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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독과점, 언제까지 지켜만 봐야 하나?
황정인 기자 | 승인 2020.09.23 10:22|(1162호)
대한민국 영화 상영 점유율 인포그래픽/ 김동환 기자

  스크린 독과점이란?
  스크린 독과점은 소수의 영화가 대부분의 상영관을 차지해 상영되는 현상이다. 지난 해 1,300만 관객을 돌파한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상영점유율은 80.9%, 좌석점유율은 85%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1,300만 관객을 돌파한 <겨울왕국2>의 상영점유율은 73.9%, 좌석점유율은 79.4%였다. 상영점유율이란 해당 영화 상영 횟수를 전체 상영 횟수로 나눈 것이고, 좌석점유율은 배정 좌석 수를 총 좌석 수로 나눈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 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일별 상영점유율은 몇 년째 비약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하 영비법) 개정안은 국회에 지속해서 발의되지만, 아직도 통과되지 못한 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해 5월 개봉한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포스트 봉준호법」을 법제화하자는 영화인들이 대거 등장했다. 영화인들이 발의한 「포스트 봉준호법」도 역시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가 연관돼 있다. 끊이지 않는 논란, 스크린 독과점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영비법 개정안이란?
  2016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안(이하 영비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2017년과 2020년 1월에도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영비법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개정안은 전체 상영과 동일 시간대의 상영에 있어 한 영화의 독점을 금지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법안 내용은 ▲상영업과 배급업 겸업 규제 ▲특정 영화의 영화관 스크린 독점 방지 ▲영화 상영시간 내 광고 금지 ▲예술영화·독립영화 전용상영관 지원 확대 등이다.
  또 CJ, 롯데, 메가박스 등의 대기업 상영관에 초점을 맞춰 상한과 하한 상영에 규제를 요구했다. 이 개정안에는 예술·독립영화를 위한 지원을 늘리는 것과 영화진흥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의 권한 강화를 위한 내용도 담겨있다. 개정안 외에도 영비법 개정안은 지속적으로 발의됐지만 영화계의 의견 통일이 안 됐다는 이유로 통과되지 않았다.

  스크린 독과점의 원인
  스크린 독과점이 수 년 동안이나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주요 원인으로는 영화의 투자, 배급, 상영까지 모두 맡는 대기업의 수직계열화가 꼽힌다. 거대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영화를 투자하고 배급할 뿐만 아니라 영화관의 상영관 수를 늘려 독점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기업 계열사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세 곳에서 국내 상영관의 97%를 차지하고 있다.
  대기업이 국내 스크린의 대부분을 차지해 직접적인 피해를 받는 것은 소규모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들이다. 대부분의 소규모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대기업이 배급하는 상업영화에 비해 더 적은 자본을 가졌고 열세해서 결국 이들의 상영관 수는 축소되고 있다. 2019년 한국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실제로 지난해 예술·독립 영화의 관객 수는 약 810만 명으로 전년 대비 5.6% 감소했으며, 전체 관객 수의 3.6%에 불과한 수치로 최근 5년 동안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한, 관객의 영화 선택권 보장에 대한 문제도 주목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8년 영화소비자조사에는 전체의 30%가 ‘스크린 독과점 때문에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없었다’고 응답했다.

  독과점 해결을 위한 시도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이 세계적인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상을 휩쓸면서 스크린 독과점에 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포스트 봉준호법’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포스트 봉준호법’은 수많은 영화인이 ‘97% 독과점의 장벽’을 넘어 모두에게 유익한 영화생태계를 창조하는 데 모두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며 ‘겸업 제한’의 내용을 담아 제안한 법이다. 영화계에서는 스크린 독과점을 완화하기 위해 그동안 상영과 배급을 분리하는 ‘겸업 금지’를 주장해 왔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허용하고 있는 다른 산업과 비교하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따라서 최근 영화계에서는 입법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존에 주장해 오던 ‘겸엄 금지’에서 한발 물러나 ‘겸업 제한’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2월, ‘영화산업 구조개혁 법제화 준비모임’에서 영화산업 구조개선을 요구하는 영화인 온라인 서명운동을 추진했다. 서명운동에는 대기업의 영화 배급과 상영 겸업 제한, 특정 영화의 스크린 독과점 금지, 독립·예술 영화 및 전용관 지원 제도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영화의 산업구조 개선을 목표로 하는 영화인 온라인 서명운동은 영화인 1,325명의 서명을 받았으며 정우성, 조진웅 등 많은 유명 배우들의 서명도 이어졌다. 서명 마감일 다음날인 2월 26일에는 보도 자료를 통해 향후 활동 계획 등을 밝혔다. 이후 문체부는 2020년 업무계획을 통해 영화관 스크린 점유율에 따라 색상을 다르게 표시해 상영관 독과점 상황을 관객들에게 안내하는 시스템인 ‘공정 신호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크린 상한제에 대해
  스크린 상한제는 지난해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주 상영시간인 오후 1시부터 저녁 11시까지 한 영화의 상영비율이 50% 이상을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5월 우 의원 주최하에 열린 한국영화산업 발전을 위한 토론회에서 학계 전문가와 현장 담당자 등이 함께 스크린 상한제 법안을 논의했다. 이날 인하대 연극영화과 노철환 교수는 “스크린 독과점은 상영 자원을 독식하고 관객의 선택권을 제한한다”며 “한국식 스크린 상한제를 도입하면 다양한 영화를 상영해 한국 영화 산업의 지속 성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조성진 CJ CGV 전략지원담당은 토론회에서 “다양한 영화를 상영해도 영화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으면 관람객이 늘지 않는다”며 “영화 선택은 극장이 아닌 관객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극심한 비수기를 겪었던 지난해 4월을 사례로 들었다. 영화 ‘생일’, ‘요로나의 저주’ 등 다양한 영화가 상영됐지만, 평균 객석률은 3%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관객들이 어떤 영화를 볼지 미리 결정하고 극장을 찾는 것을 의미한다 설명을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대형 영화 투자 업체와 정치권이 스크린 상한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스크린 상한제 및 영비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다양한 나라들의 사례
  프랑스는 보유 스크린의 25%(최대 4개)로 특정 영화 상영을 제한하는 스크린 상한제를 실시 중이다. 1일 상영 중 특정 영화가 1/3을 초과한 것이 적발되면 60일간 영업정지 조치가 시행된다.
  미국에서는 오후 5시부터 오후 9시에는 한 영화의 상영관을 최대 50%까지, 그 외 시간에는 30%~40%까지만 차지할 수 있으며 독일과 일본 등도 스크린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나라가 스크린 독과점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안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영화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스크린 독과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루빨리 효과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황정인 기자  heather3331@o.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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