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빙자한 강압적 위계문화

 

▲출처. Noun Project created by luis prado

  학내에서 벌어지는 선후배 간 폭력적인 위계문화는 예전부터 이어진 화두였다. 이와 같은 강압적인 문화는 대학 사회 내에서 끊임없이 문제들을 만들어왔다. 이에 본지는 각각의 개별 사례들을 넘어서 여전히 대학 내에 군림하고 있는 폭력적인 위계문화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개별의 사례로 본 대학 내 군기문화
  학내에서 형성된 ‘위계’의 근거에는 ‘전통’이나 ‘선배의 권위’가 자리 잡는다. 올 초 한 사립대 경찰행정학과는 ‘전통’을 근거로 신입생들에게 팔굽혀 펴기, 구보, 달리기 등 체력훈련을 2시간 30분가량 실시했고 본격적인 훈련은 밤까지 이어졌다. 우리학교 농대 모과는 여성을 비하하는 내용을 담은 과가를 전통이라는 명목으로 강제로 부르게 했다. 농대 모과 A학우는 “신입생 오티 때 머리를 박게 한 뒤 다짜고짜 과가를 부르라고 했다. 과가를 제대로 부를 때까지 머리를 박고 있어야해 과가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전통을 근거로 행해진 강압적인 위계문화다. 선배의 권위에 의해 강압이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서울 소재 K대는 후배에게 귀에 봉지를 걸고 강제로 술을 마시게 했고 대전 지역 사립대의 경우처럼 소모임을 강제 가입하게 했다. 화장금지, 다나까체 사용 등 엄격한 행동 규정을 강요하는 사례도 있다. 우리학교 농대 모과의 경우 대면식 때 상록회관 지하실을 대면식 장소로 빌려 강압적 분위기를 조성했고 핸드폰을 압수하기까지 했다. A학우는 “사발식은 기본이고 술잔을 들고 모든 선배들에게 한 명 한 명씩 큰 소리로 인사를 한 뒤 잔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전통이나 선배의 권위에 일정부분 조응하지 못하면 바로 폭력과 욕설이 이어진다. 시키는 행동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후배를 폭행하거나 시범행사에서의 후배들의 실수를 이유로 야산으로 집합시켜 폭행하고 또는 90도로 인사하지 않았다며 모욕적 언사나 기합을 주는 사례는 모두 그에 해당한다. 우리학교 농대 모과 A학우는 “체육대회 경기에서 지면 응원을 못한 후배의 잘못으로 여겨 기합을 줬다”고 말했다. 이런 폭력적인 위계문화는 고스란히 후배에게 전이되며 재생산된다. 선배들의 강압에 지속적으로 놓여 있던 한 체대 학생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세뇌를 당하고 있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폭력이 재생산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서 발간한 논문 ‘한국 사회 폭력문화의 구조화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과거 폭력을 당하거나 그런 환경에 놓일수록 폭력을 혐오하는 것이 아닌 폭력행위의 허용정도가 높아진다는 결과를 보인바 있다.

  성과의 압력 속에 유지되는 위계
  학내에서의 폭력적인 위계문화는 군대에서의 ‘군기’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위 논문의 저자인 연성진 사회학 박사(이하 연 박사)는 “우리사회 속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것이 군대문화”라며 “군기는 상명하복 문화로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이끌 수 있도록 해줘 통제가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그렇지만 군기문화는 반드시 좋은 문화가 아니다. 군대문화, 획일주의에 반대되는 것은 창의성, 민주성, 자율성이며 이러한 가치들을 고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는 서로 공유하고 학습되며 전수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연 박사가 필요하다고 꼽은 것은 “구조적 인센티브”다. 이는 성과가 중시되는 사회 속에서 집단이 결과물의 압력에서 벗어나 좋은 관행을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추는 것을 뜻한다. 즉 폭력적인 위계문화는 일정 부분 성과사회와 결부돼 있어 성과의 압력 속에 놓인 조직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설득’이나 ‘토론’보다는 조직을 일사분란하게 이끌어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상명하복의 ‘군대문화’를 선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과의 압력이 가장 강한 곳은 체육 분야다. 이는 오랫동안 체육계가 강압적인 위계문화와 씨름해온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강력한 명령체계가 조직을 최고의 성과로 이끈다’는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창섭 이사장(이하 이 이사장)은 “군대문화가 있는 조직은 군대와 같이 위험을 수반하고 있거나 명령체계가 서지 않으면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 성격이 강한 곳이 체육계”라며 “최상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강력한 위계질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집단이 강압적인 일들을 죄의식 없이 행해온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져 왔다고 믿어 온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력한 위계문화가 최고의 성과를 보장한다는 믿음은 잘 못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이사장은 “(그런 믿음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심증적으로 행해져 온 것”이라며 “군대문화가 관리하는 입장에서 편리하기 때문에 조직을 위해 불가피하다며 합리화되고 정당화된 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립된 대학, 동화된 대학생
  대학이 지니는 의미가 변화하며 불안정해지자 20대는 군기문화를 부활시켰다. 평화연구자 임재성 변호사(이하 임 변호사)는 “사회와의 교류 없이 취업만을 위한 대학시절을 보내다보니 폐쇄적이고 고립적인 학과 내 인간관계가 중요해졌다”며 “학과 내 문화가 불편해도 받아드릴 수밖에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대학이 사회에 대한 고민이나 학문의 경험이 아닌 취업의 공간으로 치부돼 오히려 학교 안에 갇히게 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임 변호사는 “한국에서의 20대가 불안정해지면서 공동체 문화에 집착하게 돼 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심리상담연구소 정지인 소장(이하 정 소장) 역시 20대 초반의 혼란을 군기문화의 원인으로 뽑았다. 정 소장은 “20대 초반은 성인기 초기로 도덕성을 비롯한 모든 것을 재정립하는 시기”라며 “이러한 혼란한 시기에서 독단적인 노선을 취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에 조직에 소속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이 느끼기에 강압적이고 부정적인 문화여도 불안정한 20대 초반의 시기가 개인을 조직에 속하게 만드는 것이다.
  임 변호사와 정 소장은 학내 군기문화가 ‘동화’에 의해 지속된다고 입 맞춰 말했다. 임 변호사는 “조직에 소속되면 선악의 개념이 무지해지고 스스로가 동화 된다”며 “한 발짝만 떨어져도 말도 안 되는 상황인데 공동체 내에서 이러한 사고방식이 정지돼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소장 역시 “군기문화가 지속되는 것을 보복 심리로 보기는 어렵다. 조직문화에 익숙해지며 자연스럽게 경험한대로 행동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학내 군기문화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일차원적으로는 학생 스스로의 노력이 선행돼야한다. 임 변호사는 “군기문화가 대학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우선적으로 대학생 스스로 문제점을 인지해야한다. 학생 주체가 인식해야 군기문화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과 교수의 노력 역시 필요하다. 정 소장은 “학교에서는 군기 문제를 덮어놓을 것이 아니라 수면 위로 끌어내야한다”며 “그 과정을 통해 문제점을 인식하고 대학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임 변호사는 “대학 군기 문화는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라며 “가해자 역시도 집단을 유지시키는 도구에 불과하다”고 일침 했다.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대학 군기 문화는 결국 모두를 피해자로 만든다. 한국 사회가 만든 대학 군기 문화, 이제는 사라져야할 때다.

 

곽효원 기자  kwakhyo1@cnu.ac.kr
최윤한 기자  juvenil@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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