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미래 10년의 이정표를 제시하다’

 

▲왼쪽부터 정범구 교무처장, 강병수 기획처장
▲왼쪽부터 박찬인 충대재직동문회부회장, 박재묵 교수회장

   지난 13일 대학본부 교무처장실에서 충대신문 창간 60주년을 기념해 ‘충남대학교 미래 10년의 이정표를 제시하다’라는 주제로 정체성, 교풍, 정부지원사업, 대학평가, 인재상 등 우리 학교의 현안과 미래 방향을 논의했다.
   이날 좌담회에는 정범구 교무처장(이하 교무), 강병수 기획처장(이하 기획), 박재묵 교수회장(이하 교수), 박찬인 충대재직동문회부회장(이하 동문)이 참석했다. 사회는 충대신문 주간인 이향배 교수(이하 사회)가 맡았다. 지면 관계로 주요사항만 발췌하여 게재하였다.

   사회 : 일반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우리 학교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기획 : 우리나라 대학들의 정체성은 분명하지 않다. 우리 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100여 개의 전공이 있지만 우리 학교의 정체성과 연관성 깊은 분야를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거점으로 있는 충청 지역의 특성(충성심, 예의, 성실성 등)과 학문적 지향점이 연결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까지 우리 대학이 이러한 가치를 공유하고 정체성을 정립해 나가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교무 : 현재까지 발전해 온 과정을 보면 우리 학교가 다른 대학과 다른 여러 가지 특성을 가지고 있다. 역사, 지리적 측면에서 충청지방은 충과 예의 고장이기도 하며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 더불어 최근 10-20년 사이 계룡대, 세종시 등 학교 외적 환경의 변화가 일어났다. 다른 거점국립대와 비교할 때 더 높은 책임, 역할, 사명이 주어졌다. 이처럼 지역적 가치를 가진 인재를 만들어 나가는 대학 등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그려보면 우리 학교의 정체성을 볼 수 있다.
   동문 : 포스텍 또는 철도대라고 하면 정체성을 말하기 쉽지만 우리 학교는 모든 학과가 있다. 정체성을 찾기 쉽지 않다. 대학 내적으로는 ‘창의, 개발, 봉사’라는 설립 당시 교시가 있다. 이처럼 교시와 더불어 앞에서 말씀한 주변 환경 등을 통해 우리 학교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교수 : 지역거점국립대학 중 하나인 우리 학교는 정체성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여건에 있다. 대학 설립 이후 현재 교육부 정책을 보더라도 대학이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안 줬다. 중앙에서 정책을 만들어 국립대에 변화를 요구하는 방식과 방법이 획일적인데 대학이 어떻게 정체성을 형성시켜 나갈 수 있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을 만들어나가야 하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정체성 확립에 있어 무엇보다 대학의 자율성을 확보해 나가지 않으면 우리 대학다운 대학이라고 이야기하기 어렵다. 자율성 회복이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는데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 우리 대학 특성화 사업 등 많은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업들이 장기 발전 계획 속에서 진행되고 있는가? 또한 위 사업이 우리 학교 정체성을 훼손시킬 염려는 없는가?   

   교무 : 정체성을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완전히 반대 생각이다. 지금까지 우리대학이 여기까지 왔던 모습들을 통해 어느 대학보다도 앞선 대학으로 나아갈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본다. 대학이 처한 여건을 보면 걱정스럽고 힘든 부분이 있지만 모든 대학이 똑같이 처한 상황이다. 앞으로 No.1 국립대학, 모든 학생들이 오고 싶은 대학, 우수한 교수들이 근무하고 싶은 대학. 그런 대학으로 가는 원년이라고 평가해본다.
   기획 : 교육부나 연구재단에서 위 사업들을 공모할 때 사업계획서와 함께 ‘비전 2025 충남대학교 장기발전계획’을 제출하여 평가를 받았다. 심사 과정에서 장기발전계획과의 정합성을 인정받은 셈이다. 이 사업들이 차질없이 진행된다면 우리가 장기발전계획에서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는 ‘No.1 국립대학교’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일이다. 이를 위해 확대간부회의에서 발전계획을 발표 후 의견을 수렴해 나가면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있다. 교직원 전체 공청회에서 평가를 받고 많은 참여를 이끌어 좋은 의견을 확보할 것이다.
   위 사업들은 우리 학교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기성회계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교수 : 사실 우리 학교 정체성이 그렇게 뚜렷하게 형성이 안됐기 때문에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여러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 학교의 초점이 흐려지는 영향력은 분명이 있다.
   사업단에 참여하든 안 하든 간에 사업 수행 방식에 있어서는 불만 요인들이 있다. 그런 것을 대학본부가 잘 수렴해주길 바란다. 대학의 구조개혁 측면에서 유사학과 통폐합 등 매듭지어야 할 문제를 해결했으므로 잘했다. 하지만 정원 조정과 관련해서는 원칙이 없다. 특성화 사업을 위해 우리 학교는 10% 감축을 약속했다. 이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전략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한 학교 내부적으로 10% 정원감축을 실행하는 과정 상의 문제가 있다. 학교 전체로 나누어서 감축량을 계산해 단과대학 별 정원에 비례해 감축을 추진했어야 했다. 그러나 단과대학 별로 감축량을 정하고 단과대학 안에서 특성화 사업을 참여하는 학과는 정원을 안 줄이니 나머지 학과는 피해를 보게 됐다. 사과대의 경우 10% 감축 약속에 비해 최대 20.5%까지 감축비율이 올라갔다.    
   교무 : 그 부분은 전체적인 차원으로 정원감축을 진행하면서 단과대학별로 같이 고려해서 그렇다. 그러나 특성화사업단도 9%는 줄였다. 그리고 10% 감축안은 2015~17년까지 줄이는 것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 정원감축 계획에서 감안이 되는 수치다. 본부에서 평가하기로는 우리는 10% 이상은 적어도 10년 내에 안 줄여도 된다고 예측하고 있다. 앞으로 다른 대학이 그 이상을 평균적으로 줄이게 될 텐데 우리는 더 이상은 안 줄인다는 것을 목표로 삼고 학교를 이끈다는 전략적 결정이다.

