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도시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 ‘고향’은 이상하게 낯선 단어다. 기자는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터라 고향에 대한 향수가 크지 않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이미지는 가슴 깊숙한 곳에 본능처럼 새겨져 있다. 푸른 논밭이 펼쳐져 있고 흙냄새와 사람들 간의 정이 넘치는 곳이 고향이라고 생각한다. 『관촌수필』은 이런 마음 속 고향과 같이 다가오는 책이다. 작가의 자전적인 성격이 강한 소설인터라 소설의 내용이 더욱더 실감나고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첫 장을 펴자마자 나오는 토속어들을 통해 낯설음과 익숙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토속어를 접해보지 못했던 터라 낯설음을 떨쳐버릴 수는 없었지만, 토속어로 쓰인 소설이 이렇게 아름답고 멋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문장은 다시 읽고 입 안에서 굴려보며 그 뜻을 찾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토속적인 단어들은 우리에게 고향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기도 하고, 현실에 더욱 더 몰입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바쁜 일상에 치이는 현대사회에서 잃어버린 고향을 찾는 사람은 수도없이 많다. 기자 또한 고향에 대한 감정을 잊고 살았던 사람 중에 하나다. 『관촌수필』은 고향을 잊은 채로 살다가도 불쑥불쑥 고향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의 감정을 자극한다. 소설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고향을 잃은 슬픔, 그리고 우리가 알던 고향이 없어질까 하는 두려움을 동시에 그려내고 있다.
 또한 소설은 주인공과 관련된 사람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풀이하면서 일제 강점기 말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과 광복 후 전쟁을 겪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과 고향마을 사람들이 이웃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 알고 배려해주는 모습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소설 속 사람들은 이웃집에 어떤 사람이 어떤 사정을 가지고 있는지 꿰뚫고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 모습은 공동체가 무너진 현대 사회의 모습과 대조적이어서 더욱 강렬하게 뇌리에 남는다. 우리가 품고 있는 마음속의 고향처럼 현대가 정겹고 공동체적인 장소가 됐으면 하는 희망이 생긴다.
 현대 사회에서 고향은 더 이상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깨끗하고 아름다운 장소로 인식되지 않는다. 오히려 낙후되거나 뒤떨어진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렇게 점점 퇴색돼가는 고향의 본래 의미를 『관촌수필』에서 흠뻑 느낄 수 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구체화 시킬 수 있다. 소설은 우리에게 과거를 통해 현대의 향수를 불러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방법을 제시해준다. 『관촌수필』 은 누룽지같이 딱딱하고 구수함 속에서 따뜻함과 따가운 일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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