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게임의 탄생과 게임이론

 

 

  전통사회에서 우리 민족은 항상 멋과 흥을 중시하는 삶의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우리 조상들은 논일이나 밭일을 할 때도, 집 안에서 옷을 기우거나 채소를 다듬을 때도 늘 흥얼거리는 노랫가락 한 자락을 통해 잠깐이나마 고단한 일상을 땀 식히듯 날리는 미덕을 발휘했다. 이는 노동요 또는 간단한 놀이를 통해서 이루어졌던 것인데, 정월 첫 쥐날(上子日) 밤에 쥐를 쫓는다는 목적으로 논이나 밭에 불을 놓으면서 한바탕 노는 ‘쥐불놀이’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깡통에 불을 붙여 돌려가며 불놀이 한판을 벌이는 유쾌한 놀이인 동시에 병충해나 들쥐와 같이 농사에 피해가 되는 것들을 쫓고 다음번 풍년도 기원하는 기능적인 측면도 존재했다.
    오늘 날 놀이는 전자매체의 발달로 그 형태와 방식이 많이 달라졌으며 과거보다 더 다양하고 과학적으로 변모했다. 따라서 단순한 활동위주의 ‘놀이’보다는 여러 규칙과 상호작용이 포함되는 ‘게임’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현대사회에서 주류로 성장하게 되었다.
   게임시장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놀라운 성장을 보이며, 게임의 종류 및 사용자 역시 높은 수치로 성장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인 ‘뉴주(Newzoo)’에 따르면 2014년 세계 게임 인구수는 이미 17억 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25%에 달하는 사용자로 전 세계 상당수의 인구가 게임을 즐긴다는 것을 말해준다. 게임시장 매출액은 시장 규모만큼이나 상당한 820억 달러에 이른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한국 게임시장의 규모다. 뉴주의 조사에 따르면 APAC 국가 중, 현재 한국 게임시장(3위)은 1위인 중국을 뒤로 일본 게임시장(2위)의 크기와 거의 차이가 없다고 한다. 일찍이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보다 선두에 섰던 일본과 대등하다는 것은 한국 게임시장의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으며, 미래 발전 가능성을 기대하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고 있는 게임은 어떻게 사람들의 호기심과 재미를 유발하는 것일까? 게임을 할 때는 70세 노인이나 5세 어린아이 모두 자신의 나이를 잊은 채 게임에 빠져든다. 이것이 바로 게임의 매력이자 몰입의 핵심 포인트다. 게임의 매력은 바로 자신의 나이도, 신체적 불편함도 잊게 해준다는 점이다.
    미국의 게임 디자이너이자 <라프 코스터의 재미 이론(A Theory of Fun for Game Design)(Paraglyph Press, 2004)>의 저자인 ‘라프코스터(Raphael Koster)’는 2003년 오스틴 게임 회의에서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쓰인 그의 저서에서 ‘게임은 모두 학습이며, 우리에게 실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의 저서를 통해 몰입에 대한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데, 바로 ‘청킹(Chunking)’이론이다. 청킹은 ‘덩이짓기’로도 불리는데 일정한 정보를 그룹화하여 하나의 의미단위로 묶는 것을 말한다. 청킹은 인지심리학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개념으로, 인간이 기억하는 방법의 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본래 1956년 미국의 심리학자 ‘조지밀러(Miller, G. A)’를 통해 발견된 이 개념은, 인간의 뇌가 단기기억에 취약하기 때문에 정보를 처리하는 하나의 방법으로서 제시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전화번호를 외울 때 연속된 10~11개의 숫자를 무작정 외우기보다는 중간에 하이픈(-)과 같은 기호를 포함하여 분절시켜주면 암기가 보다 수월해진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상식이다. 라프코스터는 이 개념을 게임에 대입하여 언급한다.
   청킹은 사용자가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개념이자 핵심 이론이다. 게임은 주로 컴퓨터나 전자기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용자는 게임을 할 때 이러한 게임도구를 계속 손에서 쥐고 있는 채로 게임을 지속한다. 사용자는 게임도구가 자신의 손이나 발이 된 것 마냥 자연스럽게 게임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게임에 몰두하며 지속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라프코스터는 이것을 마치 사람들이 운전을 할 때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연스럽게 운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사용자는 게임을 하며 매번 모든 과정을 다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모든 과정을 다 생각한다면 몰입은 고사하고 불편과 혼란에 빠져 금세 게임을 포기할지도 모른다.
   게임은 단순히 재미만을 목적으로 하는 게임도 있지만 기능적인 측면을 지니고 있는 게임도 존재한다. 그런 류의 게임을 바로 ‘기능성게임(Serious Game)’이라고 한다. 기능성게임이라는 용어는 1977년 사회과학자 ‘클라크 아브트(Clark Abt)’가 그의 저서 ‘Serious Games’에서 처음 언급했다. 아브트는 기능성게임이란 ‘사용자에게 놀이와 즐거움이 주된 목적이 아닌 교육이 주된 목적인 게임’으로 정의하며,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보드게임(Board Game)’ 역시 초기에는 ‘의사결정 교육의 성과를 높이기 위해 시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기능성게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02년 미국에서 만들어진 ‘기능성게임 이니셔티브(Serious Games Initiative)’ 이후이다. 기능성게임은 이 시점을 계기로 많은 논의와 학회를 통해 ‘기능성게임’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으며,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분위기 속에 여러 나라로 알려지게 되었다. 기능성게임은 앞서 아브트가 언급한 것처럼 게임의 주 목적인 재미를 우선시하기 보다는 특별한 목적을 우선으로 설계된 게임이기 때문에 최근 의료산업이나 복지 쪽에서 각광 받고 있으며 교육기관, 광고, 기업 등에서도 활용되며 폭넓게 범위가 확대되어 연구 · 개발되고 있다. 그 이유는 기능성게임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방식을 통해 현실에서 몸이 불편한 사람도 가상현실을 통해 게임 안에서 만들어진 특정 문제들을 무리 없이 해결해나가며 성취감이나 심리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사람들에게 정보 전달을 목적으로 할 때도 게임 안에서 주어진 과제들을 해소하며 느끼는 즐거움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교육을 이끌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기능성 게임은 사회적으로 순기능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의료교육과 건강정보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단체 ‘Games For Health’, 비영리적 게임을 통해 세상을 밝게 변화시키고자 하는 단체 ‘Games For Change’와 같은 조직들은 지속적으로 기능성게임에 대한 대중에 인식을 긍정적으로 재고하는데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현대사회에서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콘텐츠산업의 핵심 분야다. 기능성게임은 사람들에게 정보 전달 및 특수 기능의 유용한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재미와 오락성을 추구하는 ‘엔터테인먼트 게임(Entertainment Game)’의 경우는 역기능에 대한 논란도 배제할 수 없다. 엔터테인먼트 게임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순기능도 있지만, 다소 몰입도가 높은 사용자나 자극적인 매체에 취약한 청소년 사용자에게 있어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중독성 논란은 관련 기사에서 항상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단골 이슈다. 게임은 이렇듯 양면성 논란에도 꿋꿋하게 발전을 지속해나가며 사회적으로 기능성게임과 같은 긍정적 측면을 도출해내고 있는데, 과연 우리 시대에 게임은 앞으로 어떻게 변모해나갈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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