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가치에 대한 학교와 학생의 동상이몽

  대전 지역 대학들의 학과 폐지·통폐합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목원대와 배재대는 지난 6일 학사구조 조정안을 공식발표했다. 목원대는 독일언어문화학과, 프랑스문화학과, 스포츠산업과학부, 소재디자인공학과, 컴퓨터교육과를 폐지·통합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배재대는 프랑스어문화학과와 미디어정보ㆍ사회학과를 폐지하고 독일어문화학과의 모집단위를 전환하며, 국어국문학과와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를 한국어문학과로 통합하기로 했다.
  이에 일부 학과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배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은 철야농성을 불사하며 학교 측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어국문학과 정지홍 학회장은 “학교는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은 조금도 생각하지 않고 멋대로 날치기 통폐합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어국문학과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학과와는 전혀 성격이 다르고, 인문학으로서 한국어의 순수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말했다. 또 “대학은 취업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곳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교는 이익에 눈이 멀어 비인기 학과 및 취업률이 떨어지는 학과를 폐지 및 통폐합하려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배재대 측은 복합적인 것들을 고려한 피치 못할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배재대 유왕무 기획처장은 “국어국문학과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와 통합되는 것일 뿐 폐지가 아니며, 한국인만을 위한 국문학이 아니라 세계화 시대에 한국어가 발맞추어 나갈 수 있도록 한국어문학부로 개편한 것”이라며 “또한 이는 학생들과 합의할 사항이라기보다 양쪽 학과 교수님들과 학교 측이 충분히 얘기를 나눴기에 큰 문제는 없다고 본다. 과가 통합되며 양측 학생들에게 국어국문학과의 교직과정과 외국어로서의 한국어학과의 한국어교육자격증 취득 기회가 주어지기에 학생들에게는 결코 불이익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목원대 권선필 기획예산처장은 “작년 6월부터 시작해서 학교, 학생, 교수가 오랜 대화의 과정을 거치며 합의를 완료했다”며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고 학과마다 다른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려고 노력했다”고 밝혔다.
  대학 내 구조조정은 비단 배재대와 목원대의 문제만은 아닌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문제다. 부실대학을 가려내고 퇴출 후보군 대학을 선정하는 여러 가지 평가 지표 중 취업률과 충원율이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자, 대학 내에서 이를 염두에 두고 자체적으로 학과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배재대 유 기획처장은 “교과부의 평가 기준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 취업률을 무시할 수 없게 됐고, 학과 구조조정은 취업률이 좋지 않은 학과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방향에 대한 현실적인 논의의 결과”라며 “취업률 뿐 아니라 최근 사학진흥재단의 컨설팅 결과와 학교의 발전 방향, 총장님의 경영 의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겉으로는 대학이 자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양상이지만, 사실 정부 정책에 의해 강제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며 “지금 대학이 취업준비기관으로 전락했고, 이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와 문제의식이 전무하기에 평가지표 개선을 비롯한 정책이 바뀐다고 해서 문제가 전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학생들을 비롯한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이를 당연하게 생각하기에 대학은 그에 맞춰 조정되고 있는 것이며, 이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자문과 함께 대학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재개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송민진 사회부장
 blossomydayz@c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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