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클라쓰 원작과 드라마 싱크로율 비교 인포그래픽/ 카카오페이지 제공

  과거 “너 만화 봐?”라는 말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만화를 즐겨보는 사람들은 본인이 일명 오타쿠처럼 비칠까 걱정하곤 했지만, 요즘 “너 웹툰 봐?”라는 말은 그것과는 사뭇 다르다. 웹툰은 하위 문화였던 만화를 하나의 주류 문화로 인정받게 했다. 리서치 기업 EMBRAIN의 2018 웹툰 이용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6.3%가 웹툰 이용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만화의 디지털화가 진행 중인 가운데, 한국 웹툰 시장은 이를 선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로 자리 잡은 웹툰에 대해 알아보자.

  웹툰의 등장
  웹툰은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다. 웹툰은 과거 온라인에 올라온 모든 형식의 만화를 대표하는 용어로 쓰였지만, 현재는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세로로 긴 이미지 파일 형식의 만화를 뜻한다.
  기존 출판만화 시장이 불법 스캔 만화 유포로 인해 위축된 상황에서 몇몇 만화 작가들이 온라인상에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개인 블로그에서 연재되던 만화들은 오히려 펌질(저작권이 남에게 있는 자료를 본인의 홈페이지나 카페 등으로 옮김)을 통해 활성화되며 인기를 끌었고, 2003년 다음(Daum) 사이트가 〈만화 속 세상〉 코너를 개설했다. 이를 시작으로 웹툰 시장에 네이트, 파란닷컴, 네이버 등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웹툰은 전환점을 맞이했다.

  웹툰의 특징
  출판 만화와 비교되는 웹툰의 큰 특징은 불특정 다수가 무료로 만화를 볼 수 있다는 것과 댓글을 통해 독자들과 활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오프라인으로는 잡지나 만화책을 직접 구매해야만 감상할 수 있는 한편 웹툰은 사이트 클릭 한 번으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웹툰 이전의 만화가들은 만화책을 출판한 후 뒤늦게 독자들의 반응을 받아볼 수 있었지만, 웹툰 작가들은 시시각각 올라오는 댓글들로 반응을 알 수 있고 그에 따른 피드백도 빠른 편이다.

라인웹툰 북미 지역 월간 순 사용자 수 그래프/ 네이버 제공

  웹툰 자체의 표면적 진화 
  웹툰은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우선 표면적 변화로는 내용적 측면과 형식적 측면이 있다. 초기 웹툰은 일회성이 강한 온라인 환경의 특성상 흥미를 쉽게 끌 수 있는 코믹한 에피소드 구성이 많았지만, 점점 다양한 장르와 탄탄한 서사를 바탕으로 한 연재만화의 비중이 증가했다. 형식적 측면에서 봤을 때 처음 모든 웹툰은 스크롤을 오르내리며 감상하는 방식이다. 이후에는 터치로 장면을 넘기며 플래시 효과를 삽입한 스마트툰, 만화책을 직접 읽는 것처럼 좌우로 넘기며 읽는 컷툰이 등장했다.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 증강현실 기술과 중력 센서 기술을 통한 화면의 기울기를 조절해 생동감을 더한 웹툰 <폰령>, 움직이는 이미지를 적용한 효과툰 <고고고>, 얼굴 인식과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한 인터랙션툰 <마주쳤다> 등이 대표적 사례다.

  수익 창출의 변화와 발전
  2000년대 초, 웹툰 서비스를 제공한 포털 사이트의 목적은 접속자 수 증가에 있었다. 하지만 웹툰 시장이 커지자 포털 사이트들은 웹툰을 이용해 직접적으로 수익 창출을 하는 방법들을 고안해내기 시작했다. 2012년 네이버는 업계 최초로 ‘미리 보기’와 ‘완결작 유료 판매’ 시스템을 도입해 웹툰을 부분 유료로 제공했고, 상품을 웹툰 안에서 노출하는 PPL 광고 방식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것을 주목표로 하는 브랜드 웹툰을 출시했다.
  그뿐만 아니라 웹툰 단행본을 출간하고 2차 창작물을 통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캐릭터 상품 판매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화, 영화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드라마 <미생>, <이태원 클라쓰>,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신과 함께> 등이 큰 인기를 얻은 예시다.

