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와 낸시

  그루피(groupie)는 원래 음악 밴드를 뜻하는 그룹(group)에서 파생된 말로, 서구권에서 특정 스타, 주로 록 밴드와 친밀한 관계를 원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주로 여성이며, 록 밴드의 역사와 거의 모든 순간을 함께해왔다. 록 밴드의 옆엔 항상 그루피도 있었다는 뜻이다. 밴드의 공연이 끝나면 백 스테이지에 모여 대기하고 있던 그루피들은 멤버들에게 달려들어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려 최선을 다하고, 밴드 멤버들은 그 중 맘에 드는 몇몇을 선택해 시간을 보내는 식이다. 같은 그루피들 안에서도 보이지 않는 계급 같은 것이 존재하기도 했다. 영화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페니 레인은 그루피들의 리더 격으로 등장하는데, 그녀는 밴드의 투어에도 함께하며 밴드 멤버들의 스케줄 뿐만 아니라 정신적 문제 등 밴드 활동 전반에 관여하며 상당한 영향력을 갖춘 것으로 묘사된다.
  현실에서 가장 유명한 그루피 중 한 명은 시드 비셔스와의 사랑으로 유명한 낸시 스펑겐일 것이다. 낸시는 본래 미국 사람이지만 당시 따라다니던 밴드를 따라 영국 땅에도 진출했다. 밴드 ‘섹스 피스톨즈’의 멤버와 잘해보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던 그녀는 정말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섹스 피스톨즈의 베이시스트 시드의 눈에 들게 되었고, 둘은 사랑에 빠졌다. 이후 낸시는 섹스 피스톨즈의 투어와 공연을 따라다니며 시드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성공한 그루피가 된 셈이다. 그러나 낸시는 안 그래도 마약과 자해 등으로 문제가 많던 시드에게 여러 가지 악영향을 미치며 시드를 더욱 반사회적으로 만들었다. 낸시로 인해 밴드 활동에도 지장이 생기자 시드를 제외한 멤버들은 낸시를 굉장히 싫어했다. 하지만 시드는 낸시를 사랑했고, 밴드가 해체된 이후에도 둘은 미국으로 건너가 같이 생활했다. 이 시기에, 완전히 마약에 빠져 엉망진창으로 생활하던 둘은 낸시의 죽음으로 이별을 맞는다. 낸시의 죽음을 두고 선 아직까지도 말이 많지만 정황상 약에 취한 시드에 의해 살해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억에 없지만 살인을 인정한 시드는 이 사건으로 복역을 마친 뒤 마약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다. 당시 시드는 21세, 낸시는 19세였다.
  시드와 낸시는 충동적인 감정들을 극단적인 행동으로 여과 없이 표출해내고야 마는 사회의 이방인이었고, 그들의 사랑이야기는 단순히 우울하고 쾌락에만 빠져 살던 실패한 젊은이들의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동경에 가까운 강렬한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영화나 소설 등으로 그들의 이야기가 꾸준히 언급돼 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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