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인형들

 
  아침 여덟 시면, 살인 충동이 일었다. 누구라도 죽이고 싶은 욕구가 무거운 눈꺼풀 사이를 파고들었다. 박재는 눈을 세게 감았다, 번쩍 떴다. 눈알이 뻑뻑하게 굴러가는 느낌이 났다.
  한 시간 후면 퇴근. 시간은 그의 손목에 채워진 시계의 초침처럼 똑딱똑딱 흘렀다. 편의점 계산대는 더없이 푸르렀다. 반쯤 풀린 그의 눈엔 계산대가 파란 물결처럼 일렁여 보였다. 그는 방금 썰물처럼 빠져나간 꼬마 손님들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풍선껌, 캐러멜, 작게 포장된 과자. 꼬마들은 하나같이 짜잘한 물건들을 집었다가 내려놓고 그러다 그 중 몇 개만 계산했다. 박재는 피로한 손놀림으로 바코드를 찍고 동전을 거슬러주었다.
  그는 계산대 뒤 쪽의 작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밤새 깨어있어야 했던 잔신경들과 세포들이 일제히 왕왕거려, 박재는 손가락으로 머리를 꾹꾹 눌렀다.
  비둘기 떼가 푸드득거리며 편의점 앞에 모여들었다. 비둘기들은 아이들이 내던진 과자 쪼가리를 뭉개며 먹고 있었다. 젠장, 박재가 낮게 중얼거렸다. 아스팔트 사이에 낀 지저분한 과자 부스러기를 치우는 건 그의 몫이었다. 미리 치워놓지 않으면 잠시 후 사장 아줌마가 와서 잔소리를 한바탕 늘어놓을 것이 뻔했다.

  그리고 여덟 시. 딸랑, 어김없이 유리문에 달린 작은 종이 흔들렸다. 자글자글한 주름의 노인이 구부정한 자세로 들어섰다. 초겨울인데도 그의 외투 속엔 얇은 셔츠 한 장 뿐이었고, 다리를 절뚝거렸지만 지팡이조차 없었다.
  “하우 머치, 이즈, 잇?”
  박재가 노인을 처음 만난 날, 그는 다짜고짜 이렇게 물었다. 박재가 노인이 내려놓은 음료수 캔의 바코드를 찍는 순간이었다. 박재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노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영어를 할 줄 모르나 보지? 대학생인 줄 알았구만.”
  노인이 구시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박재는 ‘할 줄 압니다’라고 대답했다. 굳이 왜 그런 대답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왜 대답을 안혀? 하우스 더 웨더 투데이?”
  “아, 음. 뭐, 맑네요.”
  박재는 혼란스러운 생각들을 애써 누르며 되는대로 지껄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그로써는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노인은 하루가 멀다 하고 매번 같은 시간에 찾아와 영어로 말을 걸었고, 박재는 힘들게 대꾸하는 것이 괜한 짓이라는 걸 깨달았다. 노인이 영어로 말을 걸면 박재는 한국말로 대답했다. 나름의 저항이었다. 박재가 그러거나 말거나, 노인은 여전히 박재에게 영어로 인사말을 건넸고 시종일관 수다를 떨었다.
  딸랑, 다른 손님이 들어서자 노인은 머리를 긁적거리고 괜히 잔기침을 뱉으며 편의점의 가판대를 어슬렁거렸다. 손님이 계산을 하고 나가면, 노인은 다시 박재에게 돌아와 말을 걸었다. 박재는 노인의 입을 그만 틀어막고 앉아서 쉬고 싶었다. 손님이 있는 한 박재는 앉아서 쉴 수 없는 것이 규칙이었다. 박재는 한숨을 쉬며 빨갛게 핏줄이 올라온 눈을 비볐지만, 노인은 아랑곳 하지 않고 쉴 새 없이 떠들어댔다.
  “내가 지금 이 꼴이지만서두, 난 사실 이러고 있을 사람이 아니지. 암, 아니고말고.”
  노인은 주로 자신의 젊은 날의 무용담을 늘어놓았다. 그는 대기업에 입사해 해외출장을 밥 먹듯 다녔다고 했다. 물론 해외출장을 가면 꼭 ‘젊고 예쁜’ 여자들과 놀아났다는 점도 항상 빼놓지 않고 덧붙였으며, 이 부분에서 노인은 킬킬 웃곤 했다. 한편 그의 아들은 십 년 만에 회계사 시험에 합격했다고 했다. 노인이 고생해서 뒷바라지 한 아들은, 곧 엄청난 돈을 벌어 그를 호강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이건 내 아들이 엊그제 사 준 목도리.”
