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리어진 “언론의 길”

김재중 편집부국장, 국어국문학과

  시대가 변함에 따라 뉴스도 진화한다. 보도 도중 딱딱한 분위기를 환기하고자 위트 있게 멘트를 치는 앵커의 활약상이 종종 유튜브에 올라온다. 이 경우에는 대개 호의적인 여론이 주를 이룬다. 반면 최근 들어 중립적이지 못한 언론의 태도가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고래고래 소리를 내지르면서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앵커는 일부 시청자에게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둘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위트 있는 앵커’는 제3자가 봐도 부담 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하다고 본다. 이와 반대로 ‘소리를 내지르는 앵커’의 편파적인 태도는 기존의 뉴스에 길들어져 있던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고, 이것이 거부감을 일으키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다만 ‘소리를 내지르는 앵커’에게 적응된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것은 개개인의 취향 차이라 외려 존중해야 된다. 진정한 문제는 맹목적인 추종자들에게 있다. 이들은 “대신 화내 줘서 좋다”, “속이 뻥 뚫린다” 등의 이유로 자신들의 생각을 대변해 주는 보도를 찾지만, 앵커는 대신 흥분하고 화내 주는 직업이 아니라는 것에 유념해야 한다. 맹목적인 추종자들에게는 자신이 신봉하는 것이 곧 정의요, 무조건으로 옳으며 이에 반하는 의견은 듣지도 않는다. 물론 물불 안 가리고 비난하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그렇지만 나름대로 논리를 지닌 비판 역시 “보기 싫으면 다른 뉴스 봐라”식으로 무시해 대화의 여지를 없애 버리는 것도 지양할 자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소리를 내지르는 앵커’ 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원인은 자극적인 보도도 한몫 거든다. 형이 확정되지 않은 용의자에게 맹비난과 인신 공격을 퍼붓는 것은 이미 일상이 됐다. 우리나라는 무죄 추정의 원칙을 따르는 나라다. 중립을 무엇보다 제일로 삼아야 하는 뉴스가 아직 재판도 받지 않은 사람에게 심한 말을 던지는 것이 과연 옳은 행동일까.
  사실 이런 언론의 행동이 조금은 납득된다. 뉴스 채널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 속에서 기존의 시청자들이라도 빠져나가지 않도록 취한 조치가 그들의 입맛에 맞추는 것이라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 결정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에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 이렇게 폐쇄성을 추구하는 방법은 임시 방편일 뿐, 결국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을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결론적으로 현재 편파적인 보도가 늘게 된 이유로 일명 ‘콘크리트 층’이 원하는 분위기를 좇는 언론의 행태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올해의 ‘세계 언론 자유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42위를 차지했다. 이는 아시아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언론 자유 순위다. 그러나 이런 순위가 무색하게 편파적인 보도가 판을 치고 있다. 우리나라 언론 자유도가 높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과연 우리나라 언론 중립성은 어느 정도일 것 같냐고 묻고 싶다. 언론의 자유만큼 언론의 중립도 중요하다. 이 사실을 간과하는 이들이 늘어난다면, 우리나라 언론 중립의 길은 안개 속에 가리어져 있을 것이란 사견을 끝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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