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정문호 소방청장. 사진/ 소방청 대변인실 제공

  지난 5월 24일, 우리 학교가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며 모교를 빛내고 있는 동문을 대상으로 ‘제1회 자랑스러운 동문’을 선정하여 시상했다. 그 중 정문호(화학과 80학번) 소방청장은 졸업 후 대전소방본부장, 인천소방안전본부 본부장,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 제2대 소방청장으로 취임했다. 현재는 소방분야에서 국민안전의 수장으로 우리 학교를 빛내고 있는 정문호 소방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충남대학교 ‘제1회 자랑스러운 동문’에 선정되셨는데 간단한 소감 부탁드립니다.
 A. 대학을 졸업한 지가 34년 됐는데 자랑스러운 동문으로 선정해 주셔서 개인적으로 큰 영광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고향이 있지만 젊은 시절 꿈을 키웠던 대학도 마음의 고향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늘 마음속에 충남대인이라는 자부심과 긍지가 있고 그 크기만큼 졸업생으로서의 책임감과 사명도 갖고 있어요. 저보다 더 학교의 명예를 빛낸 훌륭하신 동문 선후배님들이 훨씬 많을 텐데 감사합니다.

Q. 화학과를 졸업하셨는데, 소방직을 하게 되신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소방은 업무 분야가 다양한 만큼 활용되는 학문 분야도 폭이 넓은 분야에요. 인문학이나 예술전공자도 충분히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도 적지 않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전공한 화학은 소방학에 필요한 핵심 학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요해요. 저는 국민에게 봉사하는 공직에 대한 희망도 높았고 그중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소방에 관심이 높았어요. 그러던 차에 1989년에 소방간부후보생 선발시험에 합격했고 지금까지 30년을 몸담게 됐습니다.

Q. 소방청장직을 맡으신 이후, 특별히 어려우신 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제가 2대 청장으로 부임한지 반년이 됐어요. 사실 모든 소방 가족의 염원이었던 소방청이 신설되면서 여기에 거는 기대는 그 이상이었어요. 국민의 기대가 컸던 만큼 우리가 느끼는 중압감도 적지 않았고요. 국민의 안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초창기이기 때문에 책임감은 상상 그 이상이에요.
  특히, 개청 후에 대형 재난이 여러 건 발생해서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심적으로 무거웠어요. 다행히 제가 취임한 이후 대형사고가 감소하고 피해도 줄고 있기는 하지만 단 한 순간도 경계를 게을리할 수 없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죠.

지난 5월 24일 열린 제1회 자랑스러운 동문 시상식, 맨 오른쪽이 정문호 소방청장이다. 사진/ 홍보실 제공

Q. 최근 강원도 산불 사태 이후, 소방 공무원의 처우 개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요구가 올라왔는데요. 이에 대한 소방청의 입장은 어떠한가요?
 A.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서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과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다시 한 번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해드립니다. 국민 여러분께서 느끼고 계신 것처럼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은 시·도별 재정 여건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에요. 도시와 농어촌 간에 존재하는 소방력의 불균형은 소방서비스의 질적 차이로 이어지고 국민의 안전도에 심각한 불평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거든요. 국민 모두는 차별 없이 균등하고 안정적인 소방서비스를 받아야 할 권리가 있고 저희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의무라고 생각해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것이 100% 절대적인 대안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모든 정책이 그렇듯이 우선순위를 정해서 시급한 과제를 해결하고 다음 과제를 추진해야 해요.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을 출발로 해서 중앙과 지방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모범적인 소방행정체계를 갖추어 나가려고 합니다.

