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는 노래 교실

 

작년 겨울, 엄마의 화원이 서리를 맞은 후
엄마는 잊었던 소리를 찾기 시작했다
힘없이 늘어진 난초를 옮겨놓으며
풀잎 같은 음표를 흥얼거리던 엄마
봄이 되자마자 새 화원을 찾아갔다

명인상가 2층 음치 탈출 교실
노래는 이곳에서 가장 환한 꽃이다
길가의 수선화가 목청을 틔우는 아침
나뭇가지처럼 죽죽 벗겨진 시멘트 벽 아래서
엄마는 오래 숨죽였던 봉오리를 맺고 있다
강사선생님이 소매에 감춰둔 봄을 꺼내
교실 천장 가득 덮어두고, 사람들은
나이테같은 오선지 맞춰가며 계절을 연다
어긋난 삶의 리듬을 봄에 껴 맞춰 보아도
쉽게 열리지 않는 엄마의 꽃길
교실에는 향기 나는 선율이 가득 차고

엄마의 악보 한 귀퉁이, 여태껏 내지 못했던
음계들이 살아나 창문 밖으로 흘러나간다
엄마가 내는 소리들은 바람에 실려
만개한 봄에 가득 흩날리는데
엄마의 꽃내 나는 청춘은 얼마나 지나온 걸까
제 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
한 소절씩 따라 부르며 사계를 배운다
울컥이는 목소리가 올라올 때, 그들은
비로소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이다 
엄마가 조금씩 계절을 부릴 수 있게 된 것인지
명인 상가에도 늦은 봄이 찾아오는 중이다

노래 수업 끝내고 온 엄마가 흥얼거리며
골목에 들어선다 개나리색 꽃가루가 흩날리는
철제대문 앞, 꽃잎 매만지듯 문고리를 돌리면
엄마의 등 뒤로 축제처럼 봄이 열린다

정하연(서울과학기술대학교 문예창작학과·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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