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 간직한 우리 전통주

  술은 아주 오래 전 인류가 수렵과 채집 생활로 연명하던 구석기시대부터 우리와 함께해왔다. 인류의 술을 향한 애정은 세계사의 다사다난한 흐름 속에서도 대체로 일편단심이었다. 오랜 시간 사랑 받아온 만큼 오늘 날 술의 종류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해졌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전통과 역사가 담긴 전통주 시장이 조용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외 유수 주류 품평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며 세계 시장에도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한국의 전통주. 기자는 그 중에서도 충청도 지역의 전통주를 만나고 왔다.

 

천안 거봉으로 빚은 '두레앙' 

  '두레앙'을 만나러 충남 천안 입장면에 위치한 두레양조에 찾아갔다. 거봉포도가 ‘두레앙’의 주재료가 되는 만큼 주변은 전부 포도밭이었다. 두레양조에서 생산하는 '두레앙'은 공동체를 뜻하는 순 우리말인 '두레'에서 유래했다. 공동체라는 뜻처럼 두레양조는 농민들이 뜻을 모아 설립한 법인이다. 입장면은 우리나라 거봉포도의 80%정도를 도맡아 생산할 정도로 유명하다. 매년 성황리에 ‘입장 포도 축제’가 개최되기도 한다. 또한 입장면이 자랑하는 거봉포도는 알맹이가 크고 당도가 높다. 농약잔류 문제로부터도 안전해 술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재료가 되는 셈이다.
  이런 입장면의 포도를 발효시킨 것이 ‘두레앙 와인’, 증류시킨 것이 ‘두레앙 브랜디’다. 모두 국내 유수 주류품평회와 세계 3대 주류품평회 등에서 좋은 성적으로 입상했다. 품질과 경쟁력 모두를 만족시키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두레앙’의 맛은 ‘단맛과 신맛의 조화가 잘 갖춰진 맛’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두레양조 권혁준 대표이사는 “두레양조의 위치적 접근성, 품질 좋은 거봉 포도로 직접 생산되는 점이 두레앙의 가장 큰 장점이자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100일 간의 정성, '계룡백일주'

  다음으로는 충남 공주의 ‘계룡백일주 양조장’을 방문했다. 양조장 주변에선 인접한 계룡산을 포함해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계룡백일주에도 이러한 자연의 재료가 그대로 사용된다. 봄·여름·가을·겨울을 상징하는 재료들이 들어가는데, 봄에는 진달래꽃을, 가을에는 국화꽃을 따 말려두어야 한다. 계절마다 항상 재료를 준비하는 수작업인 셈이다. 이렇게 하나하나 모은 재료들로 100일의 시간을 거쳐야만 백일주가 완성된다.
  계룡백일주는 16도짜리 ‘약주’와 40도짜리 ‘소주’로 나뉜다. 약주는 찹쌀·누룩과 계절별 재료로 발효해 만든다. 시원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이런 약주를 증류시킨 뒤 벌꿀을 넣으면 소주가 된다. 도수가 높지만 역시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식감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많이 마셔도 숙취가 심하지 않고 깔끔하다고 한다.

 

앉은뱅이 술! '한산소곡주'

  한산소곡주를 만나기 위해 충남 서천군 한산면의 ‘한산소곡주 삼화양조장’을 찾았다. 한산소곡주는 한번 먹으면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고 계속 먹게 된다고 해 '앉은뱅이 술'이라고도 불린다. 그만큼 달콤하고 중독성 있는 맛을 자랑한다. 전국적으로 50여개의 양조장이 운영될 정도로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표 전통주종 중 하나다.
한산소곡주의 맛은 달콤한 편이었고 농도가 굉장히 짙었다. 한산소곡주의 특징인 단맛은 찹쌀의 함량에서 나온다. 곡주는 찹쌀 함량이 높을수록 달기 마련인데, 한산소곡주는 찹쌀 함량이 아주 높은 술이다. 물을 적게 사용하는 것도 단맛의 비밀 중 하나다. 한편 삼화양조장은 양조장과 함께 소곡주 카페와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무료 시음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꾸준히 전통주의 인식 제고를 위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통주진흥협회가 수년 전부터 개최해 온 ‘우리 술 품평회’는 번듯한 주류 행사로 자리잡았다. 또 협회에선 전통주 갤러리나 박람회 유치를 통해 전통주 판매와 홍보에 힘써오고 있다. 이외에도 많은 개인과 단체의 노력으로 최근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뜨거운 관심이 이어져 우리 전통주의 위상이 더욱 높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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