  노인은 목에 맨 밤색 목도리를 자랑스럽게 풀더니 꼼꼼하게 다시 맸다. 박재는 가만가만, 박자를 맞춰주는 메트로놈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머릿속은 껌이 붙은 것처럼 찐득거렸고 입에선 단내가 돌았다. 눈을 감으면 그대로 깊은 잠의 구렁 속에 빨려 들어갈 것 같아, 그는 최대한 빠르게 눈을 깜빡이며 노인의 말을 들었다. 노인의 말이 몽롱한 게 어쩐지 꼭 최면술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내가 바빠서, 오늘은 이만하고 다음에 다시 들르겠네.”
  장황한 인생 이야기를 마친 노인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편의점을 나가면, 퇴근 시간이 임박해 있었다. 아침 아홉시쯤이면 얼굴이 넓적한 사장 아줌마가 들어서고, 그러면 그는 주섬주섬 퇴근 준비를 했다. 어서 빨리 그의 단칸방으로 돌아가 눈을 붙이고만 싶었다. 두 시간쯤 자고 일어나면 오후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자꾸만 수업을 빼먹으면 이제는 정말 대학 졸업도 물거품이 될 것이다. 박재는 쨍하게 얼은 겨울 아침 속을 잰 걸음으로 걸었다.

  달그닥 달그닥, 식기들과 조리도구들이 맞부딪히는 소리에 은재는 잠이 깼다. 낮잠을 한참이나 잔 모양이었다. 하늘은 벌써 어둑했고 학교에서 돌아온 박재가 저녁을 짓고 있었다.
  박재가 흔들거리는 탁상에 밥그릇 두 개와 눌러 붙은 된장찌개를 올리자, 둘은 마주앉아 초라한 저녁을 나눠 먹었다. 오래된 밥은 딱딱했고, 은재가 잘 씹지 못해 박재는 보리차를 말아 주었다.
  “은재야, 오빠 이따 밤에 깨워주는 거 잊지 말구.”
  밥 씹는 십여 분의 시간이 지나면, 박재는 곧바로 이불 위로 곯아떨어졌다. 은재의 검고 동그란 눈동자가 푸석한 박재의 얼굴을 가만히 건네다 보았다. 박재가 잠이 들면 은재도 졸음이 쏟아졌지만, 은재는 꾹 참고 찬 물을 마셨다. 밤 열한 시에 오빠를 깨워야만 했다. 오빠를 제대로 깨우지 못하고 은재마저 오빠 옆에서 잠이 들어버린 날, 하늘이 조금씩 밝아올 즈음에야 눈을 뜬 그는 은재에게 소리를 질렀다. ‘쿵’하고 은재의 작은 가슴에선 생각보다 큰 소리가 났다. 은재가 정작 놀랐던 것은 박재가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 아니었다. 소리를 지르고 주저앉은 박재의 눈에 물기가 어렸던 것이다. 은재는 동그란 눈으로 박재의 반쯤 상한 얼굴과 방울져 떨어지는 눈물을 쳐다보았다. 그날 박재는 아주 오랜만에 은재에게 치킨을 시켜주었다.
  숙제를 할까, 하던 은재는 서랍에서 신문지 뭉치를 꺼냈다. 종이인형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종이로 된 여자와 그 여자가 입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옷들이 세트로 들어있는 ‘종이인형 세트’를 갖고 싶었지만, 은재에게 주어진 것은 부엌가위와 신문지뿐이었다. 은재는 연필로 섬세하게 인형의 본을 떴다. 언젠가 친구가 보여준 ‘종이인형 세트’를 머릿속으로 열심히 떠올리며, 최대한 그것과 비슷하게 그리려 끙끙댔다. 밑그림이 완성되면, 학교에서 주워온 뭉개진 색연필이나 반쯤 부러진 크레파스로 색을 입혔다. 인형들의 얼굴은 회색이거나 초록색이었다. 주황, 노랑, 분홍색 크레파스들은 주워오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이 내버린 크레파스들은 주로 우중충하고 무거운 색을 띠고 있었다.
