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 리들리 『이성적 낙관주의자』

 이 책은 1800년대 서유럽이나 북아메리카 동부의 어떤 지역을 상상하며 시작한다. 아버지가 큰 소리로 아이들에게 성경 구절을 읽어주는 동안에 어머니는 스튜 요리를 차린다. 우는 아기는 누나 중 한 명이 어르고, 맏아들은 물주전자의 물을 탁자 위의 질그릇에 따른다. 큰 딸은 마구간에서 말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바깥에는 교통 소음도, 마약 상인도 없다.
  그러나 이러한 상상은 큰 오해를 낳는다. 사실 아버지는 50대에 폐렴으로 죽게 되고, 천연두 때문에 울던 아기도 머지않아 곧 죽게 된다. 질그릇에 따르는 물에는 소 냄새가 나고, 촛불은 너무 비싸서 집 안에는 장작불이 빛의 전부가 된다.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는 10만 년에 걸친 인류사의 면면을 살피면서 과학적 이성이 낙관주의의 편에 있었다는 주장을 펼친다. 인류의 미래에 관한 담론 중 주류를 형성해 온 것은 비관주의였다. 1960년대에는 인구 폭발과 세계적인 기근, 1970년대에는 자원 고갈, 1980년대에는 산성비, 1990년대에는 세계적인 전염병, 2000년대에는 지구 온난화가 대표적이다.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는 비관주의는 대중의 큰 지지와 환영을 받아왔다.
  그러나 매트 리들리는 확고하게 낙관론을 주장하며 앞으로의 인류가 전례 없는 번영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석기 시대부터 디지털 시대까지 과학적 이성주의에 근거하여 인류의 삶이 어떻게, 왜 지속적으로 나아졌는지를 합리적으로 분석하고 내린 결론이다.
  이 책을 비판하는 것은 너무나 쉬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리들리의 논리가 허술해서는 아니다. 그의 책이 치열하고 다양한 논쟁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지적인 견해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리들리의 사상적 핵심을 들여다보면 인류의 방대한 역사를 꿰뚫는 놀라운 통찰력과 예측을 볼 수 있다. 리들리는 자연의 종말이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며 과학적 이성이 낙관주의의 시대를 선택했다고 확신한다. 그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경제 붕괴, 인구 폭발, 기후 변화, 테러리즘, 빈곤의 위협 앞에서 과학적 이성주의로 희망의 증거들을 명백하게 제시한다.
  이토록 자신감에 차고 거침없는 리들리의 낙관론은 이 시대를 지배하는 비관론에 당당하게 맞서며 비관주의자들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비관론에 대해 제대로 된 반론을 펼치는 책은 오랜만이라 반가운 기분이 들었다.
  이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인간을 파편화된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서 진화해가는 존재로 본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실제 역사에서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있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끼리 물건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매트 리들리는 말한다. 물물교환, 즉 서로 다른 것을 동시에 교환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인류의 비약적 전진이라고 말이다. 심지어 인류가 생태계에서 우세한 지위를 차지하고 물질적 번영을 이루도록 해준 핵심적 요인일 수 있다고도 언급한다. 실제로 물물교환은 인간의 전문화를 촉진했고 전문화는 기술의 혁신을, 기술의 혁신은 더 많은 전문화를 초래했다. 그리고 이러한 전문화가 시간과 자원의 효율화를 낳는 동시에 더 폭넓은 교환으로 이어진 끝에 진보가 이루어졌다. 이로써 인간은 경제적·문화적·사회적 번영을 누리게 된 것이다.
  매트 리들리의 이성적 낙관주의에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다 하더라도,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과학과 더불어 역사, 철학, 경제학, 생물학 등을 넘나들며 10만 년에 걸친 장대한 인류의 역사를 흥미롭게 저술해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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