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크리스천·톰 그리피스 '알고리즘, 인생을 계산하다'

 

  우리는 인생의 모든 순간에 크고 작은 문제와 부딪힌다. 이때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꽤 다양하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인 브라이언 크리스천과 톰 그리피스가 제안하는 방법은 컴퓨터과학의 ‘알고리즘’이다. 알고리즘은 페르시아 수학자인 알-콰리즈미의 이름에서 비롯된 단어로, 주어진 문제를 논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와 방법, 명령어 등을 모아 놓은 과정을 말한다.
  이 책에서는 최적 멈춤, 탐색/이용, 정렬하기, 캐싱, 일정 계획, 베이즈 규칙, 과적합, 완화, 무작위성, 네트워킹, 게임 이론의 11가지 알고리즘을 제시하면서, 컴퓨터과학의 알고리즘을 통해 인생의 여러 문제들을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물론 최첨단의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해결책이 맞지 않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두 저자는 우리가 주변에서 접하는 문제들에 대처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컴퓨터과학의 알고리즘 속에 있다고 거듭 말한다.
  가장 먼저 소개하는 알고리즘은 ‘최적 멈춤(Optimal stopping)’이다. 일정 시간 동안의 탐색을 거쳐 그 시간이 끝나면 ‘뛰어들기’에 돌입하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직면하는 특정한 문제의 집합은 우리가 유한한 시공간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사실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여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인 것이다.
  이사 갈 아파트를 보러 다닐 때 가장 좋은 아파트를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최적 멈춤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적정한 수준에서 둘러보기를 중단하고 살 집을 정하는데, 가장 좋은 집을 만날 확률을 높이려면 ‘37%의 법칙’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37%의 법칙은 최적의 지점을 복리 계산법 등을 통해 수학적으로 산출한 법칙이다. 통계학적으로 100개의 선택지가 있을 때 처음 37개 선택지를 확인하면 전체 선택지의 수준을 알 수 있고, 나머지 63개 선택지 중 앞서 발견한 37개보다 더 좋은 선택지가 나오면 즉시 그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는 논리이다. 한 달 동안 집을 보러다닌다고 가정할 때 전체 대상의 37%를 살펴보게 되는 11일째까지는 부담이 없이 다니다가, 12일째부터는 이제껏 본 집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보다 좋은 집이 나타날 경우 즉시 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약하면 인생의 중요한 순간에, 적절한 선에서 ‘둘러보기’를 멈추고 ‘뛰어들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캐싱(Caching)’은 다른 알고리즘에 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끝없이 캐싱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물건들 중 필요 없는 것들을 치우고, 옷장 정리를 하며 철 지난 티셔츠를 버릴지 말지를 결정한다.
  이 책은 우리의 옷장이 컴퓨터가 기억을 관리할 때 직면하는 것과 거의 동일한 문제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공간이 한정된 상황에서 시간과 돈을 절약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컴퓨터가 등장한 이래로 컴퓨터과학자들을 계속해서 무엇을 간직하고, 그것을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의 두 문제와 싸워왔다. 따라서 기억 관리의 컴퓨터과학은 우리의 옷장이 정확히 어떻게 정리되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이 경우에 제안하는 알고리즘이 바로 캐싱인 것이다. 
  ‘과적합(Overfitting)’은 일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동작들의 모임으로,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결부된 알고리즘이다. 과적합은 가장 단순한 것이 최고의 계획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생각을 많이 하면 할수록 더 좋다고 쉽게 가정한다. 하지만 저자는 일부러 생각을 덜 하는 것이 문제를 다루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의 직관적인 기준은 가능한 모든 대안들을 꼼꼼하게 생각하고서 가장 좋은 대안을 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쉬운 문제일 때나 부릴 수 있는 여유이고 사치다. 어려운 문제를 풀 때, 최상의 알고리즘은 오로지 최소한의 시간에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는 것이다. 따라서 컴퓨터과학의 알고리즘은 더 이상 인간과 대치하는 도구가 아니며, 알고리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은 삶을 지혜롭게 살아가는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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