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숲을 찾아가며

이정민 취재부국장 ,  영어영문학과

  영화 ‘리틀 포레스트’는 주인공 혜원이 도시에서의 방황을 끝내고 시골로 돌아가 자신만의 세상, 즉 숲을 찾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를 보면 시골의 고즈넉함과 일상의 소중함이 가장 인상깊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나만의 작은 숲. 기자에게 그것은 무엇일까?
  기자의 학창 시절은 늘 영상과 가까웠다. 방송부를 거쳐 영화 제작 동아리까지, 영상으로 완성된 학창 시절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차마 진로를 예체능으로 정할 용기까지 없던 기자는 전혀 상관없는 전공을 선택했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 후 1년을 어영부영 보내고 2학년이 되자 위기감이 들었다. 뭐라도 하나 해야겠다는 다급한 마음에 일단 충대신문에 지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반쯤은 취재지원비, 반쯤은 과 잠바 지급에 넘어간 충동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했지만, 입학 후 처음 하는 활동이니만큼 처음엔 신입생 같은 열정을 가졌었다. 하지만 힘든 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자주 찾아왔다. 과제와 취재를 병행하는 것은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당장 시험이 코앞인데 마감 회의로 꼬박 하루를 보냈을 때는 이번 호만 끝나면 그만둬야겠다는 다짐을 한 적도 있었다. 드디어 한 호를 끝냈다고 안도하면 다시 기사 아이템을 찾아야 했다. 취재 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취재 요청 전화를 하는 게 무서워 매번 대본을 써서 연습하고 전화하곤 했다. 수십 명의 학생 앞에서 설문지를 돌렸을 때는 손을 너무 떨어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그만두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직접 쓴 기사가 인쇄되고 배포됐을 때의 뿌듯함은 그 전의 고생을 잊게 했다. 한 면을 모두 채우는 기획 기사는 배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 그 중 한국 영화 100년 기념 기사가 기억에 남는다. 학창 시절에 열과 성을 다한 영화 제작 동아리를 입시에 치여서, 그 이후엔 전공과 관련이 없어 아쉽게 마무리했는데, 이 기사를 쓰면서 그 마침표를 찍은 기분이었다.
  또 기사 아이템을 찾다 보니 자연스레 학교에 관심을 두게 됐다. 각종 회의에도 참석하고, 학우들의 이야기도 허투루 듣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붕 뜬 기분으로 다니던 학교에 소속감과 애정을 느끼게 됐다. 학보사 기자라는 자부심과 책임감도 생겼다. ‘리틀 포레스트’에는 ‘겨울을 이겨낸 양파는 봄에 심은 양파보다 더 달고 단단하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기자 생활은 때론 겨울만큼 힘들었지만, 기자를 더 달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이제 나만의 작은 숲에 대한 답을 하고자 한다. 기자의 대학 시절이라는 숲에서 가장 큰 아름드리나무는 단연 충대신문일 것이다. 아직 인생의 숲을 찾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든든한 나무가 있어 앞으로의 방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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