가기 힘들어진 요즘, 다른 공간에 있는 것 같아서 기분 전환하기 좋은 취미인 것 같다.
  취미는 개인적인 취향을 찾아가는 것이라는 걸 앞서 게시한 글에서 몇 번이고 말했으니 더는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취미를 결정하는 것은 개인적인 것이다. 다만, 앞서 내가 새로운 내 취미를 여러분에게 밝힌 것처럼 취미 활동 전체가 개인적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과 취미를 공유하는 걸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니까 취미를 가지고 글을 쓰겠다고 생각한 것이겠지만. 내 취미를 말하는 것도 즐겁지만, 확실히 내가 더 관심 있는 건 다른 사람 일상의 취미이다. 매일 같이 똑같은 일상 속에서 그 사람을 조금이나마 행복하게 만드는 게 있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너무나도 궁금하다. 자기 발전을 위한 취미도 좋지만 이왕이면 정말 쓰잘데기 없는 것 같아도 지금으로서는 너무 좋아하는 일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다. 그런 종류의 이야기에 아픔이나 실패는 없다. 현재 고통을 나누고 함께 고민하는 대화도 좋지만, 가끔은 어렵지 않은 대화가 필요할 때가 있지 않은가?
  좋아하는 감정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으면 그것은 배가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떠드는 순간은 물론이거니와 공유한 뒤에도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감정은 남아 자칫하면 지루하거나 아무런 해석도 할 수 없는 일상적인 일에 결을 더한다. 한 사람의 취향 고백을 주기적으로 듣다보면 나중에는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럽게 그 사람이 떠오른다. 예를 들어, 내가 만나는 사람들마다 아침에 토스트 먹는 것의 즐거움을 전파하고 다니면 식빵을 보고 나를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혹은 토스트를 먹을 때 ‘아, 이래서 걔가 이렇게 극찬을 했던 거였구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취향을 공유하면 옆에 없더라도 이어져 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게 취향을 공유하는 것의 장점이다.
  최근에 한 기사에서 요즘처럼 고립되는 상황이면 사람은 자연적으로 방어적 행동을 하게 된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나도 집에서만 생활하고 사람 만날 일이 없어지고 보니 사회성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불안감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다들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하루 종일 가족 말고는 아무도 만나지 않는 일상이 이어지면 세상에 혼자남아 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이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그러니 나름대로 지금을 견뎌내는 노력의 한 방법으로 취향을 공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있는 지금 상황에서도 이어져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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