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응모작들이 이야기를 만들어 전하는데 함몰되어 있었다. 이야기는 소설을 형상하는 토대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그 재료의 영역을 만족하는 것만으로 사유의 전통을 승계한 소설이란 양식을 충족시킬 수는 없다. 이야기에는 의미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사건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의 깊이가 있어야 한다. 시선은 관점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이해되지만, 그러나 소설에서 시선은 도저한 지적 능력과 충만한 감정 능력에 의해 작동한다. 소설의 사건은 단순히 재현된 그것이 아니라 이 시선에 의하여 해석된 그것이다. 그리하여 소설은 모든 내러티브 중에서 가장 심오한 사색을 담을 수 있는 양식이 된다. 소설의 담론에 의해 사건이 멈추는 순간 그것은 사유된다.
  이런 관점에서 「마장농원」 「잠긴 방」 「녹슨 하루」를 읽어나갔다. 「마장농원」은 일상에서의 단조로움을 벗어난, 그러나 여전히 건조한 사건들이 교묘하게 배합되어 있다. 결국 끝에 이르기까지 그 권태로움을 탈각할 어떤 전환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잠긴 방」은 플롯에 많은 공력이 들어가 있다. 사건 배열을 비틀어 사유의 긴장을 얻고자 함은 모든 내러티브의 운명에 속한다. 그러면서 인간 정체에 대한 응시의 메타포를 장치한다. 서사담론이 너무 압축되어, 혹은 방향을 잃어 그 탐구의 형식은 암호가 아니라 혼돈이 된다. 「녹슨 하루」의 젊음은 상투적이나 여전히 진실이다. 그것은 또한 치기이나 여전히 풋풋하다. 그 약점을 제어하고 성숙으로 나가기 위해 지적 연마를 경주할 일이다.

 

심사위원
민경택(영어영문학과 교수)
송기섭(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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