   사회 : 위 사업을 통해 학과 간 지원 불평등 문제, 구조조정 등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 합리적 방안은 무엇이며 학교와 학과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동문 : 본부에서는 예산 중 일정 부분 할애해서 특성화 비참여 학과에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학과의 지원을 똑같이 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학문의 유행이 매번 다르듯 미래 전망이 밝은 학과는 더 많이 지원을 해줘야 한다. 거점대학으로서 다양한 학문분야를 유지해야 되지만 그렇다고 모든 학과를 동등하게 지원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하지만 본부에서 교육부에서 지원받은 예산을 독식 형태가 안되게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교무 : 특성화 사업에 참여한 학과는 그동안 학과 운영에 배정한 것보다 획기적인 예산을 지원받게 된다. 학과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가 됐다. 상대적으로 여기에 참여하지 않은 학과는 정원만 감축하여 희생한 모양이 됐다. 하지만 특성화 사업의 예산 중 30%는 대학에서 쓸 수 있다. 이 금액 일부를 비특성화학과를 지원하는데 쓴다. 이것을 일률적으로 똑같이 지원해주는 개념은 아니다. 경쟁력이 없다고 학과를 없앨 수 없으므로 학과들이 발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지원할 것이다.
   기획 : 학교와 학과는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사업에 탈락한 학과에 대해서는 자체 특성화를 시도하고, 기성회계와 중복되는 부분을 찾아 그 재원으로 여러 부분에서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국책사업으로 생긴 엄청난 재원을 바탕으로 보호학문을 자체적으로 육성하려고 한다. 동시에 학과는 학문의 융복합화를 자발적이고 선제적으로 꾀해야 한다고 본다.
 

   사회 : 융복합적으로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다. 융복합말고도 학과 스스로 할 수 있는 특성화 방향은 무엇인가?  

   기획 : 3년 후에 평가를 해서 다시 특성화 학과가 진입된다. 다른 학과들이 그때를 대비해서 준비해야 한다. 비특성화 학과 지원에 있어서도 앞으로 3년 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융복합해보자는 것이다. 교육부도 특성화 잘되는 대학을 더 지원할 테니까 비특성화학과도 융복합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교수 : 교육부 특성화사업의 목표는 정원감축이 목표이기 때문에 융복합이 뚜렷하게 추구된다고 보지 않는다. 지금 특성화 사업은 특성화 잘되고 있는 학과를 다시 합하라는 것이다. 이름이 융복합사업 이어야 하는데 특성화 사업으로 됐다.
   기획 : 20~30년 전에는 특성화를 세분하는 것으로 봤다. 그러나 학과를 세분했는데 발전의 한계에 부딪치게 됐고 이제는 융복합을 특성화라고 보는 것이다. 예전에 세분했던 것을 합치지 않으면 살길이 없다.

   사회 : 우리 학교 교풍에 관한 질문이다. 교수의 연구 풍토, 학생의 학습 풍토는 어떠하며,  지향해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교무 : 기획처에서는 ‘아름다운 교풍 만들기 운동’을 기획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대학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평가를 기준으로 할 때 그렇다. 본부의 지원, 교수, 학생, 교직원의 역할 등 서로가 정말 최선을 다해왔는가. 최선의 행동이나 노력 자세를 갖추고 있었는가 생각해보면 이런 점에서 부족하다고 자인할 수 있다. 교풍은 충남대의 구성원들이 비전으로 잡고 있는 No.1국립대학으로 가는 시점에서 모든 구성원이 같이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보자는 취지에서 나왔다.
   교수 : 상당부분 동의한지만 ‘아름다운 교풍 만들기 운동’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구성원들의 각성이 먼저 있고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가 이뤄진 다음에 우리가 추구해야 할 교풍이 무엇인가 서서히 고민해야 한다. 그러나 단기간에 사업처럼 추진하려고 한다면 기본적인 접근이 잘못됐다. 교풍 만들기 운동이라면 우선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하고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활동에 의존해야 한다. 본부가 추진해서 원래의 취지가 살 수 있을지 의문이다.