  완성된 종이인형은 고작 세 개였다. 여자 둘과 남자 하나. 초록, 검정, 회색의 종이인형들은, 뻥 뚫린 두 눈과 얇은 몸뚱이를 가진 채 공중에 매달렸다. 인형이 완성되면, 은재는 인형의 머리 위쪽에 작은 구멍을 내어 줄을 꿰어 걸었다. 줄은 책상 옆에 있는 작은 창가에 길게 늘어뜨려 달았다. 인형을 열 명쯤 대롱대롱 매달리게 하는 것이 은재의 꿈이었다. 슥삭슥삭. 드디어 네 번째 인형의 밑그림이 완성되고, 인형을 오려내기 위해 은재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오빠, 일어나. 열한시야. 오빠, 응?”
  속이 울렁거림을 느끼며 박재가 눈을 떴다. 팔을 이마에 짚으니 뜨끈했다. 그러나 박재는 일어나야만 했다. 그래, 알았어,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하며 박재가 몸을 일으켰다. 자꾸만 삐죽 뜨는 머리카락에 물을 묻혀 누르며, 박재는 잔소리를 했다.
  “밤에 무섭다고 또 오빠 있는 곳까지 오기만 해. 무서우면 텔레비전 켜고, 스탠드도 켜. 그래도 무서우면 오빠한테 전화해. 딱 한 통만이야.”
  “알어. 전화 안 한다, 뭐.”
  먼지 낀 거울에 입을 삐죽이는 은재가 비치자, 박재의 입이 살짝 웃었다.
  “오빠가 아침에 전화하면 벌떡 일어나서 세수하고, 밥 남겨둔 거 꼭 한 숟갈이라도 먹고. 실내화주머니 까먹지 말고. 알지?”
  은재가 고개를 끄덕이자, 박재는 현관 쪽으로 걸어가 낡아빠진 컨버스화를 꾸겨 신었다.
  “현관 잘 잠그고, 맨 위에 잠금 장치까지.”
  한 번 더 다짐을 하고 박재는 현관문을 열었다. 철컥, 열쇠 돌리는 소리가 나자 은재는 문박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흔들흔들, 오빠의 몸은 종잇장처럼 휘청거리고 있었다.

  유통기한이 지난 편의점 도시락을 우물거리며, 박재는 과제로 읽어가야 할 프린트물을 한 장씩 넘겼다. 전쟁이다, 라고 박재는 생각했다. 눈이 자꾸만 감겼다.
  늦은 새벽엔 손님이 많진 않았다. 근처 피씨방이나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제 또래들이 주로 새벽 단골이었다. 박재는 그들과 안면을 익히고 이젠 적잖이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술집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담배 심부름을 자주 했고, 치킨 집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남은 치킨 몇 조각을 가져다주기도 했다. 박재도 자신이 줄 수 있는, 폐기 직전의 삼각 김밥과 우유 따위를 건넸다.
  그렇게 만난 아르바이트생들 중엔, 박재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동창도 섞여 있었다. 음악을 한다던 녀석은, 얼굴에만 아홉 개의 피어싱을 했다. 처음에 박재가 그를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사실, 둘은 학창 시절에 친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는 고급 술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여행 가고 싶어서, 비행기 표 마련하려고. 비싼 데는 못 가도, 멀리 떠나고 싶어. 한번쯤. 시급이 높진 않아도 여기 팁이 장난 아니다? 저번에 온 양복 빼입은 아저씨는 날 불러서 같이 술 먹곤 팁으로 이십 만원이나 주고 갔어. 그렇게 받는 팁이 한 달에 백 만원은 넘어.”
  깔끔한 셔츠에 면바지를 입은 녀석의 얼굴은, 이미 술기운에 붉게 달아 있었다. 그런데도 혀가 전혀 꼬이지 않는걸 보니 술이 세긴 한가 보다, 라고 박재는 감탄했다.
  “대신 낮에는 하루 종일 잠만 자지, 아무것도 못하고. 너도 일 끝나면 졸려 죽을 텐데 학교는 어떻게 가냐.”
  그냥 뭐, 박재가 머쓱하게 웃자 그가 한숨을 쉬었다.
  “박재야, 근데. 넌 꿈이 뭐야?”
  난데없이 진지한 녀석의 질문에 박재는 미처 방어 태세를 갖추지 못한 병사처럼 무너졌다. 무언가 뒤늦게 방어를 하려 했지만, 이미 칼끝에 찔린 것처럼 심장이 따끔했다.
  “나는 음악이고. 성공할지는 몰라도, 뭐 어쨌든. 넌?”
  녀석의 입술에 붙은 은색 피어싱이 달싹였다. 넌, 꿈이, 뭐야, 라고 입술이 꿈틀댈 때마다 피어싱은 반짝였다.
