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 ‘21C 하이퍼리얼리즘, 숨쉬다展’

 

  미술관이라고 하면 굉장히 멀고 어려운 곳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실제로 대전시립미술관은 학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있다. 기자는 학교에서 대전시립미술관까지 정문에 위치한 타슈 정류장에서 타슈를 타고 궁동과 갑천변을 따라 30분 만에 도착했다. 이처럼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시간이 없어 문화생활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던 학우들이 즐길 수 있을 법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예술과 현실, 그 경계
  실제보다 더 사실적이고 정교하게 작품을 표현하는 하이퍼리얼리즘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이란 주관을 배제하는 정교한 표현으로 현실을 예술로 옮겨놓는 미술양식의 하나다.  1960년대 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유행했으며,  ‘수퍼리얼리즘(superrealism)’ 혹은 ‘극사실주의’ 라고 불리기도 한다.  눈으로 보는 시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현실 그 이상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하이퍼리얼리즘은 ‘리얼리즘 이상의 리얼리즘’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이런 하이퍼리얼리즘의 묘미를 보여주는 전시회 <21C 하이퍼리얼리즘, 숨쉬다展>이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렸다. 총 15인의 작가들이 참여한 이번 전시회에 앞서 대전 시립미술관은 “하이퍼리얼리즘이 회화와 조각이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사라진 인간 영혼에 대한 경이와 숭고를 상기시킨다는 의미로 부제를 ‘숨쉬다’라고 정했다”고 밝혔다.  전시공간은 총 3구역으로 ▲대중과 숨쉬다 ▲현실과 숨쉬다 ▲이상과 숨쉬다로 나뉘어져 있다.

  현실보다 현실 같은 작품 앞에 멈춰서다
  1전시실에 처음 입장하면 실제로 움직이고 있는 시계를 찬 마크 시잔의 작품 <서있는 경비원>(사진1)을 볼 수 있다.  마치 실제 경비원같이 생긴 이 조각은 마크 시잔이 실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모티브 삼아 표현한 작품으로,  작품을 본 사람들이 실제 사람인줄 알고 흠칫 놀라기도 한다. 극도의 사실적인 표현을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는 이 작품은 우리를 하이퍼리얼리즘의 세계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다.
  2전시실로 들어가면 로빈일리의 작품 <굴절된 라이트>(사진2) 시리즈를 볼 수 있다. 작품 속엔 조각난 유리 조각 속에 벌거벗은 채 무표정하게 있는 사람의 모습이 있다.  이를 보면 고독하고 파편화된 현대인의 자아에 대해 고뇌하게 된다.  지나가던 아이가 로빈 일리의 작품을 보고 ‘얼음 속에 갇힌 사람들 같아’ 라고 흘리듯이 말한 감상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같은 전시실에 있는 샘 징크스의 작품들도 시선을 끈다. 사람의 실핏줄 하나, 주름 하나까지 극도로 사실적으로 묘사한 그의 작품들은 현실보다 더 무게감을 느끼게 만든다.  젊은 남자가 늙어죽은 자기 스스로를 안고 있는 형태의 조각 <피에타>(사진4)를 비롯해 주로 죽음, 탄생, 공존 등을 주제로 하는 샘 징크스의 조각들을 바라보다보면 작품을 넘어서 실제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보편성과 존엄성에 대해 한번쯤 생각하게 된다.
  또한 캐롤 퓨어맨의 작품들도 하나같이 ‘실제 사람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물 속에 작품을 설치하는 작가로 유명한 그녀의 작품들은 물방울 하나까지 사실적으로 표현돼 있다.  수영복을 입은 여성을 표현한 <켄달섬>(사진3)처럼 대부분 실물 크기로 재현되어 있는 그녀의 작품들 앞에 서면 어떤 것이 예술이고 어떤 것이 현실인지 혼동이 되기도 한다.
   다음 3전시실에 들어서면 아름답고 작은 소녀의 시선들(사진6)이 느껴진다.  같은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시선도,  행동도 각기 다른 작은 소녀들을 그린 작품이 여럿 있다.  이 작품들은 작가 파블로 루이즈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모티브로 그린 그림으로 하나하나 점으로 그리는 점묘법으로 표현돼 있다.  세밀한 점으로 표현된 그림들은 어딘가 몽환적이면서도 섬세함이 느껴진다.  그런 소녀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면 '뭘 생각하고 있을까'하고 궁금해진다.
  몽환적인 파블로 루이즈의 그림 맞은편엔 크리스토퍼 데이비드의 <절규>(사진5)라는 작품이 전시돼 있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하고 있는 작품을 들여다보면 왠지 꺼림칙한 느낌이 먼저 든다.  마치 썩은 나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점토 등을 이용해 나무의 거친 질감을 표현한 이 작품은 자연의 절규처럼 보이기도 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전시 작품들을 들여다보고 멈춰서기를 반복하다보면 어느 새 모든 작품들을 둘러보게 된다.  현실보다 현실같은 작품들은 때론 경악을,  때론 진지한 고민을 하게 만든다.  전시관을 나오면 삶에 내재된 불안, 고독, 낯설음을 담고 있는 하이퍼리얼리즘의 세계에 푹 빠져 지나가는 진짜 사람들이 조형물로 보이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한 작품들은 기존의 난해하고 추상적인 예술품들을 바라볼 때 느끼지 못했던 미학의 아름다움을 쉽게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멀지 않은 곳에서 내가 살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게 어떨까. 지금 너무 바쁜 현실에 지쳐있다면, 연인 혹은 가족 그리고 친구와 대전시립미술관으로 향해 보자. ‘21C 하이퍼리얼리즘, 숨쉬다 展’은 12월 20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열리며 관람료는 8000원이다.  

 

 
 
 
 
 
 

 

 글/ 김채윤 기자 yuyu730@cnu.ac.kr

사진/ 충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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