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언제부턴가 손가락에 깊은 우물이 생겼다 바람이 스치고 달빛이 깨지던 곳 먼 과거로부터
기약된 별들의 행선지였을까 노을이 지면 조각난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아이들 솜사탕처럼
부풀어 오르던 손가락들 수억 광년 거슬러 별들이 추락한다 점점이 새겨지던 은하수  

  기도하듯 고개 숙인 손가락에서 개나리꽃 떨어진다 어머니는 매일 가난을 땅에 묻었다 수
신이 되지 않는 달에게 등을 굽히며 투명한 꽃잎 흘려보냈다 겹겹이 쌓인 낡음을 품고 오래
도록 서있던 손가락 노모의 등이 노랗게 번져갈 때 적막한 우물 위로 손톱달이 떴다

  아침을 깨운 손가락이 마침내 남겨진 것들을 토해낸다 파란 물고기들이 한 줄로 헤엄친다
푸른 별들의 잔재 부르르 몸서리치는 손가락 끝에 개나리꽃 피기 시작한다 그날 밤 달이 답
장을 보낸 것일지도 몰라 만개한 손가락 봄처럼 흩어진다

  언제부턴가 손가락은 별처럼 잠들어 있다
  수억 광년으로 깊어가고 있다

저작권자 © 충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