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과 표절의 경계에 선 오마주

 

  국민그룹 지오디(god)의 컴백이 올해 대중가요계의 큰 한 획이었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올 한해 지오디는 10년만의 컴백이라는 것이 무색하리만치 대중들에게 엄청난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또 현재는 누군가의 우상이 된 아이돌들 역시 지오디의 콘서트를 관람하고 인증샷을 남기는 등 자신들도 지오디의 팬임을 밝히며 국민그룹 지오디의 위용을 입증했다. 그러던 중 일어난 가수 현아의 ‘지오디 오마주 논란’은 선후배 아이돌의 훈훈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었다.

     존경에 기반한 모방

   사건의 발단은 현아의 새 솔로 앨범 중<어디부터 어디까지>라는 수록곡의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 이게 날 더 사로잡나 처음 본 거니까’라는 가사가 지오디의 6집 수록곡<반대가 끌리는 이유>의 ‘반대라서 더 끌리나 나와 다르니까 그게 날 더 사로잡나 처음 본 거니까’라는 가사와 비교되며 불거진 표절 논란이었다. 논란이 점차 커지자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작사를 맡은 한 아이돌 가수가 표절이 아니라 지오디 선배님을 존경하는 의미의 오마주였다고 직접 해명했지만 대중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결국 현아의 소속사 측에서 논란이 된 노래인 <어디부터 어디까지>의 음원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이후 발매되는 음반에도 해당 곡을 전부 빼겠다고 정식으로 사과문을 올리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오마주(Hommage)’라는 개념이 관심을 받으며 더불어 ‘오마주를 표절이라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도 화제가 됐다. 오마주가 대체 무엇이길래 대중들은 이를 표절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오마주란 존경, 경의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영화에서 후배감독이 선배감독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것에서 비롯된 말로 후배감독이 선배감독에게 ‘자신이 영향을 받은 영화의 특정 장면이나 분위기를 모방하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비교적 가까운 시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오마주가 사용된 영화의 예로 <군도>를 들 수 있다. <군도>의 윤종빈 감독은 인터뷰에서 세르조 코르부치 감독이 1966년 만든 영화인 <장고>를 많이 오마주했다고 말했다. 또 영화 <친구2>의 곽경택 감독 역시 <친구2>는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의 <대부2>에 대한 오마주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마주는 대중음악에서도 예전부터 종종 사용되었다. 가수 이승환과 이적은 각각 <리즌(reason)>과 <이십 년이 지난 뒤>라는 노래에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를 오마주했다.

    표절과 명확한 구분 필요해

   그렇다면 표절과 오마주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표절의 사전적 정의는 ‘다른 사람의 저작물 일부 또는 전부를 몰래 따다 쓰는 행위’다. 오마주 역시 다른 창작물을 모방하는 행위를 뜻한다. 하지만 표절과 오마주는 그 의도부터 완전히 다르다. 표절은 원작자를 밝히지 않고 의도적으로 남의 것을 모방하는 것이고 오마주는 원작자를 밝히고 존경을 표하기 위해 모방하는 것이다. 문제는 다른 창착물을 모방한다는 둘의 유사성을 내세워 표절 의혹이 불거지면 곧바로 사실은 표절이 아니라 오마주였다고 찝찝하게 해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이런 논란들에 대해 “앨범 노래의 경우 잘 알려지지 않은 곡에 대한 오마주라면 애초에 오마주를 담고 있다고 밝히는 것이 정당한 일이다. 그것이 아니고 그대로 있다가 뒤늦게 밝혀져 오마주라고 한다는 건 불필요한 표절 시비를 가져올 수 있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잘못된 대처”라고 말했다.
   이처럼 개운치 못한 표절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창작자 스스로가 양심적으로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뿐만 아니라 유사성이 가져오는 모호한 경계를 이용해 표절 논란을 은근슬쩍 넘기지 못하게 표절과 오마주의 경계를 보다 확실한 재정립이 필요하다. 정 평론가는 표절과 오마주를 구별하는 방법에 대해 “표절은 원작을 숨기려고 하고 오마주는 원작을 오히려 드러내려 한다는 차이가 있다. 오마주가 가능하려면 원작에 대한 존경이 깔려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원작을 어떻게든 드러내려고 한다. 하지만 표절은 원작을 베낀 것이기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려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며 하늘 아래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만 남이 피땀 흘려 일궈낸 아이디어와 창작물을 훔치는 것은 엄연한 범죄이다. 오마주에 담긴 존경의 의미가 표절에 가려져 퇴색되기 전에 하루빨리 둘 사이의 명확한 경계를 긋는 기준점이 필요하다.


유정현 기자 yjh13@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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