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라니 뮐·디아나 폰 코프

  우리는 음식의 천국에서 살아가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언제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음식들 가운데에서 우리는 자주 곤란함에 빠진다. 무엇을 먹을지에 관해 하루에도 수백 번을 고민하고, 누구와 어디서 먹을지도 고민한다. 또 채식주의, 날마다 새로 나오는 식이요법 등 음식에 관한 수많은 정보에 휩쓸리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생애에서 수없이 반복되는 ‘먹는 행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심리학자가 들려주는 음식에 담긴 42가지 비밀”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이 책은 행동심리학과 뇌과학을 이용해 음식에 담긴 비밀들을 파헤쳐 독자가 더 건강하고 똑똑하며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식사를 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우선 미각에 관한 내용을 살펴보자. 미각은 이미 엄마 뱃속에 있을 때 각인된다고 한다. 태아는 양수를 통해 엄마가 가진 식습관과 선호 음식을 향료 성분 형태로 받아들인다. 사람은 보고 듣기 전에 먼저 맛을 느끼고 후각 체험을 하는 것이다. 임신 2개월 말쯤이면 혀의 미뢰가 형성되고, 12주째부터 태아는 들이마시는 행동을 시작한다. 임신 말기에 이르면 태아는 양수를 들이마시고, 그 맛에 적응하기도 한다. 이때 태아는 매일 양수를 0.5리터 가량을 마시는데, 양수가 달콤하면 더 자주 마시고 양수가 쓰면 그 빈도가 줄어든다. 그러니까 우리가 단 것을 좋아하고 쓴 것을 싫어하는 것은 타고난 것이다.
  생물학자 줄리 메넬라의 연구에 따르면 아기마다 자신만의 유일하고 독특한 경험을 한다고 한다. 아기는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좋아하고, 그것을 가장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이렇게 어릴 때 좋아하는 음식으로 인생사의 기억 속에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면 평생 좋아하는 음식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좋아하는 음식을 즐기는 것은 확실히 기쁨을 주기는 하지만 강력하게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바로 기억이 가진 함정이다.
  미각과 함께 입에 들어온 음식의 ‘느낌’도 우리의 판단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눅눅한 콘플레이크, 김빠진 맥주, 탄산이 빠진 탄산수는 입 안에서의 느낌이 썩 유쾌하지 않은 것들이다. 반면 입 안에서의 느낌이 완벽해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풍성한 거품을 품은 초콜릿 무스, 입 안에서 톡톡 터지는 탄산수나 콜라, 살살 녹는 소고기 한 점 같은 음식들 말이다.
  태아가 발달할 때 청각이나 시각보다 훨씬 먼저 생기는 첫 감각이 촉각이라고 한다. 촉각은 기타 모든 감각의 기초를 형성하는 신경의 기본 단위를 만든다. 표피층 상부에 있는 신경의 말단 부분은 음식이 입술과 혀 또는 손가락에 닿을 때의 온기, 냉기, 끈기, 농도를 분류하여 기록한다. 때문에 우리는 음식에 실망하게 되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음식의 맛이 기대에 부응하면 황홀해 하는 것이다.
  촉각과 더불어 청각도 우리를 자극한다. 고기의 품질보다는 고기를 구울 때 나는 지글지글 소리가 훨씬 더 입맛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불꽃이 탁탁 튀는 소리든 석쇠로 지글지글 굽는 소리든, 소리가 식욕을 자극한다는 사실은 이미 학문적으로도 밝혀졌다.
  한편 음식의 색을 다룬 내용도 인상적이다. “꼴보기 싫은 친구는 빨간 접시에 음식을 담아줘라”는 제목의 챕터에서는 접시 색깔의 비밀을 이야기한다. 꼴보기 싫은 친구는 음식을 흰 접시 대신 빨간 접시에 담아 주라는 것이다. 옥스퍼드대학교 학자들의 신경학 음식 연구에서는 빨간색 그릇이 배고픔을 완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우리는 빨간색을 위험으로 연상하는데,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전형적인 반응은 도망이기 때문이다.
  철학자 루드비히 포이어바흐는 말했다. “내가 먹고 마시는 음식은 그 자체로, ‘제 2의 자아’이다.”라고. 먹는 행위를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지만 지극히 가벼운 것으로만 대할 수도 없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먹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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