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자기 PR 시대, 누군가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와

 
  신입생들이 새 학기가 시작되면 피해 갈 수 없는 순간이 있다. 바로 자기소개와 장기자랑이다. 신입생들을 보면 너나할 것 없이 언제 어디서나 자기소개를 할 준비가 돼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장기자랑을 시킬 경우에 대비해 노래 한곡이나 간단한 춤을 준비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쇼맨십 키우기 열풍
  이는 비단 신입생들만의 일이 아니다. 회사의 입사면접에서 면접관들은 응시자에게 장기나 남들보다 독특한 무언가를 뽐내길 바란다. 실제로 면접에 통과하기 위해 각종 댄스학원이나 보컬 수업을 받는 취업준비자들이 늘고 있다.
  취직 후에도 우리는 쇼맨십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회식자리에서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창피함을 감수하고 큰 소리로 열창을 하거나 우스꽝스러운 춤 동작을 보인다. 이때 그들에게 ‘뒤로 빼기’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쇼맨십을 기대하는 상사에게 부응하려면 싫어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훌륭한 쇼맨십을 보여준 사람들에게는 긍정적인 평가가 주어진다. 과도한 쇼맨십을 강요하고, 이를 통해 사람을 평가하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것이다.
  사전에 의하면 쇼맨십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그들을 즐겁게 만드는 기술을 의미한다. 즉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퍼포먼스, 독특한 자기소개, 춤과 노래를 비롯한 장기자랑, 개그 등이 모두 쇼맨십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이처럼 쇼맨십 키우기가 만연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인재상의 변화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사회의 긍정적인 인재상은 윗사람의 지시를 근면성실하게 수행하는 순응적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의 트렌드에 맞출 수 있는 적극적이고 분위기를 주도해 나갈 줄 아는 사람이 바람직한 인재상으로 그려지고 있다. 즉 그 사람이 그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보기 위한 척도로 쇼맨십이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신고식으로 변질된 쇼맨십
  한편 쇼맨십은 어떤 단체에 처음 소속된 사람들에게 집중적으로 요구된다는 점에서 신고식의 의미로 변질되기도 한다.
  이런 쇼맨십의 변질은 특히 대학에서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대학 신입생들은 MT와 환영식 등 각종 행사가 몰려있는 학기 초에 장기자랑과 재치있는 자기소개의 압박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에 대해 심리상담가 박정희 씨는 “단체에 처음 소속된 사람에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쇼맨십을 요구하는 것은 대학을 비롯해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성격의 차이, 묵살되다
쇼맨십을 강요하는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불만을 제기하는 학우들도 있다. 신다솜(철학과·2) 양은 “평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성격이다. 지금은 2학년이라 덜하지만 입학했을 때 한동안은 과에서 장기자랑이나 자기소개를 시키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다”고 말했다. 또 김미리(영어영문학과·2) 양은 “사람마다 성격에 따라 앞에 나서서 뭔가를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사회는 이런 성격에서 기인하는 차이를 제대로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흔히 21세기를 자기 PR의 시대라고 한다. 이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인식시키는 일이 중요한 세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다양한 성격들이 존재한다. 적극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사람도 있다. 물론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자신을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개개인의 성격차이에서 오는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고 쇼맨십을 강요하는 현 사회의 분위기는 분명히 문제가 있지 않을까.


글/사진 송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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