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일 '라틴어 수업'

 

  영화 <해리포터>에는 다양한 마법 주문들이 등장한다. 그중 가장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주문은 ‘엑스펠리아르무스’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이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사용하는 필살기와도 같기 때문이다. 이 ‘엑스펠리아르무스’는 ‘Expelli’와 ‘Armus’로 구성된 라틴어 단어이다. ‘Expelli’는 추방하다는 뜻의 라틴어 동사 ‘expéllo’에서 유래하였고, ‘Armus’는 무기, 병기를  뜻하는 라틴어 명사 ‘arma’에서 유래하였다. 이에 따라 ‘Expelli Armus’는 ‘무기를 추방한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다.


  고대 로마어이자 오늘날에는 사실상의 사어(死語)가 된 라틴어. 하지만 고문헌이나 특정 학문에서뿐만 아니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매트릭스>, <반지의 제왕>, 드라마 <왕좌의 게임> 등 대중문화 전반에서 라틴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또한 일상생활에서도 라틴어를 쉽게 볼 수 있는데, ‘유비쿼터스(Ubiquitous), 페르소나(Persona), 비타민(Vitamin), 에쿠스(Equus)’처럼 라틴어이거나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들은 무언가 ‘있어 보이는’ 느낌이다. 하지만 단지 있어 보이기 위해 라틴어 공부에 도전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 문법이 굉장히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다. 단어 하나가 성, 수, 격에 따라 다양한 형태 변화를 하는데, 동사 하나의 변화가 160여 개에 달하기도 한다.
  이 책은 총 28개의 챕터로 구성되고 있고, 각 챕터마다 라틴어 한 문장을 주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간다. 하지만 제목처럼 언어학 수업이기보다는 역사·문화·사회 등을 아우르는 종합 인문 강좌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희망에 관한 구절이다. 라틴어 명구 중에는 희망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고 한다. 삶이 있는 한, 희망은 있다(Dum vita est, spes est), 숨 쉬는 동안 나는 희망한다(Dum spiro, spero),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희망한다(Dum vivimus, speramus). 하지만 희망을 말하기에 반드시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삶’이다. 살아 있는 인간만이 희망을 말하고 꿈꿀 수 있기 때문이다. 영원으로부터 와서 유한을 살다 영원으로 돌아가는 존재인 인간. 희망을 이루고 있는 무엇, 그에 대한 기대나 욕구가 아니라, ‘희망’ 그 자체가 사람을 살게 하고 살아 있게 한다는 저자의 말이 인상 깊었다. 책의 말미에는 희망을 떠올리기 점점 어려워지는 시절에 무엇을 희망하는가를 독자에게 묻는다.
  저자는 책의 초반부에서 이 수업의 궁극적 목표가 라틴어의 문법을 완벽하고 철저하게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라틴어에 대한 흥미를 심어주고 라틴어를 통해 사고의 틀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 언급한다. 나아가 공부는 어디에서, 무엇에서부터 시작하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책만은 조용한 곳에서 홀로 있을 때 바쁜 일상을 잠시 멈추어 두고 읽기를 권한다. 자신의 머리와 가슴 속에 어떤 생각을 품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생각들을 갖고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책과 만날 때 저자의 사려 깊은 조언과 위로가 더욱 의미 있게 와 닿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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