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 Out, Zoom Out

  세계 이색 대회 중, 대한민국에서 주최하는 대회가 있다. 바로 ‘멍 때리기 대회’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규칙인 것으로, 독특한 발상으로 주목을 받았다. 올해는 가수 ‘크러쉬’가 우승을 해 더욱 화제가 된 대회이다. 해외 언론에서도 한국의 멍 때리기 대회(Space-out contest)를 보도했었다. 멍 때리는 행위로 대회까지 주최한다는 게 골 때리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멍 때리기 대회는 콘테스트라는 이미지와 걸맞지 않게 굉장히 정적이고 한가롭다. 3시간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어떤 행동도 하지 않는 채 끝난다. 적지 않는 시간 동안 이래도 되나 싶다. 어떠한 생산적인 활동도 하지 않고 그저 시간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나치게 시끄럽고 동적인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 현대인들에게는 필요한 모습이다.
  현대인은 멍 때림에 관대하지 않다. 우리는 바쁜 일상에서 무의식적으로 멍을 때리지만 곧 바로 멍 때리는 것을 의식하고 죄책감을 느껴 바쁜 현실로 뛰어든다. 외부의 시선 또한 마찬가지다. 사회는 멍 때리고 있는 사람을 삶에 열정이 없고 의지가 없는 사람으로 인식한다. 멍 때리고 있는 사람은 주변의 따가운 시선과 압박을 받는다. 멍 때림에 대해 내면화된 부정적인 생각과 불편한 눈초리는 자신을 괴롭힌다. 멍 때림은 뇌가 휴식을 취하는 생리적인 현상이다. 인간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이고 당연한 현상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되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다. 우리는 최소단위의 휴식인 멍 때림을 무시하며 더 확장된 차원의 휴식과 여유는 사치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해야 된다는 프레임에 갇혀 기계같은, 아니 기계보다 더 기계적인 인간이 되었다. 기계적인 인간은 이 시대의 치열한 생존게임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간상일 것이다. 사회에서 인정받고 물질적인 풍요로움도 얻는다. 성취감에 만족스러워 하겠지만 행복하지 않고 즐겁지 못한 삶이다. 기름칠하지 않고 관리받지 못한 기계가 잦은 고장을 일으키는 것처럼 쉬지 않고 열심히 살아온 몸뚱이는 점차 ‘싱크홀’로 변해간다. 단단하고 멀쩡하게 보이는 껍데기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고, 무너졌을 때는 정신적 빈곤이라는 구멍을 남긴다.
  인생은 삶과 현실 두 개의 추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우리 인생의 저울은 균형을 잃고 쓰러져 있다. 저울의 무게중심은 지나치게 현실로 쏠려있다. 우리는 우리를 착취하는 버릇을 만들었지만 휴식하는 버릇은 만들지 않았다. 착취하는 시간은 확보했지만 돌보는 시간은 확보하지 않았다. 시간 사이사이에 스페이스바와 쉼표는 누르지 않고 적절하지 못한 문자만 채워 넣은 것이다. 휴식과 여유는 중요하다. 휴식과 여유는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회복시켜 체력을 보충하고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끔 도와준다. 누구나 다 아는 중요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중요한 것을 사소하게 만든다. 사소한 건 결국엔 무시당한다.  근면과 성실이 이 시대의 미덕이지만 미덕도 지나치면 미덕이 아니다. 우리는 근면과 성실에 게을러지고 과해진 미덕을 중용해야 한다. 휴식을 통해 본래 추구해야 할 행복과 즐거움을 삶의 무게추에 더해 저울의 평형을 맞춰야 한다.
  영어로 멍 때리기를 ‘Space Out’이라고 한다. ‘정신이 나가있는’ 뜻이다. 언뜻 보면 ‘정신이 미쳐있는’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Space Out'은 미쳐있는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무아지경의 상태다. 우리는 바쁜 현실과 멀리 할(Zoom Out) 정신 나간 모습(Space Out)으로 있어도 된다.

김경환 (의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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