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대신문 60주년 기념 안희정 충남도지사 강연

 

▲지난 15일 우리학교 백마홀에서 강연 중인 안희정 충남도지사

   지난 15일 본지는 창간 60주년을 맞이했다. 충대신문은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초청하여 ‘이 시대 청년에게 필요한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다음 내용은 강연회 내용을 기자가 요약 정리한 것이며, 강연이 끝나고 있었던 학우들의 질문은 기자가 선별하여 정리했다.

   리더십의 첫 번째 요소는 자기 내부의 마음을 길고 평탄하게 정리하는 것이다. 리더십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부터 잘 안내해야 한다. 마음속에 혼동되고 대립된 요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을 잘 이끄는 것이 굉장히 훌륭한 지도자다. 자기를 잘 이끌려면 우쭐대는 마음, 우월감 등도 잘 제어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분노를 조절해야 하는 것이다.
   내 마음이 공격받거나 흔들렸을 때 나오는 현상이 분노다. 분노는 사람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감정이다. 몇 년 전 토마스 머튼 신부님의 ‘사막의 지혜’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에서 ‘겸손은 모욕을 용서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이 있었다. 내 마음속에 분노를 극복할 수 있으면 우리는 좀 더 밝은 얼굴이 될 수 있고, 좀 더 편안해 질 수 있다. 우리는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했을 때 분노를 느끼는 법이다. 보통 싸움은 원래 싸웠던 이유보다는 싸움 과정에서 파생된 엉뚱한 주제로 싸움이 이어지는 법이다. 예를 들자면, 길거리에서 접촉 사고가 났을 때 본질적으로 ‘좌회전 깜빡이를 넣고 우회전 하시면 안 되죠’라고 이야기를 하면 서로 간 이해하기가 쉽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왜 여자가 나와서 운전을 해’라고 말을 하면 싸움이 시작된다. 운전을 하다가 잘못을 했으면 그 잘못한 점에 대해 싸워야 하는데 그 사실을 지적하기보다는  여성에게 모욕을 주었기 때문에 싸우는 것이다. 많은 싸움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모욕감 때문에 일어난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분노를 잘 이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지도자들이 정책 때문에 싸우는 것 같지만 결국에는 내 마음속에 무언가 상처를 입었기 때문에 대화가 안 되는 것이다.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해소시키느냐는 그 사회 수준을 결정짓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리더십의 가장 핵심은 자기 자신을 잘 이끄는 것이고 자기를 잘 이끄는 것 중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자기가 세상을 살면서 드는 두려움, 공포, 모욕감, 자괴감, 외로움, 슬픔, 우울 등 자기의 것들로부터 자신을 늘 편안하게 하는 것이다. 대개 사람들이 분노에 대처하는 방법은 ‘넌 떠들어라, 나는 안 듣는다’ 라는 식의 갑옷을 입는 것, 공격을 최선의 방어로 삼아 자신을 감싸는 것, 체념하는 것 이렇게 세 가지다. 이 세 가지 방법 중 어느 것을 선택하지 않고 부딪히면,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겸손이라는 가치로서 문제를 다룬다면 떫은맛을 도려내면서 상대방의 문제제기를 모두 받아들일 수 있다. 마음 속의 분노를 자기 자신이 정리할 수 있어야 하고, 정리하는 방법 중 하나가 겸손이다. 겸손은 모욕을 용서하는 일이다. 분노와 모욕을 겸손이라는 미덕으로 잘 정리해내면 리더가 되기 위한 기본 밑바탕을 닦은 것이다.
   두 번째 리더십의 요소는 민주주의다. 민주주의 리더십과 민주주의의 철학을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 민주주의 철학과 리더십에 있어서 가장 핵심은 ‘너도 옳고, 나도 옳다’라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그래서 대화를 통해 타협해야 한다. 민주주의 제도와 사상이라는 것은 서로 간에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문제가 아니라 각자 요구하고 있는 내용으로 존중해서 대화를 하고 결론을 내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위해서, 결론을 내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고 규칙을 정했다.
   상대방이 나에게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은 나의 견해에 대한 상대방의 견해를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것이지 상대방이 나를 인격적으로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우중정치라거나 본인이 절대적 선, 정의와 불의, 진리와 거짓이라는 잣대를 가지고서 싸우면 대화가 안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선거 제도와 지방 자치 제도라고 하는 국가 운영 원리로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지만 실상을 보면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있다. 우리는 민주주의 수준을 더 높여야 하고 민주주의는 우리 사회 개인의 시민 생활과 국가의 운영에 있어서 명실상부한 국가운영과 시민 생활의 작동 원리가 되어야 하며, 미래의 지도자들은 민주주의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또한 민주주의는 대화와 타협의 정신뿐만 아니라 규칙으로 다스려지도록 해야 한다. 규칙을 뛰어 넘어 한 개인이 무한한 책임과 권한을 획득해 얻을 수 있는 리더십은 매우 전근대적인 것이다. 이것에 반하는 가치로서의 많은 가치와 덕목들이 우리에게 요구되어질 것이다.
   민주주의 건립에 있어 가장 먼저 지켜져야 할 일은 다수결이다. 나이, 종교, 계급, 사회적 신분에 의해서 인권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유가 있다. 이 질서 내에서 사람들은 대의제라고 하는 정당 정치와 선거라고 하는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민주주의의 철학과 작동 원리가 대한민국의 운영 체계로서 아직 덜 정착되었다. 
   다수결의 경우 투표결과가 찬성 51%, 반대 49%가 나왔다면 찬성이 무조건 다수결은 아니다. 제도를 가지고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는 없다. 다수결 제도에 대해 원칙적으로 존중하지만 다수결 제도가 성립되기 위해 다수파를 점유하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합리적인 다수의 상식에 호소하는지에 대한 과정이 없으면 절대로 민주주의 다수결 제도는 유지가 안 된다. 민주주의를 시행하며 착오를 겪다 보면 민주주의는 혼란스러워서 엘리트 정치가 옳다는 잘못된 생각이 든다. 다수결 제도라는 것은 51대 49의 게임이 아니라 우리 내부의 성숙한 대화를 통해 운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러려면 반드시 여당과 다수파가 늘 한 템포씩 천천히 가야한다. <쾌걸 조로> 영화를 보면 상대방이 칼을 떨어뜨리면 칼을 주울 때까지 기다려 준다. 쾌걸 조로가 멋있는 이유는 상대방을 기다려 주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결을 밀어 붙이는 수단으로 쓰다 보면 민주주의 세력은 깨지게 되어 있다.
   충남대 학생 여러분이 지역사회와 대한민국의 미래에 있어서 여러분들이 속하게 될 지역사회에서 지도자로서, 시민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잘 이끌기 바라고 사회생활과 모든 조직사회에 있어서 민주주의 제도와 철학에 관해서 좀 더 많은 능통함과 학습들이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글 / 최유림 기자 hahayoorim@cnu.ac.kr