  꿈? 박재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나의 꿈, 인가. 박재는 혀를 잘근잘근 씹었다. 뭐라고 해야 하지. 박재가 말이 없자, 그가 손목시계를 살피더니 한마디 했다.
  “넌 꿈도 없냐. 나 간다, 시간 없어. 다음에 보자.”
  딸랑, 그가 유리문을 밀고 나갔다. 박재는 계산대 구석에 놓인 두툼한 프린트물을 괜히 만지작거렸다. 그 후로도 친구는 자주 들렀지만, 더 이상 박재에게 꿈에 대해 묻진 않았다. 박재도 굳이 그 화제를 다시 꺼내들진 않았다. 그러나 가끔은, 어쩌면 꽤 자주, 박재는 그 날 밤 녀석의 입술에 대롱대던 은색 피어싱을 생각했다.

  새벽 여섯 시면 국물 통을 비웠다. 짜파게티, 막걸리, 온갖 종류의 라면 국물이 뒤범벅된 통에선 오줌 냄새가 났다. 정말 딱 오줌 냄새였다. 박재가 있는 대로 얼굴을 구기며 국물 통의 국물을 거리의 쓰레기통에 부으면, 얼마 후 커다란 쓰레기차와 함께 환경미화원이 나타났다. 새벽 안개를 뚫고 느릿느릿 구물거리는 쓰레기차에선 썩은 내가 진동했다. 쓰레기차가 지나갈 때면, 박재는 머리카락부터 발가락 털까지, 온 몸의 털이 동시에 바짝 서는 느낌이 들곤 했다.
  쓰레기차가 한 차례 지나가면 막노동꾼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이른 아침부터 술을 찾았다. 그들 중 제일가는 술꾼이자 박재와 친하게 지내는 이는 덤프트럭 정비사였다. 그는 영어를 쓰는 노인이 오기 전, 여섯시에서 일곱시 사이에 주로 편의점을 방문했다. 정비사는 아침마다 막걸리 한 병과 소주 한 병을, 작은 비스킷 한 봉지를 안주 삼아 원샷했다. 그는 돈을 아주 많이 번다고 했다.
  “한 달에 사, 오백씩 벌지.”
  박재는 입을 떡 벌렸다. 한 학기 등록금을 내고도 남는 큰 돈이었다. 당장에라도 대학을 때려 치고 올 겨울 난방비를 벌고 싶은 마음이 불쑥 불쑥 찾아오는 박재였다.
  “근데 뭐, 요즘 젊은놈들 다 약해빠져서 말이야. 내 일주일 이상 버티는 놈은 아직 보질 못했어. 덤프트럭 한 번 수리하고 나면 온몸이 시껌둥이가 되고 그 기름 냄새도 참 고약하지. 액수보고 달려온 놈들은 일주일이면 나가떨어지더라고.”
  박재는 자신은 다를 거라고 말하고 싶었다. 그의 눈빛을 눈치 챘는지, 정비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내 그냥 아들 같아서 하는 말인데, 하지 말어. 대학 다니는 중이라며? 그거 다니고 졸업해서 좋은 데 취직해.”
  좋은 데. 박재는 그 말을 속으로 따라했다. 박재도 좋은 데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 곳은 언젠가 잡지에서 본 이국의 섬과 같이 느껴졌다. 마치 가본 것처럼 생생하지만 평생 한 번도 가지 못할 그런 곳.
  덤프트럭 정비사는 가끔은 밤에도 찾아왔다. 어느 늦은 저녁, 온 몸에 땟국물이 흐르는 몰골로, 그는 박재에게 커피를 사준 적이 있었다. 편의점에서는 제일 비싼, 유리병에 든 커피였다.
  “내가 그래도 버는 돈이 얼만데, 이 정도는 써야지.”
  “아저씨, 많이 취하신 것 같은데.......”
  “취했긴, 임마.”
  “집에 가셔야죠.”
  “가봤자 반길 놈 하나 없어. 마누라나 애새끼들이나... 누구하나 반기는 사람 없다고. 나만 들어가면 얼어붙는 표정들이라니. 그 표정이, 얼마나, 얼어붙는 표정이.......”
  박재는 입을 다물었다. 이럴 땐 입을 다무는 게 최선이라는 걸,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박재는 터득했다. 정비사는 욕지거리를 섞어 몇 번 더 술주정을 하더니 얌전히 집으로 돌아갔다. 술에 취해 흔들리는 그의 뒷모습이, 얇은 종잇장처럼 너덜거린다고 박재는 생각했다. 박재의 손에는 정비사가 건넨 ‘비싼’ 커피가 쥐어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커피를 입에 굴리며 음미했다. 과연, 비싼 만큼 달콤했다. 