  웹툰 소비자와 시장 현황
  2018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웹툰을 거의 매일 이용한다'가 43.1%, '1주일에 1~2회 이용한다'가 21.1%로 많은 청소년이 웹툰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비단 청소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생> 연재 당시 중장년층 독자들의 반응이 뜨거웠으며 이는 독자 연령 범위를 크게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2017년 EMBRAIN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웹툰을 즐겨본다'고 답한 40대 응답자는 82%, 50대 응답자는 73.2%의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웹툰 연령 등급제
  2012년 조선일보에서 웹툰 심의의 필요성을 지적하며 연령별 규제가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2017년 8월 웹툰 자율규제위원회가 출범해 4단계 웹툰 등급제를 도입하도록 권고했다. 4단계 웹툰 등급제란 전체 웹툰을 ‘전체이용가·12세 이상·15세 이상·18세 이상’과 같이 4단계로 분류해 본편이 시작되기 전 권장 감상 연령을 표기하는 것이다. 2019년 네이버와 다음을 필두로 카카오페이지와 레진코믹스도 등급제를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네이버 이외에는 아직까지 실행된 바 없다. 하지만 강제성이 전혀 없는 자율 규제이기 때문에 규제의 실효성에 관한 의견이 분분하다.

  한국 웹툰의 수출
  웹툰 플랫폼은 전 세계 유례없는 한국 고유의 생태계 모델로 글로벌 미디어 시장에 새로운 콘텐츠를 공급하며 매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한국 웹툰 수출 플랫폼인 라인 웹툰은 2019년 9월 기준, 북미 지역을 포함한 세계 100여 개국에서 모바일 구글 플레이스토어 앱 만화 부문 수익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만 월 사용자 수 1,000만 명을 돌파했고 이러한 영향으로 네이버의 2019년 글로벌 콘텐츠 거래액은 6,000억 원을 넘겼다. 유료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는 미국시장에서는 160여편의 한국웹툰을 영어로 번역해 서비스 중이며, 일본시장에서는 150여편의 한국웹툰을 일본어로 서비스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웹툰 수출에서의 국가별 문화적 차이다. 우리나라는 폭력적인 내용을 금하는 것은 아니지만 폭력을 희화화하는 것에 예민한 편이다. 반면 중국은 학원 폭력이나 동성애와 같은 내용에 심의 기준이 강한 편이며 정부나 학교 기관의 비리에 대한 내용을 허용하지 않는다. 또 장르적으로는 태국과 미국에서 스릴러가 인기를 끌며, 어느 국가나 로맨스 웹툰의 팬층은 보장되는 편이라고 한다.

  웹툰에 대한 정부의 태도
  2019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만화산업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과제에는 웹툰 창작-사업-교육 공간이 결합한 웹툰융합센터 준공과 작품 기획·개발비 지원 대상 확대, 장애인·노령층 작가 창작 지원 강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이에 청주대 만화 애니메이션학과 성문기 조교수는 “2019년 한국 정부의 만화산업육성 예산은 210억 원으로 만화 산업에의 정책적 노력이 이어져 오고 있다”며 “이는 창작역량 강화를 위한 디지털 기술력, 작가와 기업 간 계약 관계, 디지털 환경에서의 불법 복제에 대한 대응을 하기 위함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기존 만화 소비국가가 아닌 신흥 웹툰 소비국가의 시장개척 등 국제 교류 및 수출 활성화, 관련 법‧제도의 개선으로 나아가 세계가 함께 즐기는 한국 웹툰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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