   <강연 질의응답 >

   Q1. 힘든 일이 있을 때 자기 자신을 일깨우는 말이 있는가?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라는 말이 있다. 모른 체 하라는 말이 아니라 그 시간을 천천히 견뎌내라는 의미다. 어릴 적 아침마다 큰 통에 펌프질을 해서 물을 담아야 했다. 어느 날 깨달은 것이 통을 바라보지 말고 눈을 딱 감고 100번만 펌프질을 하자는 것이었다. 100번을 넘어서면 아침잠도 다 깨고 몸에 리듬이 생기면서 그 때부터는 몇 천 번을 풀 수 있다. 시작이 어려운 것이고, 처음 통의 깊이가 나를 절망시키는 것이다. 절망의 깊이를 보지 말고 처음 행동을 계속 천천히 반복하면 된다. 그것이 힘들 때마다 늘 생각하는 것이다.

   Q2. 지방분권화 시대의 주역인 지역인재가 지역을 벗어나 대도시로 가려 하는 문제가 있다. 충남도지사로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국가 경쟁을 높이는 일이 국가 영토와 인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넓게 쓰는 것이라고 생각해 지방분권, 자치분권, 균형발전 전략을 계속해서 쓰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가 균형 발전 전략과 지방 자치 분권 전략을 꾸준히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경쟁력이 생기고, 우리 모두가 좀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국가 균형 발전 전략, 지방 자치 분권 과제가 중요한 국가 운영과 국정의 지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Q3. 역사가 항상 진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민주주의가 과연 최고의 제도라고 확신하는가?
   여러 정치 형태 중 민주주의는 현재 도달한 최고의 제도이다. 앞으로도 최선일 것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앞으로도 계속 바뀌어 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국가 운영 시스템으로서의 민주주의 제도가 있고, 철학과 사상으로서의 민주주의가 있다. 두 가지 모두 다 지도자와 그 시대의 영향을 받고 모든 민주주의가 똑같은 수준은 아니다. 현존하는 체제에서 민주주의가 최고의 제도인 것은 사실이다.

   Q4. 리더십이란 다수의 의견을 모아 내고 타협하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 다수의 의견이 옳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가? 또한 다수의 의견을 발전시키기 위해 어떠한 방법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다수가 옳으냐의 질문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잣대를 다르게 함에 따라 잘못된 것으로, 옳은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른 잣대를 두고 싸우면 싸움을 멈출 길이 없다. 다수결이 옳으냐의 문제는 그 역사의 잣대의 문제인데, 큰 흐름으로 놓고 보면 역사는 계속 간다. 좀 더 평화적인 쪽으로 역사는 가고 있다고 믿는다. 다수라고 하는 것은 그때그때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 선이냐 악이냐를 따지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많은 정책에 대해 선과 악의 잣대로 정치를 보면 어떠한 정치라도 성립이 안 된다. 민주주의에서 대의 정치를 통해 내가 누군가를 지지했다면 그 지지자는 반드시 반대의 견해를 대표하는 사람과 의회라는 제도에 마주 앉아야 하는 것이다. 다수가 옳은가에 대한 대답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어떤 형태의 타협으로 인해 성공, 실패를 함께 겪었느냐 아니냐의 문제지,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다수의 의견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몫이 크고 시민의 역할도 그만큼 커야 한다. 우리 내부에 물감 주머니가 다 있지만 어느 것을 꺼내 여론을 형성해야 하느냐는 지도자의 역할이다. 그러나 지도자가 역사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그 말을 담아서 공명을 해내는 그 시대의 파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Q5. 안희정 도지사의 최종 꿈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고 작동시키는 일이다. 5년 근무하는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그런 점에서 보면 부수적인 수단이다. 정당 정치를 세우는 것, 민주주의라는 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작동 시스템으로 잘 작동시키는 것, 모든 갈등과 혼란들이 잘 돌아가게 민주주의 제도를 정착시키고 만드는 일이 제 직업 내용이다. 21세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가 세계에서 제일 앞선 제품이라는 기록을 남기고 싶은 것이 나의 직업적 목표다.           

 최유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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