  커피 때문이었을까. 그날 밤은 오래도록 박재에게 남아 있었다.
  오늘 아침도 정비사는 막걸리와 소주를 찾았다. 그리고 비스킷 한 봉지. 온종일 그는 취해야만 사는 것 같았다. 정비사가 비틀거리며 돌아가자, 시계는 어느 덧 일곱시 반을 가리켰다. 박재는 은재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루루 신호음이 가다가 졸린 목소리의 은재가 알았어, 오빠, 일어난다니까, 칭얼거렸다.
  곧 꼬마 손님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왔고 편의점은 북새통을 이뤘다. 그래, 은재야, 어서 준비해서 학교 가, 라는 마지막 말을 채 끝마치지도 못하고 박재는 전화를 끊었다.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가 실로폰처럼 울렸지만, 박재는 자신이 실로폰이 되어 두들겨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덟시.
  딸랑, 어김없이 노인이 편의점 유리문을 밀었다. 박재는 맥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굿모닝. 하우 아 유?”
  박재는 그저 고개를 까딱였다.
  “어째 오늘은 힘이 더 없어 보이네. 평소에도 그랬지만, 오늘은 유달리.”
  “몸이 좀 안 좋습니다.”
  “쯔쯧. 젊은 사람이 왜 맥아리가 없이. 거, 학비를 버느라 아르바이트 한다구 했나?”
  “학비도 그렇고, 생활비도요.”
  “부모님은 안계시고?”
  “안계십니다.”
  박재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아버지는 살아 있었지만, 술만 먹으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부수는 통에 집을 나왔다. 혼자라면 그럭저럭 집에서 버텨보려 했다. 그러나 그의 어린 여동생, 은재 때문에 그는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은재가 구석에서 작은 어깨를 떠는 모습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박재는 서울로 올라와 대학 근처에 자취방을 얻었고, 은재도 근처의 초등학교로 전학시켰다. 그렇게 일 년 정도 지났고, 아버지 소식은 아주 가끔 동네 아주머니를 통해 전해 들었다. 아버진, 여전히 죽지 않았다고 했다. 물론 노인에게 이런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할 필요는 없었다.
  “거, 무슨 일이지.”
  노인은 편의점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편의점 앞 길목에 사람들이 듬성듬성 모여 있었다. 사람들 틈바구니 사이로 무언가가 바닥에 누워있는 것이 보였다. 노인은 유리문에 바짝 다가섰고, 박재도 목을 길게 빼고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금세 흥미를 잃었는지 서서히 흩어졌고, 누워있는 무언가가 정체를 드러냈다.
  누워있는 건, 죽은 비둘기였다. 길목엔 짜장면 배달꾼이라도 엎어졌었는지 볶음밥이 너저분하게 널려있고, 다른 비둘기들은 죽은 동무는 아랑곳 않고 자신의 먹이에 한껏 몰두해 있었다. 죽은 비둘기 바로 옆에서, 혹은 죽은 비둘기를 살짝 피해서, 한때는 같이 거리를 활보하기도 했을 그의 동무들은 흩어진 밥알을 쪼아 먹느라 정신이 없었다. 죽은 비둘기는 길목 한복판에 늘어져 있고 그 아래로 살짝 피가 번져 나왔다. 역시 정신없이 먹이를 먹다 자동차에 치인 듯 했다.
  “날 수 있었을 텐데, 자동차에 치여 버렸네요.”
  “나는 걸 까먹은 걸 수도 있어. 이제 곧 날개가 퇴화할 것만 같아. 뒤뚱뒤뚱, 먹을 걸 주워 먹다가 어느 날 끼익- 차에 치여 죽는 거야....... 난 비둘기가 싫어.”
  비둘기들은 여전히 밥알을 주워 먹고 있었다. 터질듯하게 볼록 솟은 그들의 배, 옆에 달린 작은 날개들은 날갯짓을 잊은 지 오래인 것처럼 보였다.
  노인이 희미하게 웃었다. 박재가 돌아보자 그는 또다시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아들 녀석이 오백만원을 줬어. 자기가 모은 돈이라나 뭐라나. 지금까지 뒷바라지해줘서 고맙다며 주기에, 냉큼 받아버렸지.”
  박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 할아버지는 참 뜬금없다, 라고 생각하는 찰나 노인이 다시 웃었다. 뜻밖에도 쓸쓸한 웃음이었다.
