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초월인재채용시스템'이 만들어 낼 스펙 없는 사회

출처: bomizzang.eglois.com
  토익 900점 이상, 어학연수 1~2년, 각종 공모전 입상. 대학생들이 4년 동안 얻어야 하는  스펙의 목록이다. 재학 내내 토익과 학점의 노예가 되는 대학생들, 우리는 현재 스펙으로  인생을 평가받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작년 하반기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자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으며 청년 실업률이 7.5%에 육박한다. 이처럼 계속된 경제 불황으로 취업이 점점 힘들어지자 우리사회에서는 구직을 위한 대학생들의 열띤 스펙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학점관리는 기본이요 각종 공모전 참가와 어학연수, 다양한 자격증 취득까지 현재 대학생들에게 대학은 취업을 위한 양성소로 전락한지 오래다. 뿐만 아니라 스펙관리와 관련된 각종 도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있고 학원가에서는 관련 강의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대학생들의 스펙 쌓기 열풍은 과도한 비용과 그에 따른 실효성에 대한 각종 논란에 휩싸이며‘망국의 풍조’라는 극단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사회적 비난이 쇄도하자 스펙 없는 사회를 위한 움직임이 점차 싹트고 있다.
 
  스펙 없는 사회를 위한 움직임
  스펙초월인재채용시스템
  스펙 열풍을 타파하기 위한 뚜렷한 움직임은 작년 대선 때부터 나타났다. 스펙 쌓기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후보들은 이를 근절하기 위한 갖가지 대책들을 내놓았던 것이다. 그 중 대표적인 것들이 블라인드 채용제, 지역인재 할당제, 스펙초월인재채용시스템 등이다. 이같은 대책들은 공약 발표 당시 크게 주목받으며 활발한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그 중 현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스펙초월인재채용시스템은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길고 생소한 이름인 스펙초월인재채용시스템은 단어 그대로 스펙을 초월해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시스템의 주요 내용은 국가가 나서서 청년취업센터를 설립해 구직자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취업센터 참여자들은 취업 관련 교육을 받고, 자신의 직무능력과 적성을 평가받게 된다. 그리고 국가는 이들의 역량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리고 기업은 입사지원서 대신 보고서를 바탕으로 채용여부를 결정한다. 국가가 직접 구직에 필요한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다소 낯설지만 공기업과 관청을 중심으로 시작해 대기업이 뒤따를 경우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대학이 취업양성소로 전락한지 오래인 오늘날, 전문가들은 이런 정책들이 대학교육을 정상화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펙 없는 사회에 대한 상반된 의견들
  첫 삽을 뜨는 이 시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큰 것이 사실이다. 획기적인 정책인 만큼 실효성에 대한 의문 역시 피해갈 수 없다. 우리학교 오인승(법학과·3) 군은 “스펙초월인재채용시스템에 참여해 평가를 받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스펙이 될 것 이라는 생각이 든다”며“우리사회의 스펙 쌓기 열풍의 원인은 장기적인 고용불안에 있다. 이런 근본적인 것들이 해결되지 않고 스펙초월인재채용시스템과 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수도꼭지는 잠그지 않고 나오는 물만 계속 닦아내는 것과 같다”는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스펙 쌓기 경쟁은 이미 도를 넘어섰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들이 논의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대해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소 실장은“스펙초월청년취업센터의 운영은 기존에 우리사회에 존재했던 직업채용기준을 변화시키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동안은 소위 스펙이 없는 사람은 면접의 기회를 얻는 것조차 불가능했다”며“스펙초월청년취업센터의 운영은 구직을 원하는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업무에 도움이 되는 교육을 제공하고, 또 이를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동시에 사회적으로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정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펙초월인재채용시스템의 운영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런 정책이 제시 및 논의된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스펙 경쟁이 확실히 문제가 된다는 의미다. 스펙초월인재채용시스템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필요 이상의 스펙을 쌓는 잘못된 풍토가 바로잡힐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송송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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