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부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사람들'

  이 책은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언론인인 마이클 부스가 10년 동안 북유럽에서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그곳을 탐방하며 기록한 견문록이다. 저자는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5개국을 돌면서 소설가, 철학자, 정치인, 과학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북유럽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북유럽 국가들은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혀 왔다. 2018년 3월, 유엔 산하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 SDSN)는 전 세계 156개국을 상대로 국민 행복도를 조사한 결과를 담은 ‘2018 세계행복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핀란드이다. 핀란드의 뒤를 이어 노르웨이, 덴마크, 아이슬란드가 각각 2, 3, 4위를 차지했고, 스웨덴도 9위에 올랐다. 한국은 작년보다는 약간 순위가 올랐지만 55위에 그쳤다.
  하지만 이 책이 무작정 북유럽 국가에 대한 장밋빛 환상만을 심어주는 것은 아니다. 북유럽의 행복 현상을 분석하기에 앞서 북유럽 사회와 사람에 관해 자세히 파고든다. 특히 스칸디나비아의 그늘도 간과하지 않고 꼼꼼하게 살펴본다.
  저자가 첫 번째로 들여다보는 나라는 ‘덴마크’이다. 뉴욕타임스는 덴마크를 지구상에서 가장 실직당하기 좋은 나라라고 불렀다. 실업수당이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받던 월급의 최대 90퍼센트까지 최대 2년간 지급되기 때문이다. 최근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11년이었다고 한다. 또한 덴마크는 세계에서 세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다. 덴마크의 납세자들에게 부과되는 총 직간접세는 58~72퍼센트라고 한다. 즉 덴마크인은 자신이 버는 소득의 3분의 1만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다.
  두 번째로 살펴보는 나라는 ‘핀란드’이다. 저자인 마이클 부스는 핀란드의 만성적인 부정적 자아상을 만드는 원인으로 핀란드의 유명한 술 문화를 언급한다. 핀란드 국민들의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유럽에서 평범한 수준이지만, 술의 양이 아닌 술을 마시는 방식이 그런 평판을 만들었다고 본다. 2007년 약 3만 명을 대상으로 한 유엔의 설문조사에서 핀란드인의 27퍼센트가 폭음(한 번에 다섯 잔 이상)이 자신의 평소 음주 습관임을 인정했다.
  세 번째로 들여다보는 나라는 ‘아이슬란드’이다. 아이슬란드는 긴밀한 사회이지만, 족벌주의가 경제 문제의 주요한 원인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본인이 속한 스포츠클럽의 회원이나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하며, 이것을 부패라고 부르지도 않는다. 다른 북유럽 국가에서는 장기적 안정과 책임, 평등, 번영을 키운 바로 그 사회적 결속이 아이슬란드에서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네 번째로 살펴보는 나라는 ‘노르웨이’이다. 저자가 노르웨이의 사회 구조적 측면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생산 능력이다. 노르웨이의 전체 인구 중 생산 연령의 3분의 1 이상이 아무 일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100만 명 이상이 정부 보조금만으로 살아가고 대다수는 연금 수급자이다. 이와 동시에 노르웨이 아이들의 문해력과 수학, 과학 능력은 유럽 평균을 밑돌고 있다.
  다섯 번째 나라는 H&M과 이케아의 나라인 ‘스웨덴’이다. 책에 정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지만, 저자가 가장 까칠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 정당 제도의 문제점, 스웨덴 사람들의 친절을 가장한 무례함과 극도의 무뚝뚝함, 무자비한 실용주의 등 5개국 중 가장 많은 단점들을 친절하게 나열하고 있다.
  이상과 같이 저자는 북유럽 국가들의 잘 알려지지 않은 결함을 면밀하게 살펴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북유럽 사람들에게 고쳐야 할 단점보다 배워야 할 장점이 훨씬 많다고 말한다. 미래 사회의 롤모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북유럽이라는 것이다.
  북유럽에는 크고 폭넓은 복지 혜택, 개인 간의 신뢰와 사회적 결속, 남녀평등, 합리주의 등 배워야 할 점이 많지만, 저자는 그 중에서도 삶의 자율성을 꼽는다. 진정하고 지속적인 행복을 가능하게 하는 최우선적인 요소가 바로 삶의 자율성이라는 것이다.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고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사치 말이다.
  이 책은 남다른 다정함과 흥미로운 시선, 그리고 세심한 관찰력으로 북유럽을 바라보고 있다.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생소했던 북유럽에 가까워지고 싶고, 잘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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