  어쩐 일인지 노인은 더 수다를 떨지 않고 조용히 사라졌다. 잠시 후 사장 아줌마가 편의점에 들어서면서 지시를 내렸고, 박재는 하필이면 편의점 앞에 놓여 미관을 상하게 하는 죽은 비둘기를 치워야만 했다. 검은 비닐봉지에 차가운 비둘기 시체를 집어넣으며, 박재도 중얼거렸다. 난 비둘기가 싫어.
  비둘기를 치우고, 박재는 퇴근 시간에 맞춰 정산을 시작했다. 돈을 하나씩 세어 나가는데, 뜻밖에도 돈이 비었다. 천원, 이천원이 아니었다. 자그마치 오십만원이었다. 몽롱했던 머리가 순식간에 차가워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사장은 잠깐 창고에 들어가 있었다. 박재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정산을 했다. 여전히 오십만원이 비었다. 여태껏 한 번도 이런 일이 없었다.
  박재는 입술을 깨물며 생각에 잠겼다. 언제 대체 오십 만원이....... 자리를 비운 적은 없었다. 문득, 돈을 바꿔갔던 술집 아르바이트생이 떠올랐다. 편의점 근처 가게의 아르바이트생들은 종종 편의점에 들러 큰돈을 잔돈으로 바꿔가곤 했다. 노랑머리의 술집 아르바이트생........ 박재는 그때 비몽사몽이었다. 노랑머리 아르바이트생은 오만원권을 내밀며 오천원짜리로 바꿔달라고 했었다. 그리고, 박재는, 박재는....... 오천원 열장이 아니라 오천원이 열 장씩 한 묶음으로 묶여있는 것을 열 묶음 건넸다....... 박재는 돈을 적던 장부를 떨어뜨렸다. 손이 덜덜 떨렸다. 오십 만원이면 그가 한 달 동안 잠을 쫓으며 번 돈의 절반이었다. 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갔다.
  “어, 박재야. 얼굴이 왜 그러니.”
  어느 틈에 사장 아줌마가 눈앞에 와 있었다. 그녀는 장부와 박재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뭐가 잘못됐어? 몇 백 원 돈 안 맞는 건 괜찮아.”
  “사, 사장님.......”

  박재는 멍하니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하루 종일 먹지 않은 빈속에서 뭐가 나오려고 그러는지 계속 속이 메슥거렸다.
  CCTV를 돌리고 근처의 술 가게를 샅샅이 뒤졌지만, 노랑머리 아르바이트생은 찾을 수 없었다. CCTV화면에는 덥수룩한 노랑머리에 가려 그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고, 박재 역시 그의 얼굴을 도무지 떠올릴 수가 없었다. 몇 번 본 얼굴이었으나 뇌리에 남을 만큼 독특한 얼굴은 아니었다. 화면 속 박재는 아무렇지 않게 그에게 오십만원을 덥석 건네고 있었다....... 
  하는 수 없지. 한 두 푼이면 내가 어떻게 해보겠는데, 오십 만원은... 좀. 애초에 내가 그러니까 잘 이르지 않던, 돈 계산은 철저해야 한다고. 당장 오십을 가져오란 소린 아니고... 이번 달 급여에서 그만큼 제하고 주는 걸로 하자.
  사장의 목소리가 다시금 머릿속을 맴돌았다. 박재는 고개를 떨구고 빈 담뱃갑만 주물럭거렸다. 은재와 함께 잠이 들어 아르바이트에 가지 못한 하루를 빼고는, 단 한 번 지각한 적도 없던 박재였다. 물건 하나, 돈 한 푼 빼돌린 적도 없었다. 사장은 항상 졸음에 힘겨워하는 박재를 안타까워했다. 어린 학생이 안쓰럽다고도 했다. 그러나 오십만원을 잃어버린 박재 앞에서, 사장의 넓적한 얼굴은 피가 돌지 않는 나무토막 같았다.
  박재는 수업도 빼먹고 노랑머리를 찾았다. 그러다 지쳐서 공원 벤치에 주저앉았고, 저녁때까지 마냥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은재에겐 미리 전화를 걸어, 오늘은 바쁜 일이 있으니 밥 먹고 자고 있으라고 말해 두었다. 은재는 또 종이인형 만들기에 열중했는지, 응, 응, 대충 대답하곤 끊었다. 급여가 나오면 은재에게 겨울 잠바를 새로 사주려고 했었다. 은재에겐 너덜너덜 얇은 잠바 하나뿐이었다. 잠바를 사고 여유가 되면, 종이인형 세트도 하나쯤은.......했었다. 박재는 눈물이 핑 돌았다.