   사회 : 대학 규모에 비해 학교 위상이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한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인가?   

   기획 : 학교의 위상이 떨어진 이유는 외부 환경적 요인과 내부 요인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로 수도권 우월주의가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했다. 지방의 황폐화와 함께 모든 지방 거점국립대학들의 위상이 떨어져 왔다.
   둘째, 자본주의 경제에서 자본은 대학의 성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국가의 지원체계가 거점국립대학 위주라기보다는 모든 대학을 통틀어 경쟁시켜서 거점국립대학의 위상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내부요인으로는 우리 학교가 지리적, 환경적 이점을 믿고 내부혁신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대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는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일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자존감을 회복하여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지역거점대학’이 아니라 ‘국가중심대학’이 되는 날이 멀지 않은 미래에 실현될 것이다.
   동문 : 구성원들이 기본적으로 외적 평가에 신경쓰지 않는 자부심이 필요할 것 같다. 대학평가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몇 계단 떨어졌다고, 올랐다고 진정 우리 학교가 떨어진 것도 아니고 올라간 것도 아니다. 
   교무 : 구성원들을 자극하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본부가 일차적인 역할을 하고 단과대학, 과별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본부에서 그런 역할을 못 해줬다. 다른 대학보다 취약했다고 본다. 최근 대내·외적으로 평가가 많이 하락했다는 위기의식 속에 시행된 학과 통폐합, 정원 감축을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동의를 해줬다. 위기의식이 있었기 때문에 사업 성공의 의미가 더 컸다. 재원을 확보했고 대학의 장기적 가치를 생각해 볼 계기가 됐다.
   교수 : 외부평가에서 순위가 떨어지게 된 것은 내부적인 요인도 있다. 교풍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거점국립대학이라면 그 수준에 맞는 윤리의식이라든가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하는데 조금 해이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점에서 분명 자성할 필요가 있다. 우리대학이 너무 외부의 평가를 통한 강압에 순응을 해왔다는 생각도 든다.

   사회 : 우리 학교의 인재상과 교육목표를 학교 구성원 간에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시스템은 잘 갖추어져 있나? 취업률을 제고할 방안은?   

   교무 : 우리 학교의 교시인 창의, 개발, 봉사는 많은 구성원들이 인지하고 있다. 우리 인재상은 창의 개발 봉사의 가치를 갖춘 인재를 키워내고 그런 교육을 하겠다는 것인데 시간이 흘러오면서 추상화되고 가슴에 와 닿지 않는 표현이 됐다. 그래서 만든 인재상이 ‘창의적 지식융합능력을 갖춘 감성적 글로벌 리더’다. 인재상에 따라 교육프로그램도 만드는 노력이 진행 중이다. 다만, 구성원들에게 알려지지 못한 부분은 확산되고 실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과제다.
   기획 : 우리대학의 인재상을 구성원들 간에 공유하려는 풍토가 아주 미흡하다. 공동체 의식이 부족한 편이다. 아무리 좋은 비전과 제도가 있어도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동참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래서 ‘아름다운 교풍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려고 한다.
   동문 : 취업률은 사실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람을 보면 각 사람마다 적성이 다르다. 하지만 우리의 교육제도는 다양한 가능성보다는 획일적인 방향으로 되어 있다. 그래서 수많은 투자가 들어가지만 아웃풋은 좋지 않다. 현실에 맞는 다각적인 지도가 효과적일 수 있다.
   교수 : 취업 자리는 한정돼 있는데 경쟁은 엄청나게 높아지고 있다. 학생들이 대학에서 해야 할 많은 것들을 놓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우려되는 바가 많다. 우리 대학이 거점국립대학인데 지역에 있는 전문대학처럼 취업 위주로 교수들의 강의나 커리큘럼 구성을 조정하면 곤란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무 : 학교 차원에서 시스템적으로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외부 기업, 기관과 연계하고 학생들이 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학생들의 취업을 보는 시각을 도와주는 게 필요하다.
 

   사회 : 10년 후 우리 학교의 모습을  예상해본다면?  

   교수 : 우리 학교가 나아지고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외부 환경이 바뀌지 않는 한 대학의 모습이 크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 낙관적으로만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기획 : 낙관적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배후 도시의 세력과 대학의 위상과 굉장히 관계가 있다. 우리대학의 배후도시로 대전시와 세종시가 있다. 각종 정부기관이 세종시로 내려오는 상황에서 기업들도 따라 올 수밖에 없다. 배후도시는 커지게 되고 학교의 위상은 올라간다. 10년 후에는 지역거점국립대학에서 국가중심대학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생각한다.
   교무 : 학교가 상승 곡선을 타고 있다. 비전인 NO.1 국립대학을 현 총장은 10년 내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 5년 이내는 그와 같은 위상을 가질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대학이 리더의 위치에 오른다면 대학의 가치, 우리의 목소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정리 / 허보영 기자 ourrights@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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