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글자와 글자 사이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멍하니 같은 자리를 헤맬 때도 있었습니다. 무언가를 쓰는 일이란 너무도 쓴 과정이어서 밤마다 글의 옷깃을 붙잡고 늘어져야만 했습니다. 처절하게 매달릴수록 글은 달아나려 애쓰는 듯 했고, 잠들지 못한 새벽은 길기만 했습니다. 그럴 때면 눈에 닿는 모든 사물들이 외로워보였습니다. 어느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지 모를 정도로 쓸쓸해졌습니다. 밤의 깊이를 헤아리고 싶었습니다. 텅 빈 새벽을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문득 시란 그런 고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슬비가 내리던 날, 당선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젖은 땅위에 서서 한동안 비오는 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우산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비밀을 간직한 것처럼 조용히 내리던 빗물을 보며 더 외로워지고 싶다고, 더 쓸쓸해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저는 매일 밤 쓰디쓴 고독을 씹으면서 황홀해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마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우선 늘 딸을 위해 묵묵히 그늘이 되어준 아버지와 어디서든 따스한 그림자가 되어준 어머니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시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끊임없이 용기를 북돋아 주신 윤의섭 교수님, 항상 따뜻한 말로 격려해주신 정순진 교수님 감사합니다. 지칠 때마다 어깨를 잡아준 미나 언니, 언제나 곁에서 힘이 되어주는 혜진이를 비롯한 동기 친구들, 교수님들과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제 고독에 손을 얹어주신 심사위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천소정(대전대학교 문예창작학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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