  “어, 자네는, 그 편의점 학생 아닌가?”
  노인이었다. 그는 반갑게 아는 척을 하며 박재 옆에 앉았다.
  “여긴 내가 자주 오는 공원인데. 여기서 자넬 보는 건 처음이네.”
  박재는 도망가고 싶었으나 역시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박재는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노인도 박재의 얼굴을 보고는 눈치껏 특유의 자랑을 늘어놓진 않았다. 그렇게 노인과 박재는 한동안 말없이 차가운 바람을 맞고 앉아 있었다. 한참 만에 입을 연 것은 노인이었다.
  “자네는 갖고 싶은 것이 있는가?”
  노인의 작은 눈동자가 박재를 바라다봤다. 박재가 아무 대답도 않자, 노인도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또 입을 연 것은 노인이었다.
  “그럼 하고 싶은 것은 있는가?”
  “......그럼요.”
  이젠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아 박재가 조그맣게 대답했다.
  “무얼?”
  “저는...... 올 겨울 난방비를 마련해야 해요. 은재 겨울 잠바도 사야 하구요.”
  “그런 거 말고. 오로지 자네 자신을 위해서.”
  “일단은 난방비랑 은재 잠바가 급합니다. 전... 그게 제가 바라는 거예요.”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손가락으로 앞 쪽을 가리켰다. 공원 앞 도로에, 사람들을 가득 실은 버스 한 대가 신호등에 걸려 멈춰 섰다. 사람들은 버스 손잡이에 잔뜩 매달려 있었다.
  “저 사람들 좀 봐. 꼭 벌서는 것 같아. 그러고 보면 산다는 게 말야, 참. 벌서는 일 같지. 뭘 잘못한 걸까 계속 곱씹으면서, 아픈 팔을 내리지도 못하고.”
  박재는 곧 팔이 잘릴 것 같은 고통 뒤에는 벌도 끝나는 걸까, 라고 생각했다. 벌은 끝이라도 있는데, 산다는 건 끝이 없는 벌인가. 그러면 더 잔인하고 혹독한 벌이라고, 또 박재는 속으로만 되뇌었다.
  “자네가 예전에 그러지 않았나, 새벽에 쓰레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구역질이 난다고.”
  노인은 뜬금없이 다른 말을 꺼냈지만, 그런 노인의 대화법엔 이미 익숙한 박재였다.
  “그랬죠.”
  “내가 그 일을 삼십년을 했어.”
  “예?”
  박재는 노인을 처음 보는 사람인 마냥 바라보았다. 노인이 씁쓸하게 입을 다셨다.
  “삼십년 동안 난 환경미화원이었네. 지금이야 이 일도 경쟁률이 센 것 같지만, 내가 맡을 적만 해도 누구나 꺼리는 일이었지. 대기업에 다녔단 말이 순 뻥은 아니야. 대기업까진 아니더라도 괜찮은 회사에 다녔다네. 사장과 크게 싸움을 하곤 일 년 만에 잘렸지만. 그 후로 여기저기 직장을 옮기며 돈을 벌었는데, 나이를 더 먹자 받아주는 데도 없더라고. 그때 환경미화원에 지원을 했지. 삼십년 동안 거리를 쓸고 은퇴했더니, 뜻밖의 보너스가 나왔어. 천 오백만원.
  가족들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어. 그러다 마누라에게 천만원을 주었어. 그 사람도 내 옆에서 고생 많이 했거든. 자식놈들? 그놈들은 알아서 살겠지. 내 평생을 그놈들에게 퍼주었는걸. 어쩌면 맘 약한 마누라가 이미 애들한테 어느 정도 나눠줬는지도 몰라. 어쨌든, 나는 오백만원만 갖기로 했어. 다짐했지. 요 오백만원은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 쓰자.
  이건 진짜 내 돈이다.
  내가 전에 아들 녀석 얘기를 했지? 실제로 십 년 만에 회계사 시험에 붙었지만, 그 녀석은 자신의 삶이 또 있더구만. 나나 지 에미가 고생한 건 당연한 거고. 목도리는 내가 산거야. 꼭 갖고 싶었던 거라서, 큰맘 먹고 샀지. 이만원짜린데, 쓸 만해.