Q. 지난 2월 경기도에서 채용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소방 공무원 임용 경력에 대한 항목을 변경하여 수험생들이 억울함을 호소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렇듯, 수험생들의 사활이 걸린 시험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소방청에서는 어떻게 대처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A. 전문 분야의 경력자를 대상으로 한 채용시험에서 일부 시·도가 다른 기준을 적용해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래서 소방청에서는 이 부분에 대해 근무경력 인정 기준에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조치했습니다. 올해에도 변경 공고를 해서 응시 기회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조치했고, 이와 관련해서 8월 중 관련 예규를 개정해서 10년 이내 제한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고요.
Q. 소방청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정신 건강 관련 상담 및 지원을 받은 소방 공무원은 6000여 명에 달합니다. 또한 지난해 전수조사를 한 결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과 같은 정신건강 치료 관리 필요 군은 전체의 42.8%에 달합니다.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청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 있나요?
 A. 소방공무원이 각종 재난과 재해, 사고 현장을 접한 이후에 정신적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지난해 실시했던 한 설문조사를 인용해서 설명해 드리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경험한 소방공무원이 4.4%, 우울증 증세를 보인 공무원도 4.9%로 나타났고, 주야 근무 교대에 따른 수면장애를 경험한 공무원은 23.1%에 정도로 나타났어요.
  그래서 소방공무원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유를 위해 찾아가는 상담실, 스트레스 회복력 강화 프로그램, 정신건강 상담ㆍ검사ㆍ진료 비용 지원, 심신 안정실 구축, 힐링 캠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러한 어려움을 안고 있는 소방공무원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소방복합치유센터와 소방심신수련원 건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사업의 상당 부분이 소방공무원 국가직화를 전제로 추진되고 있기 때문에 중앙 정부에서 특별히 관심을 갖고 있답니다.

Q. 이제까지 소방직 업무를 하시면서 가장 보람되신 일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A. 소방공무원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노력의 결과로 국민의 안전이 한층 강화되고 내부적으로는 조직이 한 단계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볼 때에요. 소방청 설립 전에 2004년도에 소방방재청이 설립됐었는데, 그때 설립추진 기획단원으로 일하면서 겪었던 조직 간 갈등과 합의 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네요.
  충남소방본부장 재직 시에는 화재, 119 신고 정보와 기상, 건축물, 생활 안전 정보를 융합해서 빅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행정안전부 정부평가에서 우수상을 받고 성과를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던 것도 보람있었어요.
  그리고 직원 복지에 책임 의식을 갖고 있었던 인천소방본부장 재직 시에는 열악한 소방서 급식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소방서 식당을 직영화했는데 식자재와 음식의 질이 크게 좋아졌다고 만족스러워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참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서울소방재난본부장 시절에는 현장민원전담팀을 신설해서 소방공무원이 공무 수행 중 겪는 고충과 법률 분쟁에 대해 본부에서 직접 나서서 적극적으로 지원토록 했어요. 제도 시행 후 도움을 받은 직원들로부터 정말 고맙다는 인사를 들었을 때는 고충을 끌어안고 혼자서 끙끙 앓았을 직원들이 떠올라 보람과 함께 안타까움이 밀려온 적도 있었어요.
  청장 부임 후에는 어려운 여건이지만 국민에 대한 책무를 다하고 조직 발전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으는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노력하고 있어요.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강원 산불 때 보여 준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전국적인 지원 출동이 신속히 이루어졌고 국립소방연구원이 발족하는 등 조직 내부적 역량이 정교화 되어가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소방공무원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소방공무원은 우선 공직이기 때문에 국민과 국가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자세는 다른 직렬의 공무원과 다를 것 없어요. 다만 직무 특성상 보다 헌신적인 자세가 요구돼요. 자신의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고 현장을 들어가야 할 때가 있고 퇴근 후나 휴일에도 비상 출동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도 감수해야 하고요. 하지만 그것이 꼭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만큼 국민들이 평가하는 신뢰도 1위인 직업이니 꿈을 갖고 도전할 가치가 높은 직업이라고 자부합니다.
  소방공무원에 꿈을 갖고 도전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확고한 신념을 갖고 준비하라는 거에요. ‘그냥 한 번 해볼까?’ 정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에요. 요구되는 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물론이고 체력을 기르고 다양한 교양과 경험을 쌓아야 해요. 하늘은 노력하는 자에게 성과물을 준다고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공평하고요. 꿈을 갖고 도전할만한 분야 중에 소방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