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부문 김서현 당선자

  어머니, 형, 그리고 아버지. 우리는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나는 사람이 흙으로 만들어졌다는 성경의 말씀은 어쩐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우리의 생이 시간에 깎여 나가는 모래 같기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 어머니는 바다를 보고 좋다고 하셨습니다. 형의 찌그러진 차를 타고 도착한 바다는 고작 한 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있었습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바다를 보기 위해 달려 온 시간이 한 시간이 아니란 걸 알고 있습니다.
  우리의 시간엔 어머니와 아버지와 형의 삼십 년, 그리고 나의 이십 육년이 있었습니다.
  나는 여전히 우리의 존재가 세월에 치이며 소멸해가는 모래 인형 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나는 우리의 소멸이란 영원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습니다. 식당의 이층 계단을 오르내리며 깎아냈던 어머니의 가녀린 등뼈, 과속 카메라를 보면서도 속도를 줄일 수 없었던 형의 구둣발. 암을 품어야 했던 아버지의 부르튼 신장.
  여기에 당신들을 기록합니다. 나의 모든 언어 속엔 당신들의 부피가 가득합니다.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당신들의 시간은 내 안에 고스란히 무게를 채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당신들의 작은 삶들이 세상의 또 다른 삶들을 살아가게 해준다는 걸 말해주고 싶습니다. 찬란한 당신들이 이루어 낸 생의 행동에 나는 이렇듯 작은 언어들로 엮어낸 감사를 전합니다.
  당신들에게 마음을 담아…
  그리고 세상 모든 가족과 부모 된 분들에게 경의를 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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