  근데 문제는, 더는 돈을 쓸 데가 없다는 거야. 나는 나가는 모임도 없고, 친구놈들도 다 연락이 잘 안되고. 술은 어떻게 퍼마셔야 몇 십만원이 나오는지. 포장마차에서 글쎄 먹고 싶은 걸 다 시켜도 오만원이 안 나오더라, 이 말씀이야. 물론 ‘돈지랄’을 할 수도 있겠지. 오백만원을 옷 한 벌에 쓸 수도 있겠고. 그런 게 아니라, 나는 ‘날 위해’ 쓰고 싶어. 내가 원하는 게 오백만원짜리 옷은 아니란 말이야. 이건 진짜 내 돈이니까, 내가 진짜 원하는 데 쓰고 싶단 말야.”
  그래서요, 라고 박재는 소리치고 싶었다. 잠이 모자란 육체로부터 정신은 자꾸만 빠져나가려 안간힘을 쓰는 듯 했다. 어지러웠고 구토가 일었다.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중이 아닌데도 왜 이 노인의 쓸데없는 주저리를 들어야 하는지, 화가 불쑥 치밀었다.
  “내가 매번 편의점에서 초콜릿 샀지. 내가 좋아하는 걸 사고, 먹고. 목도리까지 샀는데. 아직도 사백 칠십 삼만원이 남았어... 아직도 사백 만원 넘게.......”
  노인은 조금씩 흐느꼈다. 어지러운 가운데 박재는 당황했다.
  “지워지지 않을 삼십년이야. 빌어먹을 오물 냄새가 삼십년이나 내 몸에 뱄는데, 어떻게 지워지겠어.”
천 오백만원과 삼십년....... 노인은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흐느꼈고, 박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배가 고픈 것도 같았다. 노인이 불쑥 흰 봉투를 박재에게 내밀었다.
  “받아.”
  박재는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받아. 대단한 건 아냐. 오십만원이야.”
  박재는 여전히 멍했다. 오십만원.......
  “그냥 자네에게 오십만원을 주고 싶었어. 별 이유는 없고. 그동안 내 넋두리 들어준 값이야.”
  노인은 벌떡 일어서더니 옆으로 길게 맨 손가방에서 돈뭉치를 꺼내들었다. 만원짜리가 마구 엉켜 있었다. 노인은 길거리에 돈을 뿌리기 시작했다. 뿌리면서 그는 신명나게 웃었고, 굵은 침방울이 마구 튀었다.
  지폐들은 가볍게 날려, 팔랑팔랑 나비처럼 내려앉았다. 박재는 얼어붙은 채 꼼짝도 않고 벤치에 그대로 앉아있었다. 천오백만원, 삼십년, 오십만원, 밤 열한시부터 아침 아홉시까지. 숫자는 우습고 서러웠다.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몰려들었다. 그들은 비둘기 떼처럼 도로에 떨어진 먹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노인은 남은 사백만원 가량을 전부 뿌릴 작정인 듯, 쉴 새 없이 돈을 뿌렸다. 뿌리면서 웃던 노인은, 돈을 다 뿌리자 거리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신없이 돈을 주울 뿐이었다. 흐느끼는 노인의 바로 옆에서, 혹은 그를 살짝 피해서. 그들의 퇴화한 날개는 더 이상 날갯짓을 하지 않았다.
  박재의 손에는 흰 봉투가 들려 있었다. 박재는 봉투를 꾸겨질듯 세게 쥐었다. 그의 가녀린 얼굴에는 두 눈만 휑하니, 뻥 뚫린 구멍처럼 커다랬다.

  슥삭슥삭.
  새로운 종이 인형이 집게에 집혀 줄에 걸렸다.
  은재는 연이어 또 다른 인형을 신문지에 그리기 시작했다. 인형을 아무리 만들어도 오빠는 오질 않았다. 인형을 그리다 은재는 지쳐 잠이 들었다. 엄마, 라고 은재는 칭얼대며 훌쩍였다. 보일러가 돌지 않는 방 안엔 은재의 입에서 나온 하얀 입김이 맴돌았다.

  팔랑팔랑, 대여섯 개의 종이인형들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들의 군청색, 회색, 갈색 얼굴들은 하나같이 낯익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타닥타닥, 겨울비가 창문을 때렸다. 창문의 살짝 열린 틈으로 비가 새어 들어왔고 종이인형들은 비에 젖기 시작했다.
  그들의 얇은 몸뚱이가 빗물에 젖어 찢겨나가고, 그들 중 누군가는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지만. 아무도, 그들을 돌보지 않았다. 어두운 방안엔 굵은 빗소리만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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